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시즌 NBA의 시즌 전 전망을 한마디로 표현하면 '빈익빈 부익부의 심화'였다.
LA 레이커스는 스티브 내시와 드와이트 하워드를 가세시키며 '판타스틱 4'를 형성했고, 마이애미는 기존의 빅3(르브론 제임스, 드웨인 웨이드, 크리스 보시)에 약점이던 슈터보강(레이 앨런, 라샤드 루이스)을 마쳤다.
'2강 체제'에 오클라호마시티 썬더와 LA 클리퍼스 정도만이 대응할 수 있을 것으로 예측했다. 하위권 팀들은 일제히 리빌딩에 들어갔다.
문제는 어중간한 팀들이었다. 멤피스는 리빌딩을 끝냈다. 하지만 상대적인 전력의 차이가 생겼다. 포지션별로 선수 면면을 따지면 상위권 팀들과 경쟁이 쉽지 않았다.
20일(한국시각) 현재 순위표를 보자. 서부 1위는 멤피스다. 8승2패다.
다크호스를 넘어서 이젠 상위권 판도를 뒤흔들 '태풍의 눈'으로 성장했다. 지난 12일 마이애미에 완승(104대86)을 거뒀고, 오클라호마시티를 107대97로 눌렀다. 올 시즌 동부 1위를 달리고 있는 뉴욕 닉스마저 105대95로 깼다. 더욱 인상적인 것은 그들의 전력 자체가 매우 안정적이라는 것이다. 일시적인 돌풍이 아니다.
이유가 있다. 그들의 수비력 때문이다.
가드진은 마이크 콘리와 토니 앨런이 형성한다. 그들의 수비력은 리그에서도 정평이 나 있다. 거칠면서도 빠르다.
스몰포워드 루디 게이는 잠재력을 올 시즌 완전히 폭발시켰다. 슈퍼 에이스급 선수로 거듭나고 있다. 르브론 제임스와 케빈 듀란트와 견주어도 힘대결에서 밀리지 않는다.
여기에 베테랑 파워포워드 자크 랜돌프, 농구 센스가 뛰어난 견실한 센터 마크 가솔이 버티고 있다. 그들은 손발을 본격적으로 맞춘 지 3년이 흘렀다.
게이를 중심으로 시작한 리빌딩. 3년 전 랜돌프와 앨런이 멤피스에 합류하면서 지금은 베스트 5가 완성됐다. 지난해 슈퍼 식스맨이었던 O.J 마요를 댈러스로 내보냈지만, 그들은 더욱 강해졌다.
멤피스의 도약이 인상적인 이유는 따로 있다. 최근 NBA의 강력한 트렌드는 우승반지를 위한 슈퍼스타들의 이합집산이다.
하지만 멤피스의 돌풍은 그 트렌드와 완전히 정반대다. 정통적인 리빌딩의 방식으로 팀이 강해질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예다.
게다가 공격보다는 수비로 위기를 헤쳐나가는 특징도 가지고 있다. 멤피스의 경기당 평균 득점은 100.2득점(9위)이다. 평균 실점은 30개 팀 중 24위(92.6실점)다. 빠른 스피드를 지닌 멤피스다. 10경기 동안 상대한 팀이 공격력이 강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멤피스의 수비력은 경이적이다. 개개인의 수비능력 뿐만 아니라 조직적인 수비에도 능하다.
최근 NBA는 우승을 위해 성급했다. 거액의 연봉을 지급하며 슈퍼스타들을 끌어모았다. 그리고 결국 우승을 하는 경우가 많았다. 때문에 정상적인 리빌딩의 존재가치는 점점 작아져갔다.
하지만 멤피스의 돌풍은 이같은 트렌드에 역행했다. 물론 플레이오프와 같은 최대승부처에서 멤피스가 어떤 경기력을 펼칠 지는 모른다. 판타스틱 4와 빅3의 반격이 있을 수 있다. 하지만 멤피스의 '신선한 반란'이 인상적인 것은 변하지 않는다. 류동혁 기자 sfryu@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