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온 뒤 땅이 굳어지는 것일까.'
한화가 FA(자유계약선수) 영입 실패 이후 적잖은 내홍을 겪었다.
한화는 김응용 감독을 영입하면서 FA 2명을 잡아주겠다는 약속을 한 바 있다.
하지만 김 감독이 요청한 것으로 알려진 정현욱(LG 입단예정) 김주찬(KIA 입단예정)을 영입하는데 실패하면서 아무런 소득을 거두지 못했다.
이후 문제가 불거졌다. 서산구장에서 마무리 캠프를 지휘하던 김 감독은 대놓고 불만을 표출하지 않았지만 조용히 행동으로 보였다.
한동안 구단과의 연락을 끊었고, 19일 1일 휴식 후 20일 재개된 훈련에서는 오후 늦게 출근했다.
"김 감독은 구단 사장까지 지낸 분이고 나이도 있으신데 어떻게 일일이 아쉬운 점을 먼저 말씀하시겠느냐. 그렇다보니 속앓이만 컸다"는 게 구단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관계자들에 따르면 김 감독이 크게 아쉬웠던 대목은 FA를 잡지못한 결과보다 그 과정이었다.
같은 배를 탔으면서도 코칭스태프 현장과 매끄럽게 융화되지 못한 엇박자 전력보강 시스템이 그것이다.
구단은 김 감독이 부임한 이후 전력보강 문제를 논의하는 과정에서 현장의 의견에 큰 비중을 두지 않았다.
감독이 원하는 선수가 있으면 어떻게든 긍정적인 입장에서 일을 추진하는 게 프로 스포츠계의 보편적인 업무 행태다.
구단이 좋은 재료를 갖다 주면 이를 맛깔나게 요리하는 것은 코칭스태프의 몫이다.
하지만 구단은 김 감독에 맞춰 손뼉을 치기보다 이런 저런 부정적인 이유를 대는 경우가 많았다. 김 감독 입장에서는 '과연 FA 영입에 의지가 있는 것인가'하는 의문이 들게 만들었다.
FA 영입 실패 이후 해명하는 과정에서도 김 감독의 심기를 건드리기에 충분했다. LG와 KIA의 코칭스태프가 적극 나섰기 때문에 놓칠 수밖에 없었다는 뉘앙스를 풍긴 것이다.
이를 두고 주변에서는 "이건 오히려 김 감독 입장에서 들으면 '그럼 나는 그들 보다 덜 간절했단 말인가'하는 반감을 가질 수도 있게 하는 말"이라고 꼬집었다.
결국 김 감독의 불편해진 심기가 곳곳에서 감지됐고, 구단은 발빠르게 내홍 수습에 나섰다.
구단 측은 20일 김성한 수석코치와, 21일 김응용 감독과 연쇄회동을 갖고 허심탄회하게 오해풀기와 개선책 마련에 나섰다.
구단과 코칭스태프는 서로의 입장을 주고받으면서 심기일전을 통해 다시 똘똘 뭉치기로 마음을 모았다고 한다.
한화는 새로운 체제가 출범한 지 1개월 여만에 상처가 더 곪기 전에 치유에 나섰으니 오히려 다행이라는 분위기다.
한화는 이번 FA 내홍을 겪으면서 소중한 교훈을 새삼 깨달았다. 소통과 화합이다.
새로 소통하고 화합에 나선 한화가 앞으로 전력보강 실패의 위기를 어떻게 헤쳐나갈지 관심이 모아진다.최만식 기자 cm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