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유독 대형신인이 눈에 띄지 않는다.
스타는 커녕 주전급으로 뛰는 신인 선수들조차 가뭄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신인왕 후보를 찾기도 쉽지 않다. 미드필드가 탄탄한 포항의 중원 한자리를 차지한 이명주(22)의 독주체제가 이어지고 있다. 이명주는 1골-3도움으로 신인 중 최다 공격포인트를 기록 중이다. 여기에 소리없이 강한 '괜찮은 신인왕 후보'가 한명 더 있다. 제주 유나이티드의 수비를 이끌고 있는 '루키 센터백' 한용수(22)가 주인공이다.
한용수는 시즌 막바지로 갈수록 알토란 같은 활약을 펼치고 있다. 홍정호의 시즌아웃과 마다스치의 잦은 부상으로 매경기 실점하던 제주는 한용수의 가파른 성장으로 갈수록 안정된 수비를 펼치고 있다. 지난달 3일 경남전에서는 처음으로 K-리그 주간베스트11에도 이름을 올렸다. 그는 "골 안먹을려고 열심히 하다보니 점점 좋아지는 것 같다"며 수줍게 웃었다. 박경훈 제주 감독도 "워낙 자질이 좋은 선수다. 프로에 점점 적응하면서 실력이 나오고 있다. 수비수라는 포지션상 주목 받기가 힘들지만 팀에서 비중을 생각한다면 이명주에 대적할 만 하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한용수는 올시즌 1순위로 제주 유니폼을 입었다. 박 감독과는 특별한 인연이 있다. 한용수와 박 감독은 안방에서 펼쳐진 2007년 국제축구연맹(FIFA) 청소년월드컵(17세 이하)을 함께 했다. 박 감독은 당시 한용수를 눈여겨 봤다. 박 감독은 "17세때 데리고 있었는데 눈에 띄게 보이는 선수는 아니었다. 그러나 묵묵히 자기가 해야할 일을 하더라. 인성이 참 좋은 선수였다"고 회상했다. 재밌는 일화도 알려줬다. 박 감독은 "17세때 용수가 참 부끄러움이 많았다. 센터백은 말로 수비를 조율해야 하는데 부끄러움을 타더라. 하도 화가 나서 말 안하면 안뽑는다고 했을 정도다"며 웃었다. 박 감독은 한양대학교의 핵심수비수로 성장한 한용수를 놓치지 않았다. 드래프트에서 주저없이 그를 뽑았다. 한용수는 "선발된 순간 너무 기분이 좋았다. 박 감독님과 함께 했던 기억이 너무 좋았기에 제주로 오고 싶었다"고 술회했다.
박 감독은 한용수에 대한 기대를 숨기지 않았다. 시즌 초반 홍정호의 올림픽 차출 공백을 메울 카드에 대해 묻자 박 감독은 주저 없이 한용수를 꼽을 정도였다. 자신을 이해하는 '은사'와의 첫시즌이었지만, 프로의 벽은 역시 높았다. 홍정호의 부상으로 생각보다 빠르게 기회가 찾아왔지만, 허둥대는 모습을 보이기 일쑤였다. 한용수는 "대학과 템포와 피지컬적인면에서 차이가 너무 컸다"고 혀를 내둘렀다. 무엇보다 힘든 것은 자신이 기용되고부터 추락하는 팀성적을 지켜보는 것이었다. 이를 악물었다. 팀훈련은 물론 개인훈련에서도 독기를 품었다. 한용수는 "아시아챔피언스리그에 꼭 나가보고 싶었는데, 나때문에 점점 멀어지는 것 같아 미안했다. 골을 넣는데 일가견이 있는 선수들이 팀에 많은만큼 나만 골을 먹지 않으면 된다고 다짐했다. 그래서 열심히 훈련했다"고 했다. 한용수는 가파르게 성장했다. 박 감독은 "올시즌 목표 달성은 힘들어졌지만, 제주의 미래가 성장하고 있다는 점에서 위안을 삼고있다"며 웃었다.
한용수는 인천 옥련초등학교 4학년때 처음 시작한 이래 항상 수비만 봐왔다. '어떤 선수처럼 돼야지'라고 생각하는 것조차 쑥스러워 할 정도로 욕심이 많지 않다. 그래도 그는 부끄럽지 않은 축구선수를 꿈꾼다. 가족을 위해서다. 제주도에 떨어져지낸 1년동안 하루도 빠짐없이 부모님과 통화했다. 그가 가족에 대한 애착이 특별한 이유는 고3때 불의의 사고로 떠난 형 때문이다. 한용수는 "형 몫까지 우리 가족을 위해 해내고 싶다"고 다부진 목소리로 말했다. 한용수는 신인왕보다 더 큰 미래를 꿈꾸고 있었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