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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 재, "4쿼터병? 가르친다고 해결될 문제 아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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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전에 한 말이랑 똑같죠?"

KCC가 시즌 첫 연승에 또다시 실패했다. 14일 고양실내체육관에서 열린 오리온스와의 원정경기서 57대63으로 역전패했다. 전태풍의 이적과 추승균의 은퇴, 그리고 하승진의 군입대까지. 2승12패라는 처참한 성적을 이해하는데 오랜 시간이 필요하진 않다. 하지만 경기 내용을 보면 아쉬움 투성이다.

경기 전 허 재 감독은 "2경기 정도를 빼곤 모두 시소게임으로 가다가 4쿼터에 속절없이 경기를 내줬다"며 혀를 찼다. 경기 내내 열심히 뛰던 선수들이 4쿼터만 되면 갑작스레 턴오버를 남발하는 '4쿼터병'에 걸리는 게 문제였다. 농구는 10점을 뒤지다가도 4쿼터에 분위기만 타면 쉽게 역전할 수 있는 경우가 많다. 객관적인 전력상 이번 시즌은 힘겹다고 하지만, 이 문제는 미래를 위해서라도 꼭 짚고 넘어가야 한다.

이날 경기 전 허 감독은 "한 경기 턴오버 10개? 괜찮다. 실수를 해도 제발 4쿼터에 몰아서 하지만 말자"고 선수들에게 주문했다. 취재진에게 이와 같은 말을 하면서, "오늘은 어떨지 두고보자"던 그였다.

하지만 경기 후 허 감독은 취재진에게 "오늘도 4쿼터에 똑같이 하더라"며 허탈하게 웃었다. 3쿼터까지 48-40으로 앞선 KCC는 4쿼터에 고작 9점을 올리는데 그쳤다. 오리온스의 추격을 견뎌내지 못하고, 또다시 역전패를 허용했다.

4쿼터 승부처에서 베테랑 임재현이 상대 트랩에 걸려 볼을 빼주지 못하고 타임을 요청한 장면이 정확히 KCC의 현실을 대변해준다. 경기 막판 중요한 타임아웃 기회를 한 차례 놓친 것은 물론, 분위기를 오리온스에게 뺏긴 결정적 순간이었다.

허 감독은 당시 상황에 대해 "연습을 했는데도 그런 상황에서 그냥 서있더라. 재현이가 공을 갖고 움직여 봤지만 방법이 없었다"며 "4쿼터만 되면 다들 얼어 버린다. 선수들이 자기가 잡았을 때 또 턴오버를 할까봐 숨어버리는 것 같다. 매번 그렇게 졌다"고 밝혔다.

3쿼터까지 자신감 있게 슛을 쏘던 선수들도 4쿼터만 되면 볼을 돌리기 바쁘다. 결국 시작과 끝은 모두 임재현의 몫이다. 상대 입장에선 임재현만 막으면 된다. 정말 편한 수비다.

허 감독은 "감독이 지시하는데 선수들이 못 움직이는 건 자신감의 문제다. 턴오버라도 해버리면 자기 때문에 진 것 같다는 생각을 한다. 이건 감독이 가르친다고 해결될 문제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결국 선수들 스스로 자신감을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 허 감독은 "경기를 하면서 점점 좋아질 것"이라고 애써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려 했지만, 얼굴엔 근심이 가득했다. 어린 선수들의 패기로 3쿼터까지 분전하는 KCC, 4쿼터병을 스스로 치유할 수 있을까.

이명노 기자 nirvana@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