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날이 밝았다.
아시아를 넘어 세계 무대에서 또 다시 대형사고를 칠 기회가 다가왔다. '철퇴축구' 울산 현대가 9일 오후 4시 일본 도요타 스타디움에서 북중미 대표 몬테레이(멕시코)와 클럽월드컵 준준결승전을 치른다.
아시아 클럽축구 역사를 뒤흔든 것처럼 클럽월드컵에서도 신기원에 도전한다. 아시아 팀으로는 최초로 결승 진출에 성공하는 것이다. 역대 K-리그 클럽 팀의 최고 성적은 2009년 포항이 거둔 3위다. 당시 포항의 외국인 공격수 데닐손은 총 4골을 터뜨려 득점왕에 올랐다. 2010년 아랍에미리트(UAE)에서 벌어진 대회에서 성남은 4위를 차지했다.
클럽월드컵 결승 무대는 유럽과 남미 팀들이 독식하고 있다. 2010년만 예외다. 아프리카 대표 마젬베(콩고)가 인터밀란(이탈리아)과 충돌했다. 결승에선 유럽의 강세가 이어졌다. 2007년부터 5년 연속 우승컵을 유럽 팀이 들어 올렸다.
울산의 목표는 1승이다. 꿈에 그리던 첼시와의 맞대결이 이뤄지기 위해선 몬테레이의 벽을 먼저 넘어야 한다. 김호곤 울산 감독은 "몬테레이 선수들은 개인 기량이 뛰어나 돌파력이 좋고 공격 속도가 뛰어나다"며 "공격과 수비의 균형이 잘 갖춰진데다 우리가 공을 빼앗긴 상황에서는 압박이 굉장히 강하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축구공은 둥글다. 내심 이변을 기대하고 있다. 김 감독은 "서로가 잘 알고 있지만 축구는 발로 하기 때문에 어려운 것이다. 전체적인 컨디션과 11명이 움직여줄 수 있는 조직력 여부가 중요하게 작용한다"고 말했다. 이어 "서로가 항상 상대를 분석하고도 의외성이 많기 때문에 승리하기 힘든 게 축구다. 우리 나름대로도 분석했지만 상대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우리가 얼마나 정확성을 기하느냐에 따라 달라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 감독은 챔피언스리그 토너먼트 전략을 사용하겠다고 했다. 먼저 골을 넣으면 상대가 만회골을 넣기 위해 공격에 무게를 둘 가능성이 크다. 김 감독은 이점을 노려 '철퇴'를 날리겠다고 했다. 또 하나의 무기는 세트피스다. 김승용의 택배 프리킥과 곽태휘 김신욱의 헤딩을 이용해 쉽게 골을 넣겠다고 벼르고 있다. 8일 마지막 훈련에서도 세트피스 상황을 점검했다.
대비도 철저했다. 선수들은 스스로 정규시간 90분과 연장전에서 승부가 나지 않을 경우를 대비하는 모습이었다. 훈련이 끝난 뒤 이근호 마라냥 하피냐 등이 키커로 나서 승부차기 훈련을 했다. 골문은 김영광이 지켰다. 그래도 김 감독은 90분 안에 승부를 걸겠다는 입장이다. 그는 "승부차기는 생각하지 않고 있다. 90분 안에 끝내야 수월하게 다음 경기를 준비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번 대회는 전후반 90분간을 치른 뒤 승부가 나지 않을 경우 연장 전후반을 치른 뒤 '러시안 룰렛'이라 불리는 승부차기를 진행한다.
울산은 여러가지 이점을 안고 몬테레이와 충돌한다. 울산에는 유독 일본 J-리그를 경험한 선수들이 많다. 주장 곽태휘(교토상가·2009~2010년)를 비롯해 이 호(오미야·2010년) 이근호(주빌로 이와타·2009~2010년, 감바 오사카·2010~2011년) 김승용(감바 오사카·2011년) 이승렬(감바 오사카·2012년) 마라냥(반포레 고후·2008~2010년, 도쿄 베르디·2011년) 하피냐(후쿠오카·2007년, 감바 오사카·2011~2012년) 등 무려 7명이 일본 무대에서 활약한 바 있다. 대회가 열리는 무대는 7명에게 익숙한 일본이다. 구단 관계자는 "확실히 J-리거 출신들에게 여유가 느껴진다. 안방처럼 편안하게 훈련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근호는 동료들에게 몬테레전이 열릴 도요타 스타디움에 대해 설명을 해주기도 했다.
김 감독도 J-리거들의 활약에 기대감을 드러냈다. 김 감독은 "(일본 J-리거 출신들에게) 낯선 곳이 아니다. 선수들이 처음 접했을 때 편안함을 느꼈을 것이다. 충분히 경기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울산이 안을 수 있는 이점은 또 있다. 시차 적응이 필요없다. 몬테레이, 유럽 대표 첼시(잉글랜드), 남미 대표 코린티안스(브라질) 등은 최소 9시간에서 15시간의 시차를 극복해야 한다. 음식 적응도 걱정없다. 호텔 음식이 제공되지만 한국에서 공수한 김치, 깻잎, 장조림, 볶음고추장 등이 큰 도움이 되고 있다.
모든 준비는 끝났다. 아시아를 호령한 '철퇴축구'의 위력이 세계 무대서도 통할 수 있을까.
나고야(일본)=김진회 기자 manu35@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