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보러 가시는구만, 요즘 강등 안되려고 애 많이 쓰는 것 같던데요."
21일 강릉버스터미널에서 만난 택시기사는 강릉종합운동장을 행선지로 대자 씩 웃었다.
겨울을 재촉하는 차가운 가을 바람은 강릉이라고 해서 다를게 없었다. K-리그 사상 첫 강등의 위기에 내몰린 강원FC의 현실은 바람보다 더 차갑다. 경기 시작 30분을 남겨놓고도 썰렁한 경기장 앞은 추락하는 순위 속에 멀어진 도민들의 관심과 최근 분위기를 대변하는 풍경이었다. 전남 드래곤즈와의 2012년 K-리그 41라운드를 보기 위해 경기장을 찾은 관중은 1313명이었다. K-리그 400경기 출장 기록을 세운 김은중이 팬들을 위해 준비한 1997개의 커피에 사흘 밤낮 스티커를 붙이면서 경기를 준비했던 강원 구단 직원들의 어깨가 처질 만했다. 강원은 이날 전남에 패하면서 5경기 연속 무패(3승2무·상주전 기권승 포함)가 깨졌다. 승점도 40에 그치면서 인천 유나이티드와 비긴 광주FC(승점 41)와의 승점차도 벌어졌다.
바람 앞의 등불 같은 강원의 운명이다. 강원 구단 직원들은 지난 두 달간 '무보수 봉사'를 하고 있다. 9월부터 구단 운영에 필요한 자금이 바닥을 드러내면서 선수단 월급 체불 문제까지 불거졌다. 강원도의 지원 등으로 가까스로 선수단 월급은 맞추게 됐다. 그러나 구단 직원들과 김학범 감독 및 코칭스태프의 월급 통장은 여전히 채워지지 않고 있다. 시즌이 종료되는 12월까지 선수들의 월급을 맞춰줄 자금은 마련되어 있지만, 구단 직원들과 코칭 스태프의 사정은 나아질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최근 강원 구단 최대 스폰서인 하이원리조트가 잔류를 전제조건으로 포상금과 지원 확대를 약속한게 그나마 위안거리다.
포기는 곧 끝을 의미한다. 김 감독은 아직 기회가 충분하다고 믿고 있다. "지금은 결과를 속단하기 힘들다"면서 "(상주전을 제외한) 남은 두 경기를 어떻게 끌고 가느냐에 따라 성적이 결정이 될 것 같다." 어려운 시기를 이겨내고 뭉친 선수들의 힘을 믿고 있다. "내가 굳이 말하지 않아도 선수들이 잘 해주고 있다. 고마운 일이다. 반드시 좋은 성과를 낼 것이라고 믿는다." 투혼에 사활을 걸고 있는 강원이다. 강릉=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