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로 전날 A매치를 치렀다. 14일 호주전 멤버였다. 다음날, 다시 운동장에 섰다. 팀을 위해 신발끈을 동여맸다.
서울 하대성과 고명진이 그랬다. 둘은 호주전에서 나란히 45분씩을 뛰었다. 당연히 다음날 K-리그 출전은 불가능했다. 아니, 나서지 않아야 했다. 국제축구연맹(FIFA)은 A매치를 치른 선수가 48시간 이내에 다시 경기에 나서지 않도록 권고하고 있다. 강제 규정은 아니지만 선수 보호 차원이다.
하지만, 우승하고 싶었다. 그 마음이, 열정이 몸을 일으켰다. 전화기를 들었다. 최용수 감독에게 출전하겠다고 졸랐다.
이미 최 감독은 둘의 엔트리 제외를 결정한 상황이었다. 18일 열릴 경남과의 원정경기를 준비하라고 지시했다. 꼭 필요했지만, 선수가 우선이었다.
15일 울산전은 지각 '지각 39라운드'였다. 울산의 아시아챔피언스리그 결승전 일정으로 연기된 일전이다. 울산은 10일 알아흘리(사우디아라비아)를 3대0으로 완파하고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그런데 최 감독도 어쩔수 없었다. 한편으로는 고마웠다. 둘 다 경기에 내보냈다. 계속 안된다고 했지만, 둘의 의지가 워낙 단단했다.
하대성은 다시 주장 완장을 차고 그라운드를 누볐다. 그의 열정이 통했는지, 서울은 전반에만 3골을 터뜨렸다. 후반에는 고명진이 바통을 이어받았다.
거부할 수 없는 우승 집념이 그라운드에 투영됐다. 울산전은 챔피언으로 향하는 길목의 마지막 분수령이었다. 39라운드를 먼저 치른 2위 전북이 11일 수원과 1대1로 비기며 승점 1점을 추가하는데 그쳤다. 전북의 승점은 77점(22승11무6패)에 머물렀다. 서울은 울산만 잡으면 전북과의 격차를 7점으로 다시 벌릴 수 있었다. 그러면 남은 5경기에서 3승을 거두면 자력 우승이 가능하다. 전북이 전승을 해도 서울을 넘지 못한다. 맞대결 함수도 존재한다. 서울과 전북은 25일 42라운드에서 맞닥뜨린다. 서울은 전북에 이기거나 비기면 다른 4경기에서 2승만 해도 우승이 가능하다. 반면 울산에 패할 경우 1위 전선은 흔들림이 없지만 살얼음판 우승 경쟁을 펼쳐야 했다
결과는 서울의 3대1 승리였다. 승점 84점(25승9무5패)을 기록하며 '우승 카운트 다운'에 들어갔다.
아디-현영민-데얀이 릴레이포를 터트렸다. 신기록도 쏟아졌다. 간판 스트라이커 데얀이 전반 42분 쐐기골을 작렬시키며 K-리그 한 시즌 최다골과 타이를 이뤘다. 2003년 김도훈이 세운 28골과 마침내 어깨를 나란히 했다. K-리그 통산 외국인 선수 한 시즌 최다골도 갈아치웠다. 2003년 27골을 터트린 마그노(당시 전북), 도도(당시 울산)를 넘어섰다. 득점 부문 2위 이동국(전북)과의 골차도 다시 벌어졌다. 39라운드 수원전에서 침묵한 이동국은 22호골을 기록 중이다. 데얀이 이동국의 추격을 뿌리치고 득점왕에 오르면 K-리그 사상 첫 2년 연속 득점왕을 달성하게 된다.
전반 11분 아디의 헤딩골을 어시스트한 몰리나는 K-리그 도움 역사를 새롭게 썼다. 17개의 도움을 기록한 그는 K-리그 통산 한 시즌 최다 도움 기록을 재작성했다.
최 감독은 우승에 대해 "여전히 보일 듯 말 듯하다. 아직 감을 못 잡겠다. 하지만 모두가 목표를 공유하고 있다. 목표지점까지 잘 가고 있는 것 같다"며 웃었다. 그러면서 "승점 7점차가 상당히 쉬운 숫자 같지만 힘들다, 앞으로 있을 경남, 제주전이 모두 결승전이다. 마음같아서는 빨리 우승 테이프를 끊고 쉽지만 세상사가 쉽지만은 않다. 방심하지 않겠다"고 했다.
하대성과 고명진의 희생정신과 열정, 서울의 우승이 멀지 않아 보인다. 상암=김성원 기자 news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