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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산시의 열정, 러시앤캐시 '1R 전패'에도 희망가 부르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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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구 보러 오셨슈? 여기 배구단 생기니까 사람들이 다 좋아해유."

21일 천안아산역에서 택시에 올라탔다. 기사는 아산 이순신체육관을 간다고 하자 '배구' 이야기부터 꺼냈다. 14일 LIG손해보험과의 2012~2013시즌 NH농협 V-리그 홈개막전 이야기를 술술 풀었다. 최홍석과 안준찬, 다미 등이 인상깊었다고 했다. 체육관 앞에서도 마찬가지였다. 관중들은 이미 기대감에 들떠 있었다. 지나가던 한 관중은 "승부가 중요하지 않다. 열심히 뛰는 모습이 너무 보기 좋다"고 했다. 배구에 대한 아산 시민들의 관심이 그대로 드러났다.

올 시즌 서울에서 아산으로 연고지를 옮긴 러시앤캐시가 배구 열풍을 일으키고 있다. LIG손해보험전에서는 이순신체육관의 3500여석을 가득 채웠다. 이날 열린 삼성화재전에서도 3082명이 들어찼다. 선수들이 좋은 경기력을 보여줄 때마다 우레와 같은 박수가 터져나왔다. 응원 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윈-윈 효과였다. 시즌이 시작되기 전 러시앤캐시는 경기장이 필요했다. 당초 홈으로 쓰고 있던 서울 장충체육관이 리모델링에 들어갔다. 러시앤캐시를 관리하고 있는 한국배구연맹(KOVO)은 각 도시를 돌며 유치 의사를 타진했다. 손사래를 치는 곳이 많았다. 난감했다. 이 때 아산시로부터 연락이 왔다.

아산시는 지역을 홍보할 것에 목말라 있었다. 지역을 홍보할 것이라고는 온양온천과 충무공 이순신의 숨결이 묻어있는 현충사밖에 없었다. 새로운 무엇인가가 필요했다. 여기에 대기업의 공장들이 인근에 들어섰다. 젊은이들이 많이 유입됐다. 마땅히 즐길 거리가 없었다. 때마침 아산이순신체육관이 7월 개관했다. 체육관을 놀릴 수는 없었다. 적극적으로 나섰다. 당근을 제시했다. 유치비로 5억원을 내놓았다. 체육관 대관료도 받지 않았다. 훈련도 체육관에서 할 수 있게 했다. 체육관 내 웨이트 트레이닝장도 선수단에게 무료로 개방했다. 아산시의 적극 공세에 KOVO의 마음도 동했다. 러시앤캐시는 아산에 둥지를 틀었다.

유치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다. 아산시는 매 경기 직원을 파견해 경기 운영을 함께 하고 있다. 러시앤캐시 완전 유치를 위한 포석이다. 복기왕 아산시장은 "배구단 유치는 아산시민에게 단비와 같다"면서 "러시앤캐시의 완전 유치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선수단에게 사랑도 듬뿔 쏟고 있다. 식당에서는 공기밥에 꾹꾹 눌러 주는 것은 기본이다. 체력 운동을 위해 웨이트트레이닝장에 나오면 콘서트장을 방불케한다. 운동하던 시민들은 선수들 주위로 몰려든다. 특히 외국인 선수 다미는 최고의 인기다. 운동을 하러 온 시민들은 다미를 붙잡고 말을 걸거나 기념 사진을 찍는다. 엄지를 치켜세운다. 선수들도 즐거워한다. 김호철 러시앤캐시 감독은 "시민들의 성원 덕분에 선수들도 배구할 맛이 난다며 기뻐한다"고 밝혔다.

아산 시민들의 성원에 힘입어 러시앤캐시는 이날 최강 삼성화재를 끈질기게 물고 늘어졌다. 0대3(27-29, 21-25, 25-27)로 졌지만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1세트와 3세트에서는 듀스까지 가는 접전을 펼쳤다.

한편, 화성실내체육관에서 열린 여자부 경기에서는 IBK기업은행이 KGC인삼공사를 3대1(25-21, 22-25, 25-17, 25-14)로 눌렀다. 아산=이 건 기자 bbadagun@sportschosun.com



◇2012~2013시즌 NH농협 V-리그 전적(21일)

삼성화재(5승) 3-0 러시앤캐시(5패)

IBK기업은행(4승1패) 3-1 KGC인삼공사(1승4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