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벽한 복귀다. 동시에 드라마틱한 경쟁 구도도 완성됐다.
김연아는 8일 독일 도르트문트 아이스스포르트젠트룸에서 열린 NRW트로피에서 완벽하게 복귀했다. 20개월간의 공백은 전혀 보이지 않았다. 깨끗한 점프를 보여주었다. 20개월만에 첫 실전 점프로 선택한 트리플러츠 + 트리플토루프 점프는 전성기 시절 그대로였다. 트리플플립과 더블악셀 모두 실수없이 마무리했다. 기본 점수는 물론이고 수행점수까지 챙겼다. 점프의 교과서라는 별명에 걸맞는 모습이었다.
높은 예술성도 여전했다. 김연아는 '뱀파이어의 키스'에 맞춰 뱀파이어로 상징되는 관능적인 사랑 앞에서 흔들리는 피해자의 역할을 재해석했다. 김연아는 특유의 표정과 풍부한 감정연기로 관객들을 빨아들였다. 프로그램 구성 요소에서 타의추종을 불허했다. ▶스케이팅 기술 ▶트랜지션 ▶퍼포먼스 ▶안무(컴포지션) ▶음악해석 등의 5개 부문에서 모두 8점을 넘겼다.
김연아의 복귀에 외신들도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미국 워싱턴포스트는 '올림픽챔피언 김연아가 무대에 복귀했다. 완벽한 연기를 펼쳤다'고 평가했다. 이그재미너 역시 '김연아는 가장 어려운 점프 조합인 트리플러츠-트리플토루프 점프에 성공했다. 김연아의 트레이드 마크다'고 했다.
물론 9일 프리스케이팅이 남아있다. 4분 동안 빙판 위에서 경기를 펼쳐야 한다. 기술과 예술성은 물론이고 체력까지 필요하다. 20개월만에 복귀한 터라 체력이 얼마나 받쳐줄지가 관건이다. 큰 문제는 되지 않아 보인다. 김연아는 7월 복귀 선언 이후 체력 훈련에 매진했다. 5일 독일로 떠나면서 김연아는 "전성기 시절과 비교해 70~80%의 몸상태다"고 했다. 쇼트프로그램에서도 안정적인 몸상태를 보여주었다.
이제 관심사는 아사다 마오(일본)와의 맞대결이다. 김연아의 복귀에 앞서 아사다도 자존심을 세웠다. 같은 날 러시아 소치 아이스베르크 스케이트팰리스에서 열린 2012~2013시즌 국제빙상경기연맹(ISU) 그랑프리 파이널에서 합계 196.80점(쇼트 66.96점, 프리129.84점)을 기록했다. 자신의 트레이드 마크인 트리플 악셀 대신 더블 악셀을 선택했다. 안정성에 중점을 두었다. 실수없는 연기를 펼친 아사다는 애슐리 와그너(독일)와 스즈키 아키코(일본), 키이라 코르피(핀란드) 등을 제치고 우승을 차지했다. 아사다 개인 통산 3번째 그랑프리 파이널 우승이었다.
라이벌 대결의 무대는 내년 3월 캐나다 온타리오주 런던에서 열리는 2013년 세계피겨선수권대회다. 2010년 올림픽 챔피언 김연아와 올 시즌 그랑프리 파이널 우승자 아사다의 대결이라는 구도가 형성됐다. 진검승부다. 일본언론들은 긴장과 경계의 빛이 역력했다. 아사히신문은 '김연아는 오랜만의 경기로 조금 긴장했다고 하지만, 1년8개월 만의 복귀에도 불구하고 3회전 연속 점프를 포함한 모든 점프를 완벽하게 뛰었다. 연기를 끝낸 뒤엔 미소를 띄우고 안심한 모습이었다'고 했다. 스포츠호치는 '김연아가 아사다의 올 시즌 쇼트프로그램 최고기록인 67.95점을 웃도는 72.27점을 기록하며 건재함을 과시했다'고 보도했다. 이 건 기자 bbadagu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