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록은 깨지기 위해 존재한다."
언제 들어도 멋진 말이다. 스포츠는, 어떻게 보면 그래서 더 매력적인 듯 하다.
FC서울의 데얀과 몰리나가 역사를 썼다. 데얀은 시즌 최다골 타이, 몰리나는 최다 도움 기록을 세웠다. 둘의 활약에 서울은 우승컵에 한발짝 더 다가섰다.
15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벌어진 2012년 현대오일뱅크 K-리그 39라운드 울산과의 홈경기에서 역사가 씌여졌다. 데얀은 전반 42분 시즌 28호골을 터트렸다. 2003년 김도훈이 세운 28골과 타이를 이뤘다. 외국인 선수로서는 한 시즌 최다골이다. 2003년 27골을 터트린 마그노(당시 전북), 도도(당시 울산)를 넘어섰다. 서울은 데얀의 세 번째 골을 앞세워 울산을 3대1로 격파했다.
그의 짝 몰리나는 한발 더 나아갔다. K-리그 통산 한시즌 최다 도움 기록을 갈아치웠다. 전반 11분 아디의 헤딩골을 어시스트했다. 17개의 도움을 기록한 그는 1996년 포항의 라데가 세운 16개의 기록을 16년 만에 재작성했다. 몰리나는 이날 도움으로 최단 기간(116경기) 40(득점)-40(도움) 기록도 달성했다. 기존 에닝요(전북)의 135경기 기록을 19경기나 앞당겼다.
몬테네그로 출신인 데얀은 2007년 한국에 둥지를 틀었다. 올해가 6번째 시즌이다. 울산전을 앞두고는 A매치 대신 K-리그를 선택했다. 몬테네그로는 15일(한국시각) 산마리노와 2014년 브라질월드컵 유럽지역예선 H조 4차전을 치렀다. 데얀은 몬테네그로대표 대표로 9월과 10월에도 차출됐다. 지난달 17일 우크라이나와의 3차전에서는 전반 종료 직전 결승골을 터뜨리며 팀의 1대0 승리를 이끌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자국 대표팀 관계자에게 전화해 명단에서 제외해 줄 것을 요청했다. 서울의 리그 상황을 설명했다. 브랑코 브르노비치 몬테네그로대표팀 감독은 흔쾌히 수락했다.
그는 "서울에서 5번째 시즌을 보내고 있다. 골을 넣는 것은 좋지만 그동안 우승은 단 한 차례에 불과하다. 올시즌 우승에 근접해 있다. 꼭 달성해야 하는 꿈이다. 서울에서 더 오래 뛰면서 우승컵을 더 많이 들어올리는 것이 목표다. 아시아챔피언스리그에서도 우승하고 싶다"고 했다. 또 "항상 새역사를 쓰는 일은 기쁜 일이다. 28호골은 쉽지 않은 숫자다. 팀 동료들 덕분에 기록을 달성할 수 있었다. 앞으로 5경기가 더 남았다. 더 큰 역사를 쓰고 싶다"고 강조했다.
콜롬비아 출신인 몰리나는 최용수 서울 감독이 엄지를 치켜세우는 선수다. 최 감독은 "득점과 함께 도움을 하기는 쉽지 않다. 팀 플레이와 동료들과의 융화, 생각의 속도에선 단연 최고다. 매 경기 보여주는 것이 쉽지 않지만 지속적으로 컨디션을 유지한다. 멘탈적으로 최고의 프로의식을 가진 선수"라며 칭찬을 아끼지 않는다. 그런 그이기에 신기록은 당연해 보이기도 한다. 2009년 K-리그에 둥지를 튼 그는 지난해 서울로 이적했다.
콜롬비아 출신인 몰리나는 "상상조차 하지 못했다. K-리그 역사에 참여한 것은 개인적으로 영광이다. 팀 동료들이 잘해 줘 이룬 결과"라고 했다. 또 "울산전은 특별한 경기였다. 감독님의 신뢰에 항상 감사한다. 지난해 초 팀이 힘들 때 나도 굉장히 힘들었다"며 "팀이 안좋은 상황에서 감독님이 팀을 맡았다. 대화를 많이 했다. 감독님께서는 무한한 신뢰를 줬다. 기록이라는 것은 깨지기 위해 존재한다. 깨는 데 의미가 있다. 개인 기록보다는 팀의 우승이 먼저"라며 웃었다. 상암=김성원 기자 news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