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택의 폭이 그리 넓지는 않다. 또 수요자의 의지도 강력하다.
FA 홍성흔의 친정팀 복귀가 유력하게 점쳐지고 있다. 원소속팀을 제외한 다른 구단과의 접촉이 시작된 17~18일 김주찬(KIA) 이호준(NC) 정현욱(LG) 등 거물급 FA들이 새 둥지를 찾았다. 이제 FA 시장에는 홍성흔과 이현곤, 둘만 남았는데 타구단과의 협상 마감일인 23일 이전 둘 모두 거취가 정해질 것으로 보인다. 특히 홍성흔의 경우 두산과의 협상이 순조롭게 진행될 분위기다.
두산 김태룡 단장은 18일 "아직 본인과 만나지는 않았다. 어제(17일) 전화 통화를 했는데 깊이 있는 이야기는 아직 안했다. 며칠 안남았으니까, 빨리 만나 얘기를 해보겠다"고 밝혔다. 홍성흔은 원소속팀인 롯데와의 우선협상기간 동안 세 차례 만났으나, 계약기간에서 의견차를 좁히지 못하고 재계약에 실패했다. 롯데는 3년간 25억원을 제시했고, 홍성흔은 계약기간 4년 보장에 총 34억원을 요구했다.
김 단장은 "성흔이한테 우리팀에 돌아왔으면 좋겠다는 말을 전했다. (제시한)조건이 맞는다고 해도 본인은 생각할 시간이 필요하다고 했다"며 "우리말고 다른 팀에서 관심이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성흔이 나름대로 고민할 것이 있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김 단장은 "4년을 보장해 주는 문제는 만나서 얘기를 해봐야 하는 것이고, 롯데와 홍성흔의 금액 차이를 보고 조건은 맞춰가면 된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면서도 "성흔이가 내년이면 37살이고 4년 뒤면 마흔인데, 요즘 시대는 몸관리는 본인이 하기 나름 아닌가. 지명타자면 얼마든지 자기 관리를 잘 할 수 있다고 본다"며 협상을 낙관했다.
즉 두산은 홍성흔의 요구조건인 계약기간 4년을 보장해줄 수 있다는 입장이다. 구체적인 연봉 수준과 옵션은 협상을 통해 조율하면 되기 때문에 양측간 협상이 장기화될 가능성은 매우 적다.
결국 홍성흔이 다시 두산 유니폼을 입는 것은 시간 문제인 것으로 보인다. 다만 두산 말고 다른 팀에서 태도를 바꿔 관심을 보인다면 상황은 달라질 수 있다. 스토브리그가 시작되기 전 FA 2명을 데려오겠다고 한 한화와 중심타선 보강이 필요한 SK가 홍성흔 영입을 선언하고 나설 수도 있다.
두산이 홍성흔 영입을 적극 추진하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실질적인 리더를 맡을 베테랑이 필요하고 중심타선을 강화하기 위함이다. 이는 프런트 뿐만 아니라 김진욱 감독도 바라는 바다. 올해 처음 지휘봉을 잡은 김 감독은 시즌중 "우리팀 덕아웃은 너무 조용하다. 경기때 덕아웃에서 파이팅을 돋우고 후배들과 잘 어울릴 수 있는 선수가 필요하다"고 여러차례 이야기를 했다. 지난 2008년말 홍성흔이 롯데로 떠날 당시 두산 프런트는 "팀리더가 사라졌다"며 매우 아쉬워하기도 했다.
또 홍성흔은 두산 타선에도 잘 어울린다. 김현수 윤석민 김동주 등과 함께 중심타선을 이룬다면 올시즌 파괴력 부족으로 고전했던 공격이 한층 업그레이드될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홍성흔이 두산으로 오려면 지난 4년간 정들었던 부산을 떠나야 한다. 홍성흔이 두산행을 쉽게 결정짓지 못한다면 그것은 롯데팬들로부터 받은 사랑 때문일 가능성이 높다.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