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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의 과감한 결단과 프로농구 트레이드 동맥경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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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 팬 입장에서는 다소 아쉬울 수 있다. 확실히 KT의 결정은 파격적이었다.

그러나 선순환의 시작점이다. 프로농구의 가장 큰 문제점 중 하나는 트레이드에 너무 소극적이라는 것이다. 한 농구인은 "프로무대가 트레이드에 관한한 '동맥경화'가 걸렸다"고 비꼴 정도다.

가뜩이나 얇은 선수층. 여기에서 포지션 중복이 되는 선수들을 대거 기용하는 경우가 너무나 많았다. 결국 타 팀에서 꼭 필요한 포지션의 선수가 특정팀에서 그대로 시드는 경우가 비일비재했다.

이유가 있었다. 트레이드를 잘못할 경우, 자칫 책임추궁에 몰릴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농구를 잘 모르는 사장과 단장의 경우 과정이 아닌 결과만을 놓고 기계적으로 평가한다. 결국 서로 윈-윈할 수 있는 트레이드가 있어도 의견조율만 하다 불발로 그치는 경우가 많다.

그런 의미에서 KT의 2대2 트레이드는 확실히 과감했다. 시즌 전 양우섭과 김영환을 LG에 내주고, 김현중과 오용준을 받았다.

당시 김현중은 '식물인간' 상태였다. 김승현과의 트레이드가 불발되면서 LG에서 뛸 의욕을 잃었다. LG 입장에서도 '계륵'이었다.

KT는 강한 조직력의 팀이다. 김도수, 송영진 등 좋은 포워드들이 많았다. 김영환의 활용가치가 떨어졌다. 리빌딩에 들어가야 하는 KT 입장에서는 확실한 포인트가드가 필요했다.

결국 양우섭과 오용준까지 결합시키면서 2대2 트레이드를 단행했다. 리빌딩의 미래를 봤을 때 두 팀은 윈-윈 트레이드였다.

확실한 스코어러가 없던 LG는 김영환이 에이스로 자리매김했다. 2012년 신인 드래프트 1순위인 대형 파워포워드 장재석까지 얻은 KT도 능숙한 게임조율을 자랑하는 김현중의 존재는 매우 가치있었다.

물론 순탄하진 않았다. 지금까지는 LG가 남는 장사다. 김현중은 시즌 초반 컨디션 난조에 시달리고 있다. 몸상태가 좋지 않아 2군까지 갔다왔다. 15일 창원에서 열린 LG와 KT전에서 흥미로운 대결이 펼쳐졌다. 2군에 있던 김현중이 첫 1군 실전을 치르는 경기. 이날 김현중은 8득점, 2스틸의 준수한 활약을 펼쳤다. 승부처에서 KT에서 이적한 LG 양우섭과 김영환의 결정적인 득점포로 LG가 결국 71대66으로 승리했다.

그러나 KT 수뇌부나 전창진 감독은 흔들리지 않는다. 내년, 내후년을 봤을 때 김영환이 팀에 남아있는 것보다 김현중을 얻으면서 우승 가능성이 올라갔다는 냉철한 판단을 했기 때문이다.

프로농구는 세대교체 바람이 거세다. 로스터에 들어갈 수 있는 인원은 12명 뿐이다. 수도권을 연고로 한 팀에 속해있는 한 베테랑 선수는 시즌 전 마음고생이 심했다. 전 소속구단에서 트레이드를 허락해주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는 "그 구단이 은퇴를 종용했었다"고 했다. 그렇게 속절없이 은퇴하는 베테랑 선수들이 많다.

프로는 극심한 경쟁사회다. 실력이 되지 않으면 떠나는 게 당연하다. 하지만 다른 팀으로 이적하면 쓸만한 활약을 하는 선수들도 벤치에서 시들어가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프로농구 발전을 저해하는 강력한 요소다. 그런 의미에서 KT의 과감한 결단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부산=류동혁 기자 sfryu@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