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을 대표하는 특급 마무리 후지카와 규지(32)가 시카고 컵스 11번 유니폼을 입었다. 그는 2012시즌을 끝으로 친정 일본 한신에서 FA(자유계약선수)가 됐다. 그리고 메이저리그 진출을 선언, 컵스와 2년 총액 950만달러(약 103억원)에 사인했다.
후지카와가 일본에 잔류해 FA 계약을 했다면 더 좋은 조건으로 편안하게 선수 생활을 연장했을 것이다. 하지만 그는 도전을 선택했다.
그는 먼저 미국 무대에 진출했던 선배들의 영향을 받았다. 후지카와는 컵스 홈구장 리글리필드에서 자신에게 영향을 준 선배로 개척자 우완 노모, 동갑내기 우완 마쓰자카, 천재 타자 이치로 3명을 꼽았다. 그는 "학생 때 노모가 도전하는 모습을 보고 메이저리그를 알았다. 동기인 마쓰자카가 지금은 괴로워하고 있지만 도전하는 모습도 강한 인상을 남겼다. 이치로도 그랬다"고 말했다.
후지카와는 한신에서 12시즌 동안 220세이브를 기록했다. 2007년 46세이브, 2011년 41세이브로 두 차례 구원왕을 차지했다. 2005년(46홀드)과 2006년(30홀드)엔 홀드왕에도 올랐었다.
그는 2005년부터 두각을 나타낸 후 일본 무대를 평정했다. 150㎞를 넘는 빠른 구속으로 타자들을 주눅들게 만들었다. 직구가 들어오는 걸 알면서도 속수무책으로 당했다. 2006년 일본 아사히TV에 따르면 후지카와의 직구는 초당 45번 회전해 마쓰자카(37회), 마크 크룬(41회) 보다 더 많았다. 회전수가 많을수록 타자들이 공략하기 힘들다고 한다.
후지카와는 메이저리그를 선택한 이유를 동기 부여라고 말했다. 일본에서 가졌던 것 이상의 '모티베이션'이라고 했다. 더 강한 타자들과 붙어보고 싶었다. 일본 출신으로 앞서 도전했던 선배들을 보면서 자신도 붙어보고 싶은 기분이 들었다고 했다.
후지카와의 이번 메이저리그 진출은 삼성의 돌부처 오승환(30)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오승환은 후지카와 보다 두 살이 적다. 오승환은 2014시즌, 즉 앞으로 2년 후 해외 FA가 된다. 2년 뒤면 자유롭게 해외 무대로 나갈 수 있다. 임대료(일본 진출시)와 포스팅(메이저리그)도 필요없다.
오승환은 후지카와와 비슷한 스타일이다. 한국과 일본으로 무대는 달랐지만 2000년대 중반 이후 한-일 양국을 대표하는 마무리 투수로 군림했다. 둘 다 두 차례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 세계적인 타자들을 상대로 통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었다.
2년 뒤 오승환이 메이저리그 진출을 타진할 경우 후지카와는 기준 잣대가 될 것이다. 이번 계약을 통해 후지카와는 사이닝보너스로 100만달러(약 11억원), 내년 연봉으로 400만달러(약 43억원)를 받게 됐다.
메이저리그는 국내야구 보다 일본야구를 더 높게 평가한다. 따라서 오승환도 후지카와 보다 처음엔 더 좋은 대우를 받기는 어려울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큰 차이가 나지 않을 수도 있다는 예상도 있다.
일본은 후지카와에 앞서 사사키와 사이토가 마무리로 메이저리그에서 성공한 경험이 있다. 한국은 박찬호가 메이저리그 124승으로 아시아 최다승 기록을 갖고 있다. 하지만 마무리 투수는 전무했다. 구대성이 뉴욕 메츠에서 뛰었지만 중간 계투에 그쳤다.
후지카와가 2013시즌 어떤 모습을 보여줄 지는 오승환의 메이저리그 성공 여부를 예상할 수 있는 하나의 기준이 될 수 있다. 노주환 기자 nogoo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