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용병 후지이 기수(28)가 기승한 '감동의바다(부경, 3세 암말, 김영관조교사)'가 제31회 그랑프리(GⅠ)에서 우승했다.
'감동의 바다'는 9일 서울경마공원에서 열린 이 대회(오픈·별정Ⅵ·혼1·2300M)에서 2분27초8의 기록으로 가장 먼저 결승선을 통과했다. 강력한 우승후보들로 거론된 '당대불패'와 '터프윈'은 각각 3위와 5위에 그쳤다.
대상경주 중 유일하게 2300m 최장 경주로 치러진 그랑프리에서는 서울에서 8두, 부산에서 5두가 출전했다. 출사표를 던진 13두 가운데 8마리가 올해 대상경주 우승마로 구성돼 한국경마 한 해의 피날레를 장식하는 최고의 명마 선발전으로서의 위상을 실감케 했다.
이날 '감동의 바다'는 출발 문이 열리자 '탐라황제'의 뒤를 이어 '당대불패', '우승터치' 등과 선두그룹을 형성하며 초반 자리잡기에 성공하였다. 결승선 700m를 앞두고, '터프윈'과 '당대불패'가 승부수를 던지면서 탐라황제와 삼파전을 형성했다. '탐라황제'의 걸음이 잠시 무거워진 사이 결승선 직선주로에 접어들자 '당대불패'와 '터프윈' 사이에서 '감동의 바다'가 끈질긴 근성을 발휘하며 제일 먼저 결승선을 통과했다. 내곽에서 '우승터치'가 막판 추입력을 발휘하며 선두자리를 노려봤지만 '감동의 바다'를 따라잡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지난해 11월에 데뷔한 '감동의바다'는 현재 10전 6승 2위 2회를 기록 중이다. 이중 입상에 실패한 2번의 경주에선 모두 3위를 기록했고, 특히 10번의 경주 중 5번의 경주가 대상경주였다는 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감동의바다'가 우승을 차지함으로서 19조 김영관 조교사와 후지이 기수도 의미 있는 성적을 남겼다. 19조 김영관 조교사는 올해 '감동의바다'로 3번의 대상경주 타이틀을 획득했고, 후지이 기수는 데뷔 6개월 만에 한국경마 최고 권위의 트로피를 차지하는 영광을 안았다.
경기직후 열린 시상식에서 '감동의 바다'를 승리로 이끈 후지이 기수는 "한국의 큰 경마대회에서 우승해서 너무나 기쁘다. 특히 부산에서 서울까지 원정와서 이뤄낸 승리라 더욱 값지다. 당대불패나 터프윈 등 쟁쟁한 말들이 출전했지만 내가 탄 말이 최고라 생각하고 달렸다. 우승했는지 모를 정도로 최선을 다해 달렸고 결승선 통과 후에도 전광판을 보고서야 우승 사실을 알았다"고 소감을 전했다.
이날 서울경마공원에는 영하 10도 이하의 혹한의 날씨에도 3만5000여명의 팬들이 경주를 관람하기 위해 관람석을 가득 메웠다. 경주결과 확정배당은 단승식21.7배, 복승식 613.5배, 쌍승식 1438.1배였다. '감동의 바다'의 깜짝 우승이었던 만큼 복승식 기준 그랑프리 역대 최고 배당률을 기록하였다. 나성률 기자 nasy@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