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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승후보' LIG손해보험, 1라운드 3승2패의 의미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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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묘한 결과다. 눈물 짓기도 그렇다고 마냥 웃을수도 없다. 3승2패. 올 시즌 V-리그 우승을 노리는 LIG손해보험이 손에 쥔 1라운드 성적표다.

LIG손해보험은 징크스가 있다. 매 시즌 호기롭게 출발한다. 막대한 투자로 팬들의 기대감을 높인다. 하지만 불운이 찾아온다. 주전 선수들의 부상이나 조직력 결함이다. 항상 시즌 말미가 되면 LIG손해보험의 성적표는 초라하다. V-리그 출범 후 챔피언결정전에 올라선 적은 한번도 없었다.

올 시즌이 시작되기 전 LIG손해보험을 바라보는 시선은 '혹시나'였다. 여름 수원에서 열린 KOVO컵에서 무패 우승을 차지했다. 주포 김요한과 이경수의 몸상태가 모처럼 괜찮았다. 부상이 없었다. 여기에 쿠바 출신 레프트 까메호를 영입했다. 2m6의 장신 까메호는 세터 출신이다. 파워 넘치는 공격은 물론이고 서브리시브와 2단 토스까지 겸비한 올라운드 플레이어다. 그 어느때보다 공격 삼각편대에 무게감이 실렸다.

준비도 철저했다. 지난 시즌 부임한 이경석 감독은 올 시즌에 초점을 맞추었다. 지난 시즌은 조직력을 갖추기 위한 시험 무대였다. 황동일을 대한항공에 내주었다. 이효동과 김영래를 데려왔다. 자신의 입맛에 맞는 선수 조합을 찾기 위해 노력했다 올 시즌 신인드래프트에서는 최대어인 이강원을 데려왔다. 시즌 시작 직전 열린 미디어데이에서 각 팀 감독들은 우승후보 1순위로 LIG손해보험을 꼽은 것도 이 때문이었다.

시즌이 시작된 뒤 평가가 달라졌다. '혹시나'는 '역시나'로 바뀌었다. 삼성화재와 현대캐피탈을 맞이했다. 2연전 모두 1대3으로 졌다. 2연패였다. 선수들의 개인 기량은 뛰어났다. 역시 조직력이 문제였다. 승부의 분수령에서는 언제나 범실이 나왔다. 선수들 사이의 호흡에도 문제가 있었다. '겉만 화려한 모래알 배구'라는 평가였다. 시즌 초반이었지만 고치지 않는다면 3위까지 주어지는 플레이오프 티켓도 쉽지 않아 보였다.

17일 대한항공전 이후 '역시나'는 다시 '혹시나'로 바뀌었다. 3대0으로 완파했다. 반전의 발판을 마련했다. 공격력에서 앞선 것은 기본이었다. 범실도 대한항공보다 적었다. 선수들의 투지도 앞섰다. 공을 향해 몸을 던졌다. 팀이 확 달라졌다. 3연승을 달렸다.

연승을 달리는 동안 LIG손해보험은 자신들의 강점을 그대로 보여주었다. 공격이 다채로웠다. 까메호의 5경기 평균 공격 점유율은 36.65%였다. 김요한이 28.93%, 이경수가 18.68%였다. 까메호와 김요한 이경수에게 공격 기회가 골고루 돌아갔다. 승부처에서 까메호에게 2단 공격을 올리는 것이 아닌 다양한 패턴 플레이를 했다. 이 뒤에는 세터 이효동이 있다. 현대캐피탈전부터 주전 세터 자리를 되찾았다. 이효동은 빠르면서도 안정적인 토스로 공격 삼각편대의 기량을 최대치로 끌어올렸다. 이경수 감독도 "이효동이 경기 운영에 자신감을 얻고 있다"며 칭찬했다.

이제 시작이다. LIG손해보험이 선두권으로 올라서기 위해서는 2라운드부터가 중요하다. 현대캐피탈과 삼성화재를 넘어서야 한다. 1라운드에서 0대3으로 셧아웃됐던 대한항공도 칼을 갈고 있다. 이들 세 팀과의 맞대결에서 좋은 성적을 내지 못한다면 올 시즌 목표인 V-리그 우승은 공염불이 될 수 밖에 없다. 이 건 기자 bbadagu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