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만에 세상은 극과 극으로 달라졌다.
최용수 FC서울 감독은 수석코치 시절인 지난해 4월 26일 황보관 감독이 성적 부진으로 물러난 자리를 채웠다. 감독대행으로 지휘봉을 잡았다. 연착륙에 성공했다. 정규리그와 아시아챔피언스리그, FA컵, 컵대회 등 33경기에서 20승5무8패를 기록했다. 15위까지 추락한 팀을 3위에 올려놓았다. 하지만 끝은 아픔이었다. 2011년 11월 19일 포스트시즌의 첫 판인 6강 플레이오프에서 울산과 맞닥뜨렸다. 그러나 힘 한번 제대로 써보지 못하고 1대3으로 무너졌다.
시즌을 접은 그는 경기 후 "선수들은 최선을 다했다"고 책임을 자신의 탓으로 돌렸다. 지도력을 점수로 매겨달라는 질문에는 "나에게 스스로 점수를 매기기에는 부족함이 많다. 한 49점 정도라고 하는 것이 적절한 표현 같다"고 말한 후 쓸쓸히 기자회견장을 떠났다.
우여곡절은 있었지만 최 감독은 올시즌 대행 꼬리표를 뗐다. 서울의 정식 감독으로 취임했다. 기대반, 우려반이었다. 과연 정상에 등극할 수 있을지, 물음표였다. 굴곡이 있었다. 수원에 7연패를 당하는 슬픔도 있었다. 하지만 흔들리지 않았다.
마침표는 지난해와는 정반대였다. 2012년 11월 21일, 최 감독은 2012년 K-리그 최고봉에 올랐다. 승점 90점(27승9무5패)을 기록, 남은 3경기 결과와 관계없이 우승을 확정지었다. 8월 22일 선두를 탈환한 서울은 단 한 차례도 1위 자리를 내주지 않았다. K-리그 사상 첫 스플릿시스템이 시작된 9월 16일 이후 8승2무1패를 기록하는 고공행진으로 순조롭게 정상을 밟았다. 최 감독은 한 시즌내내 선수들과 줄다리기를 했다. 때론 당근, 때로 채찍으로 선수단을 장악했다. 서울의 우승은 바로 최 감독이 빚어낸 작품이다.
그는 지난해와 달리 올해는 선수 '탓'이라고 했다. 경기 후 모든 공을 선수에게 돌렸다. "내가 주인공이 되기 보다 조연이 되고 싶었다. 가장 큰 우승 원동력은 선수들이다. 선수들이 원하는 꿈을 이루게 도우미 역할을 했을 뿐이다."
올해 점수가 궁금했다. 그는 22일 "내 점수는 이제 51점"이라며 수줍게 웃었다. 여전히 갈 길이 멀단다. 최 감독은 "49점과 51점은 차이가 없는 것 같지만 피부로 다가오는 체감온도는 다르다. 절반인 50점을 넘은 것은 그나마 다행"이라며 "배워야 할 것이 더 많다. 지도자 인생은 이제 시작일 뿐"이라고 강조했다.
K-리그를 정복한 최 감독은 벌써 내년을 준비중이다. 아시아 정상을 향해 첫 발을 내디뎠다. 고지는 아시아챔피언스리그 우승이다. 그는 지난해 대행으로 챔피언스리그를 경험했지만 8강 문턱을 넘지 못했다.
2013년 최 감독은 자신에게 과연 몇 점을 줄까. 시험은 시작됐다. 김성원 기자 news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