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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리뷰] 역사의 격랑 속에서 이뤄질 수 없는 사랑을 꿈꾸다, 뮤지컬 '황태자 루돌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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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리뷰] 뮤지컬 '황태자 루돌프'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이야기는 사랑이야기라고 했던가.

충무아트홀에서 공연 중인 '황태자 루돌프'는 두 남녀의 애절한 러브 스토리다. 황태자와 가난한 집안의 딸 마리 베체라. 극복하기 힘든 신분의 차이, 거기에다 19세기 정치적 혼란기의 유럽 왕실에서 황태자는 '말도 안되게' 급진적인 사회개혁을 꿈꾼다. 신분상승이 아니라 '신분하강'인 셈이다. 그의 불가능한 꿈에 아름다운 처녀는 매혹되고, 사랑에 빠진다.

관객들은 처음부터 이 위태로운 사랑이 불러올 비극을 감지한다. 무대 위에 장식된 톱니바퀴 시계는 그 파국을 향해 천천히, 째깍째깍 돌아간다.

운명에 도전했다가 처절하게 패퇴하는 인간의 이야기는 아리스토텔레스 이래 서양의 비극전통이다. '황태자 루돌프'는 이 '공식'에 러브스토리를 정교하게 짜 맞춘다. 마치 드라마의 교과서 같다. 이야기의 기승전결에 아름답고 웅장한 음악과 화려한 무대, 우아한 안무를 접합시켜 한 편의 슬프고도 아름다운 뮤지컬로 탄생시켰다.

'지킬 앤 하이드' '천국의 눈물' 등으로 국내 팬들에게 친숙한 브로드웨이 작곡가 프랭크 와일드혼의 유럽 데뷔작이기도 하다. 감성을 자극하는 서정적인 멜로디로 정평이 난 와일드혼은 2시간40분 동안 극장 안을 풍성한 음악의 바다로 만들어놓는다. 특히 '너 하나만' '사랑이야' '처음 만난 날처럼' 등 루돌프와 마리의 마음을 담아 반복되는 아리아들은 마음을 적시며 귓전을 맴돈다.

한국을 대표하는 뮤지컬 디바로 자리잡은 옥주현은 농익은 연기력과 탁월한 호흡조절로 마리를 소화한다. 무대에서의 당당한 자신감, 이제는 원숙한 기교와 테크닉까지 더해져 '노래로 연기하는' 뮤지컬의 정석을 보여준다. 루돌프 역의 안재욱은 노련한 연기와 한층 업그레이드된 파워로 고뇌에 빠진 주인공을 재현하고 있다. 안재욱과 옥주현의 앙상블은 별 다섯 개를 줘도 무방하다.

주연이 살면 조연도 덩달아 사는 법. 타페 수상 역의 민영기, 백작부인 역의 신영숙의 존재감도 두드러져 보인다.

'황태자 루돌프'는 올해 초 국내 초연된 '엘리자벳'의 제작사 비엔나극장협회(VBW)가 2006년 유럽에서 초연한 작품이다. 역사 속에서 루돌프는 바로 엘리자벳 황후의 아들. 하지만 '엘리자벳'과 달리 작곡가 와일드혼과 작가 잭 머피 등 브로드웨이 인력과 협업해 영미 스타일을 상당부분 가미했다. 유럽의 황실을 재현한 고풍스러운 무대와 화려한 궁중의상과 어우러져 또다른 느낌을 선사한다. 런던과 뉴욕에서 태어난 뮤지컬이 세계화되고 있는 트렌드를 확인할 수 있는 작품이기도 하다. 내년 1월27일까지. 김형중 기자 telos21@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