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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의' 러브라인 매력 반감시키는 여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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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일 방송된 월화드라마 '마의' 17회 엔딩에서, 왕 현종(한상진)의 남자가 되기 위한, 혜민서 최고의 엘리트 의생 윤태주(장희웅)와 마의출신 신의 손 백광현(조승우)의 피할 수 없는 정면승부가 예고됐다. 그것은 마치 만화 '슬램덩크' 속 이정환의 해남고과 강백호의 북산고가 전국대회 출전권을 놓고 맞붙은 인상을 준다. 의생으로서 탄탄한 기본기, 냉정한 계산이 가능한 윤태주와 기본은 아직 덜 됐으나 뜨거운 열정, 틀에 박힌 형식을 깨는 기발함이 빛나는 백광현. 과연 누가 왕의 남자로 간택되어, 시험을 무사통과할 것인가.

모두가 백광현에게 불리한 대진이라 평했다. 상대가 윤태주라 운이 없었다고 얘기한다. '과연 그럴까?' 이런 대진표를 짜도록 유도한 사람이 이명환(손창민)이고, 그에게 매수당한 권석철(인교진)의 계략이 치졸한 건 사실이다. 하지만 주인공 백광현의 '상대가 강할수록' 지켜보는 입장에선 흥미롭고 긴장감을 느낄 수 있다. 백광현의 상대가 윤태주라서 다행이지, 박대망(윤봉길)이었다면 극의 재미는 대망이었을테니까. 덕분에 마의 18회 시청포인트는 뚜렷하고 기대감을 높인다.

승부의 세계. 게임의 법칙에서, 상대가 강할수록 승부욕을 강하게 자극하듯이, 드라마도 다를 바 없다. 주인공과 대립각을 세우는 상대를, 악역을 어느 정도 수준까지 올리는 게 좋을까. 얼마나 매력적이게 그릴 수 있는가에 따라, 상대하게 될 주인공의 매력도 동반 상승한다. 드라마 '마의'는 지금껏 주인공 백광현에게 매번 강하고, 매력적인 위기상황에 노출시켰고, 윤태주와의 대결 또한 그 연장선에 있다.

그렇다면 드라마 '마의'속의 승부가, 백광현이 마의에서 인의되는 과정에만 있을까. 아니다. 러브라인속에도 존재한다. 17회에서 이성하(이상우)는 백광현에게, 자네의 재능을 인정하며 좋은 의관이 되길 기대한다면서도, 혜민서 의녀 강지녕(이요원)과 일 외적으로 만나거나, 남다른 감정(사랑)을 품는 것은 경계하라며 충고했다. 천민 광현과 양반 지녕은 연인이 될 수 없는 관계이며, 혹여 그러한 희망을 품고 접근한다면, 서로가 상처만 입게 될 것이라는 경고.

성하가 지녕을 사랑하는 것과 별개로, 그의 충고는 현실적이었다. 그래서 광현도 지녕에게 까칠하게 대했던 것이다. 광현에게 건넨 성하의 충고가, 향후 펼쳐지게 될 광현-지녕-성하의 삼각관계를 예고한다. 드라마 '마의'의 러브라인 중심은 결국 이들 세사람의 몫이 될 것임을. 그렇다면 광현바라기 숙휘공주(김소은)는? 광현이 목숨을 구해준 청상과부 서은서(조보아)는?

여기서 왜 그동안 '마의'의 여주인공 강지녕의 매력이 떨어졌는지가 분명해진다. 광현과의 러브라인에서 숙휘공주나 서은서가 강한 상대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이성하처럼 백광현에게 묵직한 돌직구로 헛스윙을 유도하는 힘을, 숙휘공주와 서은서는 보여주지 못했다. 저러다 강지녕이 숙휘공주나 서은서에게 백광현을 빼앗기는 게 아닌가란 위기감을 조성하지 못했다.

특히 숙휘공주의 경우, 최근 들어 의미없는 분량을 이어가고 있다. 광현을 향한 그녀의 무모할 정도의 열정적인 짝사랑은 대단하나, 만남자체가 이뤄지지 않아 도돌이표를 찍고 있다. 그저 여배우 김소은의 귀엽고 상큼한 매력을 지켜보는 재미,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러브라인에 긴장감을 전혀 조성하지 못하는 실정이다. 단지 숙휘공주가 있어, 곽상궁-마군관-중전-대비마마 등이 짧은 분량이나마 확보할 수 있는 상황. 숙휘공주가 백광현을 위해 존재하는 게 아니라, 곽상궁 등을 위해 존재하는 인상이다.

그래서 미모의 젊은 과부 서은서를 기대했다. 하지만 등장부터 조보아 발연기란 시청자의 혹평으로 비틀거렸다. 백광현을 사모하기 전에, 발연기란 그림자부터 지워야 할 형편. 다행히 17회에서 조보아는 16회보다 안정감 있는 연기로 한숨 돌릴 수 있었다. 숙휘공주가 힘들다면 서은서라도 백광현과의 의미있는 만남이 뒤따라야, 강지녕도 광현에 대한 자신의 감정을 읽고 좀 더 적극적인 행보를 보일 텐데, 아직까지도 곰탱이처럼 마냥 태평하기 짝이 없다.

즉 그동안 여주인공 강지녕의 매력이 반감되었던 건, 광현을 대하는 곰탱이같은 그녀의 성격에도 문제가 있었지만, 지녕의 라이벌인 숙휘공주-서은서가 이성하처럼 적극적으로 러브라인에 녹아들지 못하고, 긴장감을 조성하지 못한 측면도 간과할 수 없다. 단순한 신분차이 때문이 아니다. 백광현과의 만남자체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별다른 진전이 없었기 때문이다.

막말로 숙휘공주나 백광현 빠순이를 연상시키며 호들갑 떠는 의녀무리들과 무슨 차이가 있는가. 한 장면을 나오더라도 다음에 대한 기대감을 주어야 하는데, 숙휘공주의 광현앓이는 회를 거듭할수록 기대감을 떨구고 있다. 백광현은 고사하고 매번 곽상궁을 얼굴만 쳐다보며 역정만 내는 코스. 그나마 은서가 광현을 찾아가, 고맙다고 눈물을 흘리며 청순과 내숭을 품은 노련한 청상과부의 작업스킬을 보여준 게 인상적일 정도다.

주인공의 상대가 강해야 한다. 주인공이 상대를 의식할 수 있어야 한다. 백광현의 좋은 상대 윤태주처럼, 러브라인에서도 좋은 파트너가 있을 때 주인공도 빛난다. 백광현이 이성하에게 한소리 듣고서 강지녕에게 까칠하게 대하는 심경의 변화를, 숙휘공주나 서은서를 통해서 강지녕에게도 이끌어낼 수 있을 때, 숙휘나 은서의 매력도 살고 여주인공 지녕의 매력도 상승할 수 있다.

드라마 '마의'가 멜로드라마는 아니나, 러브라인도 잘 살릴 때 재미를 극대화시킬 수 있다. 그러나 현재 러브라인만 놓고 보면 따로국밥이다. 인물들이 서로 만나지도 얼키지도 못하고 단편적인 관계로 흐른다. 때문에 바람둥이도 아닌 백광현주변에 여자가 많이 꼬일 필요가 있는지도 의문스러울 정도다. 만일 백광현-강지녕커플의 위기가 식상한 부모의 반대(이명환의 반대)코스로만 흐른다면, 숙휘공주-서은서의 매력은 물론이고, 의녀가 아닌 여자 강지녕의 매력도 지금처럼 애매한 수준에 머무르진 않을까. 강지녕을 중심으로 여자캐릭터들의 분발을 기대한다. <한우리 객원기자, 대중문화를 말하고 싶을때(http://manimo.tistory.com/)>

※객원기자는 이슈에 대한 다양한 시각을 위해 스포츠조선닷컴이 섭외한 파워블로거입니다. 객원기자의 기사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