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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양 입성 노리는 고양KB, 승격과 창단의 사이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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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셔널리그로부터의 승격이냐. 아니면 2부리그에서의 창단이냐. 고양KB 국민은행(이하 고양KB)이 추진하고 있는 안양FC와의 통합에 관한 실체를 규정지을 수 있는 키워드다. 동시에 새롭게 구성될 안양FC의 성격을 규정지을 수 있다.

승격이라면 고양KB는 많은 것을 얻는다. 일단 선수단을 온전하게 안양FC에 승계해 줄 수 있다. 한국프로축구연맹은 내셔널리그에서 2부리그로 올라오는 팀에 한해 선수들을 그대로 승계할 수 있게 했다. 단 선수들과는 프로 계약을 맺어야 한다. 내셔널리그에서 2부리그 진출을 선언한 충주 험멜이나 고양 Hi FC(전 안산 HFC)에 적용되는 방법이다. 프로연맹으로부터 '승격'으로 인정받게 되면 고양KB는 '선수들을 아무런 문제없이' 안양FC로 넘길 수 있게 된다.

그런데 여기에는 문제가 있다. 일단 팀운영 주체에 대한 해석이 쉽지 않다. '승격'으로 인정받으려면 팀을 운영하는 주체가 같아야 한다. 안산HFC가 고양Hi FC로 승격 인정받은 것도 운영 주체가 같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경우는 다르다. 팀을 운영하는 주체는 안양FC지 고양KB가 아니다. 무턱대고 승격으로 인정하기가 쉽지 않다.

만에 하나 특별 규정을 적용해 '승격'을 인정하더라도 문제다. 승격이라는 말 자체에 '안양FC의 전신을 고양KB로 인정한다'는 의미가 내포되어 있다. 즉, 고양에 있던 내셔널리그 구단을 안양으로 '연고이전'시켰다는 뜻이 되는 셈이다. 안양FC로서는 타격을 입을 수 밖에 없다. 안양은 2004년 안양LG가 서울로 연고지를 이전하면서 팀을 잃었다. 8년간 축구팀 없는 설움을 겪었다. 연고이전으로 아픔을 겪은 도시가 8년만에 만든 팀이 바로 '연고이전을 통해 데려온 팀'이 되는 셈이다. 안양FC가 가진 감동 스토리에 금이 가는 것을 피할 수 없다.

만약 '승격'이 아닌 '창단'으로 간다면 고양KB는 '본연의 목적'을 달성할 수 없다. 선수단을 온전히 넘겨주기 힘들기 때문이다.

창단팀이 선수를 모으려면 세 가지 방법이 있다. 첫째는 기존 프로선수들은 자율적으로 영입할 수 있다. 현재 K-리그에 있는 선수들 그리고 2부리그팀에서 프로 계약을 맺은 선수들이 대상이다. 기존 고양KB 선수들은 프로 선수가 아닌 아마추어 선수들이다. 새로 창단될 안양FC가 자율적으로 영입할 수 없다. 두번째는 기존 K-리그 구단들로부터 보호선수 외 1명을 무상 임대받는 방법이다. 여기서도 대상은 기존 K-리그 선수들이다.

마지막 방법은 드래프트를 통한 영입이다. 프로연맹은 2부리그로 들어오는 창단팀에게 10명의 드래프트 우선권을 부여하기로 했다. 10장을 가지고는 고양KB의 모든 선수들을 데려올 수 없다. 고양KB 관계자는 스포츠조선과의 전화통화에서 "현재 우리팀에서 뛰고 있는 선수들은 기량이 뛰어나다. 그런데 우리팀은 은행법상 프로축구단을 소유할 수 없다. 이런 선수들이 앞으로 3부리그가 될 내셔널리그보다는 프로무대에서 뛸 수 있는 기회를 주기 위해 안양FC와 손을 잡았다"고 말했다. 안양FC가 창단팀으로 인정받게 되면 누구는 드래프트로 영입할 수 있겠지만 다른 누구는 안양FC에서 뛸 수 없다. 고양KB 관계자가 얘기했던 '기회'는 일부 선택받은 선수들만 거머쥐게 되는 셈이다.

물론 여기서도 '꼼수'는 있다. 프로연맹의 특별 적용을 받는 방법이다. 그렇게 되면 '창단팀'이지만 고양KB와의 '특별한' 통합 덕택에 '승격팀'으로서의 지위는 받을 수 있다. 현재로서는 이런 식으로 '딜(Deal)'이 들어갈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그렇게 된다고 하더라도 '고양KB의 연고이전팀'이라는 족쇄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다. 이 건 기자 bbadagu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