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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 마무리훈련 별보기 운동 아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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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보기 운동.

별보고 출근하고, 별보고 퇴근한다.

과거 산업화 시대에는 죽어라 일만 해야 하는 고달픈 노동현실을 비유할 때 등장했던 표현이다.

하지만 요즘에는 부정적인 뜻만 품고 있는 것은 아니다. 치열한 경쟁사회에서 살아남으려면 남보다 먼저 일어나고, 늦게 자는 부지런함이 필수 덕목이기 때문이다.

웬만한 직장인과 자영업자, 입시를 앞둔 학생들이 그렇다.

스포츠 세계라고 예외가 아니다. 충남 서산구장에서 진행중인 한화의 마무리 훈련이 별보기 운동의 전형적인 예다.

훈련 내용과 양을 차치하더라도 매일의 스케줄만 보더라도 입이 떡 벌어질 정도다. '호랑이' 김응용 감독보다 더 무서운 김성한 수석코치 등 코칭스태프의 조련 스타일이 그대로 묻어난다.

한화 선수단은 서산구장의 선수단 숙소가 완공되지 않은 까닭에 차로 40분 거리에 위치한 태안 골든베이 리조트를 숙소로 사용한다. 골든베이 리조트는 한화그룹 계열이기 때문에 숙소 사용에는 문제가 없다.

최신식 콘도형으로 단장된 이 리조트는 골프장를 갖추고 있고 서해안을 배경으로 천혜의 자연경관을 자랑하는 최상급 휴양지다. 하지만 그림의 떡일 뿐이다.

제아무리 훌륭한 숙소지만 머물고 있을 시간이 없다. 선수들은 늦어도 아침 6시에 기상해 아침식사를 하고 훈련장으로 출동할 준비를 마쳐야 한다. 요즘 초겨울 6시면 여전히 별을 볼 수 있는 시간이다.

오전 7시20분에 서산 훈련장으로 선수단 버스가 출발하기 때문이다. 당초 지난 2일부터 마무리 훈련을 시작할 때에는 오전 7시30분 출발이었으나 시나브로 10분이 앞당겨졌다.

훈련을 10분이라도 더 하기 위해서다. 40분쯤 걸려 서산구장에 도착하면 이 때부터 진정한 살인 스케줄이다. 훈련을 위해 유니폼 갈아입고, 장비 챙기는 시간을 따로 주지 않는다.

훈련 준비가 끝나는 대로 곧장 워밍업에 돌입한다. 교통체증이 덜해서 훈련장에 일찍 도착했다고 해서 여유시간을 주는 법은 없다. 일단 훈련을 시작했으면 별도 쉬는 시간 없이 무조건 강행군이다.

일단 정해진 낮시간 훈련은 오후 3시30분까지다. 그라운드에 2개의 배팅케이지가 설치돼 배팅볼 훈련을 하고 실내연습장에서는 5개의 피칭 머신을 가동하는 등 총 7개의 배팅 훈련 공간에서 30여명의 야수들이 쉴새없이 방망이를 휘두르고 펑고 수비 연습을 해야 한다. 나머지 10여명 투수들은 체력강화 훈련과 펑고 훈련이다.

마무리 훈련은 5일 훈련-1일 휴식 주기다. 10월달 대전구장 회복훈련때 4일 훈련-1일 휴식보다 훈련일이 하루 많아졌다. 5일 훈련 기간에도 4일 동안은 자체 홍백전을 통한 연습경기를 반드시 거쳐야 한다. 하루는 체력과 기량 강화 훈련에 집중하지만 나머지 4일간은 연습경기를 통한 실전 감각을 끌어올리자는 코칭스태프의 전략때문이다.

오후 3시30분 낮시간 훈련이 끝날때까지 별도의 점심시간은 없다. 12시쯤 배가 고파질 시간이 되면 선수들은 서산구장 임시 구내식당에 모여 햄버거와 피자로 소풍나온 학생들처럼 잠깐의 허기를 때운다. 이때 으레 터져나오는 김성한 수석코치의 호령이 "각자 요령껏 허기를 때우고 다음 스케줄을 준비하라"는 것이다.

낮시간 훈련이 끝나면 천금같은 귀가시간(?)이다. 그렇다고 그게 끝이 아니다. 골든베이 리조트에 도착해 고기만찬으로 저녁식사를 마치고 잠깐의 휴식을 취했을까. 다시 야간훈련이다.

야간 훈련은 오후 7시30분부터 9시까지가 정해진 시간이다. 리조트 구내 주차장에서 야수들은 배팅 훈련, 투수들은 섀도피칭(일종의 이미지 피칭 훈련으로 직접 공을 던지지 않는 대신 빈손으로 투구 감각을 익히는 것으로 주로 수건을 이용함)으로 추가 훈련을 해야 한다. 한화 구단이 리조트 측의 양해를 얻어 주차장에 안전용 그물을 쳐놓고 만들어 놓은 야간 훈련장에서다.

야간 훈련을 통해서도 뭔가 부족하다고 느끼는 선수는 퇴근 시간이 더 늦어진다. 한화 관계자는 "밤 12시가 넘도록 훈련하는 선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 모든 고난의 시간을 거쳐야 하루 일과가 끝난다.

그리고는 새벽에 다시 기상이다. 자나 깨나 별만 보게 되는 것이다.

한화 선수들은 왜 이렇게 맹훈련을 하는 것일까. 김 감독의 대답은 명쾌하다. "한화가 우승을 했던 팀이라면 이렇게 강한 훈련을 할 필요가 없다. 그동안 성적이 좋은 야구를 못했으니 남보다 더 뛰어야 한다"라고 했다. 더불어 김 감독은 "나는 마무리 훈련이니 쉬엄쉬엄하자고 싶은데 코치들이 체력을 더 끌어올려야 한다며 강하게 드라이브를 거는데 막을 수가 없다"며 '행복한' 책임전가를 했다.

'해태왕조'를 이끌던 시절 마무리 훈련이라는 것을 한 적이 없었고, 삼성 시절에도 마무리 훈련을 이렇게 길게 한 적이 없다는 김 감독. 한화를 밑바닥부터 뜯어고치는 별보기 운동이 전혀 싫지 않은 눈치였다. 서산=최만식 기자 cm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