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만의 축구를 하지 못한 것이 패인이다."
김호곤 울산 감독의 표정에는 아쉬움이 가득했다. 아시아 챔피언으로 부푼 꿈을 안고 도전한 세계의 벽이 예상보다 높았다는 것을 실감했기 때문이다.
울산은 9일 일본 도요타 스타디움에서 벌어진 북중미 대표 몬테레이(멕시코)와의 클럽월드컵 준준결승전에서 1대3으로 패했다.
경기가 끝난 뒤 김 감독은 "상대는 개인 능력과 조직력, 공수밸런스가 안정된 팀이다. 어려운 상황을 돌리지 못한 것이 아쉽다. 큰 경기에 대한 경험 부족이 드러났다"고 밝혔다. 패인 분석은 이어졌다. 김 감독은 "사실 패인은 우리만의 플레이를 못했다는 것이다. 아시아챔피언스리그 때 보여줬던 우리 플레이를 제대로 하지 못했다. 이밖에도 여러가지 패인이 있다. 공수밸런스가 적절치 못했다. 수비시 일대일 능력도 부족했다"고 진단했다.
이날 몬테레이는 울산의 장신 공격수 김신욱(1m96) 봉쇄에 초점을 맞췄다. 2~3명의 수비수들이 달라붙어 김신욱의 공중볼 장악을 저지했다. 김 감독은 "김신욱이 공격에서 컨디션이 좋았다. 아시아챔피언스리그에서 자신의 기량을 발휘해줬다. 그의 제공권을 이용할 수 있었다. 다른 면에선 하피냐 이근호와 다양한 공격 형태를 갖출 수 있었다. 그러나 상대 수비에 따라 적절하게 움직여줬어야 했는데 아쉽다"고 전했다.
몬테레이에 객관적인 전력은 뒤지지만, 분석을 통해 승리의 가능성을 엿보긴 했다. 그러나 실전은 달랐다. 김 감독은 "우리 나름대로 상대 팀을 분석했을 때 경기 운영을 잘 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우리만의 플레이를 못했다는 것과 상대 경기 운영을 알고도 적절하게 대처하지 못했던 것이 부족했다"고 꼬집었다.
비록 준결승 진출에 실패했지만 아직 울산의 도전은 끝나지 않았다. 12일 5~6위전이 기다리고 있다. 김 감독은 "한 경기가 남아있다. 5~6위전 순위 싸움에서 우리 만의 플레이를 팬들에게 보여주고 싶다. 아시아축구가 세계의 벽을 넘기에는 어렵겠지만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다"고 말했다.
도요타(일본)=김진회 기자 manu35@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