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상이몽의 만남이었다.
25일 서울 잠실실내체육관에서 2라운드 최종전을 치른 서울 삼성과 부산 KT는 똑같이 5할을 바라봤다.
공동 6위를 형성하고 있던 두 팀은 이날 경기를 이겨야 9승9패로 2라운드를 마감한 뒤 프로-아마 최강전을 홀가분하게 맞을 수 있었다.
5할 승률이라 하면 6강 플레이오프의 운명을 판가름짓는 마지노선이다.
이 때문인지 김동광(삼성), 전창진(KT) 감독은 표현만 달랐다 뿐이지 이날 경기 전부터 '5할'에 강한 집념을 보였다.
그래서일까. 양 팀은 경기 초반부터 팽팽한 접전을 펼쳐나갔다. 1쿼터를 KT가 17-13으로 약간 우세를 보이는가 싶더니 2쿼터 들어서는 삼성이 33-31로 뒤집기에 성공하며 결코 물러설 태세가 아니었다.
결국 절박함에서 차이가 났다. 삼성은 이날 올시즌 팀 자체 최다연승(3연승)을 바라보고 있었다. 최다연패가 2연패 밖에 안되지만 연승 분위기를 타지 못한 바람에 줄곧 6강 언저리에서 맴돌았던 삼성이다.
이날 기필코 3연승의 휘파람과 함께 단독 6위를 탈환해야겠다는 의지가 상대적으로 강할 수밖에 없었던 모양이다. 이런 절박함은 경기가 끝난 뒤 김 감독의 모습에서 여실하게 드러났다.
공식 인터뷰장에 들어선 김 감독은 가까이 앉아서도 대화를 하지 못할 정도로 목이 쉬어있었다. 경기종료 2분전부터 갑자기 목이 잠기는 바람에 작전타임때 지시도 글로 써야 했을 정도였단다.
김 감독은 전문 성우 뺨치는 멋드러진 목소리로 소문난 인물이다. 경기 전까지만 해도 특유의 음성을 자랑하던 그가 말도 못할 정도로 망가진 이유는 자명했다.
김 감독은 "선수들이 지시한대로 움직이지 않아서 소리치고, 야단치다보니 나도 모르게 그렇게 됐다"면서 "감독 생활에 이런 경우는 드물다"고 말했다.
이처럼 목이 쉬도록 채찍을 든 효과가 있었다. 공교롭게도 이날 승리의 일등공신이 야단을 많이 맞았던 선수였으니 말이다. 김 감독의 표현대로 "나에게 욕을 하도 많이 들어서 눈도 마주치지 않으려고 슬슬 피한다"고 지목한 이는 이동준이었다.
이동준은 이날 17득점, 13리바운드로 더블더블 활약을 펼치며 64대60 역전승을 하는데 알토란같은 역할을 했다. 특히 초반 열세를 뒤집는 반판이었던 2쿼터에 확률높은 골밑 공략으로 8점을 쓸어담으며 분위기를 주도했다. 승부처인 4쿼터 들어서는 팀내 가장 많은 4개의 리바운드 걷어내는 등 4쿼터 리바운드 대결에서 15-9로 우위를 점하게 만들었다.
김 감독의 '채찍요법'이 먹혀들었던 선수는 이동준 뿐만 아니었다. 황진원은 최근 허리 통증 때문에 1주일간 훈련에 빠지면서 김 감독으로부터 "너무 약해 빠진 것 같다"는 지적을 받았다.
그러자 황진원은 이날 KT의 상승세에 찬물을 끼얹는 3점슛 3개를 포함해 12득점, 3어시스트를 기록하며 출전시간(22분40초) 대비 최고 효율을 보였다.
반면 KT는 4쿼터 초반 어이없는 공격 실패를 남발하며 사실상 자멸했고, 4쿼터 막판에는 어설픈 심판 판정에 추격의지를 꺾이고 말았다.
한편, SK는 박상오(13득점, 6리바운드)와 김선형(20득점)을 앞세워 LG를 83대61로 꺾고 4연승, 모비스와 함께 공동 1위(13승4패)에 올랐다. 잠실실내=최만식 기자 cms@sportschosun.com, 잠실학생=정현석 기자 hschung@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