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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찬호가 말한 유니폼 13벌에 얽힌 추억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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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찬호는 은퇴식에 야구를 한 30년 동안 자신이 입었던 유니폼을 단상 앞에 전시를 했다.

공주중-공주고-LA 다저스-방콕 아시안게임 대표팀-메이저리그 올스타전-텍사스-샌디에이고-2006 WBC 대표팀-필라델피아-뉴욕 양키스-피츠버그-오릭스-한화 등 총 13벌의 유니폼이었다. 중동초등학교 때와 한양대 유니폼은 전시할 공간이 모자라 꺼내지 못했다.

박찬호는 당초 자신의 유니폼 중 몇개만 뽑아서 할 생각을 했었다. 그래서 국가대표 유니폼과 LA 다저스, 한화의 유니폼을 골랐다. "다른 유니폼에게 미안하더라." 박찬호에겐 모든 유니폼에 기쁨과 슬픔 등 많은 추억이 서려있었다. 결국 모든 유니폼을 다 가지고 기자회견장에 왔다.

박찬호는 유니폼 하나하나를 바라보면서 추억을 꺼냈다. 한양대 시절 LA 다저스와 계약하고 미국으로 떠나기 전에 한양대 김보연 감독이 손을 잡고 울었다는 얘기를 하면서 자신도 당시의 감정에 북받친 듯 울먹이며 말을 잇기도 했다.

▶공주 중동초등학교=자리 때문에 빠지긴 했지만 야구선수로서 유니폼을 입고 등교를 했는데 그때 으쓱했던 추억이 있다. 초등학교 때 우승이란 감격을 처음 가졌다. 야구선수가 되기 부모님의 반대를 물리치고 우승을 보여드린게 기뻤다.

▶공주중학교=처음으로 투수를 했다. 투수를 잘하기 위해서 훈련했던 과정들이 생각난다. 많이 뛰었고 여러가지 스토리들이 많은데 중학교 때 저를 투수로 만들어주신 은사님(오영세 감독)이 기억난다.

▶공주고등학교=성적을 내면서 처음으로 믹구을 경험했다. 국가대표로 발탁됐는데 우승이란 감격보다 부모님께 태극마크가 찍힌 유니폼을 보여드린 기억. 처음으로 국가대표로 LA에 가서 좋은 성적을 낸게 자랑스럽다.

▶한양대학교=시골에서 살다가 서울에 와서 굉장히 외로움을 많이 탔었다. 밤마다 어두운 곳을 찾아가서 개인훈련을 했었다. 미국진출이란게 거대하고 두려웠었다. 미국에 진출할 수 있도록 배려를 해주셨던 한양대 덕분에 나머지 유니폼이 생길 수 있었다. 한양대 총장님께 감사드리고. 미국으로 떠나기 전에 감독님께서 손을 잡고 우셨는데. 술에 취해 오셔서 우시더라. (이때부터 박찬호도 울먹이며 말을 이었다)

▶LA 다저스=다저스하면 파란색 유니폼이 생각난다. 생각나는 사람이 너무 많다. 흔쾌히 한국까지 와주신 오말리 구단주, 토미 라소다 감독님. 마이너리그에서 유일하게 저의 어깨에 손을 올려주신 버트 후튼 코치님 생각나고, 미국에서 잘 적응 잘하도록 뒷바라지를 해주고 에이전트를 잘해주셨던 스티브 김씨가 생각난다.

▶방콕 아시안게임=대표팀 유니폼이기 때문에 태극마크를 달 수 있다는 것은 영예다. 많은 분들에게 선택되지 않는 것이기 때문에 고마운 의미. 방콕 아시안게임 금메달의 감격은 아마 베이징 올림픽을 볼 때의 감격 이상이었다. 대표팀 유니폼이 소중하게 남을 것 같다. 태극마크가 있기 때문에 나에겐 굉장히 소중하다. 미국가서 고생하면 애국심이 더 생기는 것 같다. 외국에서 고생하시는 분들이 조국을 생각한다는데 나도 그랬다.

▶올스타전=저 유니폼을 보면 홈런 맞았던 기억이 난다. 칼 립켄 주니어에게 홈런을 맞았는데. 불펜에서 준비를 하면서 어떻게 상대할까 생각을 하다가 그 선수가 그 경기에서 은퇴한다는 말을 듣고 삼진보다는 직구로 한가운데를 던져주겠다고 생각했다. 립켄 주니어가 안칠 수도 있고 내 마음을 알든 모르든 한가운데로 던졌는데 홈런을 만들어내는 드라마틱한 장면을 만들어냈다. 조연 역할을 했던 것 같다.

▶텍사스=나에게 '먹튀'라는 값진(?) 별명을 줬다. 처음엔 분했다. 내 속마음을 이해하지 못하고 난 최선을 다하고 부족할 뿐인데 그게 죄처럼 여겨졌던게 분하고 아쉬웠다. 그러나 그 아픔을 만들어줬기 때문에 그것을 견디고 더 강해질 수 있었다. 지금까지도 저와 저의 가족들, 형제들이 편리할 생활을 할 수 있게 경제적으로 도움을 줬던 팀이기 때문에 고맙고, 야구를 새롭게 대할 수 있게 한 유니폼이다.

▶샌디에이고=앞으로 더 많은 인연을 가질 수 있는 팀인 것 같다. 2005년도에 샌디에이고로 트레이드 되면서 그 해 텍사스와 합쳐서 12승을 해서 이후 커리어에 용기를 줬다. 오말리씨를 통해 선수는 아니지만 그 팀과 관계를 맺을 것 같다. 다양한 공부를 할 계획이 있다. LA 다저스 이후 다시 내셔널리그를 추억할 수 있는 팀이다.

▶WBC=이 대회를 통해서 제가 한국인이란 진한 감격과 국가에 대한 애정을 느낄 수 있었다. 방콕 아시안게임도 있었지만 WBC는 야구에서 성공한 한국선수들이 모여서 성숙한 야구를 함께 하고 한국야구를 제대로 선진야구에 알릴 수 있었던 계기였다. 너무나 값진 추억은 어느 다른 유니폼 못지 않았다.

▶필라델피아=(직접 다른 선수들의 사인이 있는 뒷면을 보여주며) 유니폼 뒷면에 사인이 있다. 전혀 기회가 없을 것 같았던 2007년 이후로 메이저리그에서 꿈을 꿨던 월드시리즈에 진출해서 입고 있던 유니폼에 함께 했던 선수들의 사인을 받았다. 내셔널리그 챔피언 반지와 함께 소중히 아끼고 싶은 유니폼이다.

▶뉴욕 양키스=메이저리그에서 상징적인 팀이다. 그해 훌륭한 선수들을 경험할 수 있었다.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던 유니폼이다. "끝날 때까지는 끝난 게 아니다"라는 말을 했던 요기 베라를 만날 때마다 굉장히 많은 질문을 한 기억이 난다.

▶피츠버그=애정과 고마움이 남아있는 유니폼이다. 나에게 다시 손을 내밀어준 팀이고 메이저리그 마지막 팀이다. 아시아 최다승인 124승을 할 수 있었고 미국 선수들에게서 애정과 배려를 가장 많이 받았던 유니폼. 마지막 추억을 되새기게 한 유니폼이다.

▶오릭스=일본야구에 관심이 많았는데 일본에서 뛸 수 있게 했다. 비록 성적은 초라하지만 나에 대한 배려와 미국에서의 많은 커리어에 대해 인정을 해준 팀이었다. 이승엽과 같은 유니폼을 입고 뛴 것이 좋았다.

▶한화=오늘 오렌지색 넥타이를 했다. 1년전 입단식에도 오렌지색 넥타이를 했었고. 남들이 내게 오렌지색이 가장 어울린다고 한다. 마지막을 장식하는데 큰 기회를 줘서 소중하고 이 자리를 값지게, 감동있게 만들어준 추억에 남는 유니폼이다. 권인하 기자 indy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