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인여우상의 영광은 김고은에게 돌아갔다. 사실 김고은의 수상은 7개월 전부터 예견됐다. 지난 4월 개봉한 '은교'로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캐스팅 단계부터 화제가 됐다. '은교'는 '해피엔드'를 연출한 정지우 감독이 메가폰을 잡고 지난해 청룡영화상 시상식에서 남우주연상을 수상한 박해일이 주연을 맡은 영화. 이런 작품에 '생짜 신인'이 주연으로 캐스팅됐으니 "도대체 누구길래?"란 말이 나올 만도 했다. 게다가 파격적인 노출 연기를 선보여야 하는 배역이었다.
김고은은 대학 선배인 소속사 대표가 '은교' 측에 그녀를 추천하면서 정지우 감독과 인연을 맺었다. 정 감독과 처음 만나 한 시간 반 정도 얘기를 나눈 김고은은 다음날 바로 오디션을 보게 됐다. 본인의 말에 따르면 "영화에 관계된 모든 분들이 참석한 정말 큰 오디션"이었다. 약 두 시간 동안 진행된 오디션 뒤 김고은은 "아직 마음의 준비가 안 됐다"고 솔직하게 말하며 출연 결정을 미뤘다. 하지만 이후 4일을 고민한 그녀는 출연을 결심했고, 충무로에 첫 발을 내딛게 됐다.
당시 영화계 반응은 걱정 반, 기대 반이었다. 순수함이 묻어나는 외모로 '제2의 전도연'이란 별명도 얻었지만, 한국예술종합학교를 다니던 평범한 학생이 과연 어느 정도의 연기력을 보여줄 수 있을까에 대해 걱정스러운 시선이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오디션에서 300대 1의 경쟁률을 뚫었지만, 반신반의할 수밖에 없었던 것.
그러나 영화가 공개된 뒤 걱정은 말끔히 사라졌다. 김고은은 베테랑 배우처럼 능수능란했다. 17세 소녀 은교 캐릭터를 완벽하게 표현해냈다. 노출 연기로도 화제가 됐지만, 김고은의 진가는 섬세한 표현력과 능숙한 감정 연기에서 드러났다. 단숨에 충무로 최고의 유망주로 떠올랐다. 각종 드라마와 영화, 광고 업계로부터 러브콜이 쏟아졌다.
'은교' 개봉 당시에 김고은에게 "인상적인 연기였다. 올해 신인여우상 1순위다. 청룡영화상 때 자리를 빛내주길 바란다"며 연말 시상식 얘기를 꺼냈다. 그때 그녀의 반응이 이랬다. "전 누가 안 불러줘도 갈 거예요.(웃음)"
소녀처럼 해맑은 미소를 지었지만, 연기에 대해 얘기할 때 만큼은 신인답지 않은 단단함이 느껴졌다. 노출 연기에 대해 "너무너무 무서웠다"라고 하면서도 "작품의 필수 요건이라면 배우는 몸을 사리지 않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고 당당하게 말했다. 또 "배우가 되면 뭘 하고 싶었냐?"는 질문엔 "그냥 연기를 하고 싶었다"고 담담하게 말했다.
그랬던 스물 한 살의 여배우가 결국 청룡영화상에서 신인여우상을 품에 안았다.
수상을 위해 무대에 오른 김고은은 눈물을 흘리며 잠시 말을 잇지 못했다. 이어 "'은교'라는 작품을 하면서 두려웠던 순간들이 많이 있었다. 그럴 때마다 내 곁에 감독님과 선배 배우들, 스태프 분들이 함께 해주셨다. 너무 감사드리고 이 기쁨을 같이 나누고 싶다"고 밝혔다.
또 "저로 인해서 받지 않아도 됐을 상처를 받고 마음 고생을 한 가족과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미안하고 고맙고 사랑한다"며 "앞으로 배우의 길을 가면서 많은 시련과 좌절의 순간이 있을 거라 생각한다. 그럴 때마다 나의 초심과 중심을 잃지 않겠다"고 전했다.
한국예술종합학교 연극원에 재학 중인 김고은은 '은교' 외에 단편영화 '영아'에 출연한 경험이 있다. 올해 들어 청룡영화상 신인여우상을 비롯해 제천국제음악영화제 라이징스타 어워드, 부일영화상 신인여자연기상, 대종상영화제 신인여우상, 한국영화평론가협회상 신인여우상 등 각종 신인상을 휩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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