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롯데는 진명호, 이재곤, 김수완을 롯데 마운드의 미래로 점찍었다.
내년 시즌부터 1군에 참가하는 신생구단 NC는 15일 보호선수 20인 외 지명선수로 투수 이승호를 지명했다. 롯데가 이승호를 보호선수 명단에서 푼 것도, NC가 이승호를 지명한 것도 화제였다.
이승호는 지난해 롯데가 야심차게 FA로 영입한 선수. 계약 금액만 4년 총액 24억원이었다. 롯데가 이승호를 시장에 내놨다는 것은 올시즌 지급한 계약금 6억원과 연봉 3억5000만원에 대한 미련을 남기지 않겠다는 것을 의미한다. 참고로 남은 3년간의 연봉과 인센티브는 새로운 팀 NC가 지급한다.
구단으로서는 쉽지 않은 결정이었다. 사실상 영입 실패를 인정한 셈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돈은 중요치 않았다. 신임 김시진 감독 체제 하에 팀을 만드는 것이 우선이었다. 롯데 이문한 운영부장은 "돈에 대한 부분은 전혀 고려하지 않았다. 선발진을 구성해야 하는데 이승호를 보호선수로 묶으면 젊은 유망주 투수를 잃을 가능성이 컸다.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고 강조했다.
결국 팀내 유망주 선발 요원들을 보호선수 명단에 포함시켰다는 얘기다. 100% 정확하지는 않겠지만 롯데의 보호선수 명단을 어느정도 유추해볼 수 있다. 투수부터 보자. 송승준, 고원준, 정대현, 김성배, 최대성, 이명우, 강영식, 김사율은 100% 포함됐을 가능성이 높다. 이렇게만 8명이다. 야수는 박종윤, 조성환, 문규현, 황재균, 박준서, 전준우, 손아섭, 강민호, 용덕한이 여기에 해당된다. 남은 자리는 3개. 이를 놓고 경합해야 할 선수들 명단을 보자. 투수는 이용훈, 이정민, 진명호, 이재곤, 김수완 등이 남는다. 야수는 손용석, 정 훈, 이승화, 김문호, 이인구 등이다. 경쟁률이 매우 세다. 결국, 선택을 해야 했다.
롯데의 선택은 결국 투수였다. 내년 시즌 송승준을 제외하고 마땅한 선발요원이 없는 가운데 김 신임 감독은 구단 운영진과의 회의에서 "투수들은 꼭 묶어야 한다"고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부장도 "당장의 손해보다는 미래를 내다본 결정이었다. 현재 프로야구 무대는 선수 자원이 너무 부족하다. 선발로 클 가능성이 있는 투수 1명이 나중에 어떤 가치를 지닐지는 아무도 알 수 없다"고 설명했다. 롯데 마운드의 미래로 손꼽히는 진명호, 이재곤, 김수완이 보호선수 명단에 포함됐을 가능성이 매우 높았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다. 2010년부터 이름을 알리기 시작한 세 사람은 매시즌 스프링캠프에서 선발 후보로 손꼽혀온 유망주들. 하지만 제구 불안과 부족한 자신감으로 아직까지 확실하게 꽃을 피우지 못했다. 하지만 많은 팀들이 세 사람의 가능성을 주목, 트레이드 요청을 하는 등 인기는 상종가였다.
보호선수 20인 외에 당장 1군에서 활약할 수 있는 자원들이 많은 롯데였다. 때문에 김 감독을 비롯한 롯데 운영팀은 보호선수 명단 작성을 놓고 몇 날 몇 일을 고민했다고 한다. 이번 결과로 롯데의 팀 운영에 대한 밑그림이 그려졌다. 투수 중심의 새로운 코칭스태프를 영입한 만큼, 롯데를 마운드의 팀으로 재건하겠다는 의지가 확실히 엿보인다.
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