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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석]김연아, 20개월만의 복귀전 어떻게 치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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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겨 여왕' 김연아(22·고려대)가 완벽한 모습으로 돌아왔다.

세계 1인자의 위용은 세월을 무색케 했다. 20개월 간의 공백을 훌훌 털어내며 세계 피겨계에 '여왕의 귀환'을 알렸다. 김연아는 8일(한국시각) 독일 도르트문트 아이스스포르트젠트룸에서 열린 NRW트로피 시니어 여자 싱글 쇼트프로그램에서 1위에 올랐다. 기술점수(TES) 37.42점과 예술점수(PCS) 34.85점을 받아 72.27점을 기록했다. 목표였던 최소 기술점수 28.00점을 가볍게 넘었다.

대회 내에서는 비교가 무의미할 정도였다. 2위 세니카 마카로바(러시아)의 점수는 59.55점에 불과하다. 같은날 끝이 난 시즌 마지막 그랑프리에서 비교대상을 찾는 편이 낫다. 아사다 마오(22·일본)는 8일 러시아 소치 아이스베르크 스케이트팰리스서 열린 2012~2013시즌 국제빙상경기연맹(ISU) 그랑프리 파이널 여자 싱글 프리스케이팅에서 129.84점을 기록했다. 전날 쇼트프로그램에서는 66.96점을 얻었다. 당장 최고 무대에 나서도 압도적 1위다.

출발부터 깔끔했다. 필살기인 트리플 러츠-트리플 토루프 콤비네이션(공중 연속 3회전·기본점수 10.10점)을 깔끔하게 성공시켰다. GOE(Grade Of Execution·수행점수)도 1.23점의 가점을 받았다. 밴쿠버올림픽을 제패할 당시 GOE 2점의 가점을 받은만큼은 아니지만, 김연아의 상태는 스스로 언급했듯이 당시와 비교해 80~90% 수준이다. 이를 감안한다면 스피드나 높이 모두 만족할만한 수준이다. 이 후 시도한 점프도 박수를 칠 만했다. 쇼트프로그램은 총 3번의 점프를 수행해야 한다. 트리플 플립은 무려 1.40점의 수행점수를 얻을 정도로 완벽했다. 더블악셀이 다소 불안했지만, 0.88점의 가점을 더했다.

3번의 스핀은 플라잉 카멜 스핀, 레이벡 스핀, 체인지 콤비네이션 스핀을 시도했다. 올시즌부터 스핀은 점프만큼이나 중요한 변수로 떠올랐다. ISU는 올 시즌부터는 스핀 규정을 변경했다. 기존 네 단계였던 스핀의 레벨을 다섯 단계로 세분화했다. 선수들이 스핀에서 더 다양한 연기를 하도록 유도하는 부분이다. 김연아는 스핀에서도 최고수준이었다. 지난 모스크바 세계선수권대회에서는 플라잉 싯 스핀, 레이벡 스핀, 체인지 풋 콤비네이션 스핀에서 최고 난이도인 레벨 4를 받은데 이어 GOE에서도 가점을 받았다. 이번 대회에서는 레벨3에 그친만큼 더 높은 점수를 받을 수 있는 여지를 남겨놨다.

높은 예술성도 여전했다. 김연아는 '뱀파이어의 키스'에 맞춰 뱀파이어로 상징되는 관능적인 사랑 앞에서 흔들리는 피해자의 역할을 재해석했다. 김연아는 특유의 표정과 풍부한 감정연기로 관객들을 빨아들였다. 프로그램 구성 요소에서 타의추종을 불허했다. 구성요소는 ▶스케이팅 기술 ▶트랜지션 ▶퍼포먼스 ▶안무(컴포지션) ▶음악해석 등의 5개 부문으로 나눠 심판이 각각의 구성요소에 대해 점수를 준다. 만점은 없지만, 보통 8.5점이면 최상의 연기, 8.0점 이상이면 뛰어난 연기로 평가한다. 그리고 '팩터(Factor·0.80)'와 곱해 총점을 도출한다. 김연아는 모든 부분에서 8점을 넘겼다. 구성 요소에서 8.94(음악해설), 8.88(퍼포먼스), 8.75(안무), 8.69(스케이팅 기술), 8.31(트렌지션)점을 기록했다.

완벽히 돌아온 김연아는 두가지 새로운 기록을 세웠다. 일단 아사다가 세운 올 시즌 쇼트프로그램 최고 점수인 67.95점(NHK트로피)을 가볍게 넘어섰다. 여자 싱글 역대 쇼트프로그램 PCS 최고 점수도 경신했다. 김연아는 2010년 밴쿠버 동계올림픽 쇼트프로그램에서 78.50점을 받았다. 아직 깨지지 않은 역대 쇼트프로그램 최고점이다. 당시 김연아의 PCS점수는 33.80점이었다. 김연아는 복귀와 함께 여자 쇼트프로그램 PCS 최고점을 세웠다.

'명불허전'은 이럴때 쓰는 말이다. '피겨여왕'은 복귀와 함께 다시 한번 세계 피겨의 중심에 섰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