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부터 부산 사직구장에서 공식개막된 2012 아시아시리즈는 볼거리가 참 많은 대회다. 일단 이웃나라 일본과 대만 그리고 남반구 호주의 야구 챔피언 팀의 모습을 눈앞에서 볼 수있다. 또 태동하는 중국야구의 현 주소를 파악할 수도 있다.
조금 더 흥미요소를 발견할 수도 있다. 지금은 삼성의 간판으로 다시 돌아온 이승엽이 과거 몸담았던 요미우리를 상대로 어떤 경기를 할 지, 그리고 호주 대표팀으로 한국에 온 '대성불패' 구대성이 한국 대표인 삼성이나 롯데를 상대로 어떤 피칭을 할 지도 기대된다. 이 외에도 꽤 많은 흥미로운 사연들이 이번 아시아시리즈에 참가한 팀 속에 숨어있다.
하지만 이러한 흥미요소에도 불구하고 이번 아시아시리즈는 초반 흥행이 매우 저조하기만 하다. 마치 일류 배우들은 잔뜩 불러모았는데, 정작 객석은 텅 빈 형국이다. 한국에서 가장 야구 열기가 뜨겁다는 '구도' 부산에서 연 대회임에도 팬들의 관심이 매우 저조하기만 하다. 이렇게 되면 '배우'에 해당하는 선수들도 흥이 나질 않는다. 자연스레 불꽃튀는 파이팅이 나올 가능성이 줄어들게 된다.
개막일인 8일의 분위기만 봐도 이번 대회의 관심도가 어느 정도인 지 쉽게 알 수 있다. 예상보다 야구열기는 차갑기만 했다. 야구장 주변에는 시즌 때와 마찬가지로 노점상이 들어섰지만, 정작 '흥행의 지표'라고 할 수 있는 암표상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그럴만도 한 것이 표가 남아돌았기 때문에 굳이 암표상까지 나타날 이유가 없었기 때문이다.
이날 낮 12시에 열린 대만 챔피언 라미고 몽키즈와 중국 대표 차이나 스타즈의 경기에는 겨우 2575명의 관중이 입장했다. 평일 낮이라는 점과 관심도가 크게 떨어지는 매치라는 점을 감안하면 그런대로 수긍이 가는 숫자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이날 오후 6시에 열린 롯데와 호주 챔피언 퍼스 히트의 경기도 입장 관중수가 겨우 5580명 밖에 되지 않았다는 것은 다시 한번 생각해볼 대목이다.
올시즌 롯데의 평균 홈관중수는 2만742명이었다. 그런데 그토록 뜨거운 성원을 받는 롯데가 경기를 함에도 불구하고 관중이 평소의 25% 밖에 들어오지 않은 것이다. 물론, 치열한 순위 경쟁이 이뤄지던 페넌트레이스와 일종의 이벤트 대회인 이번 아시아시리즈의 관심도를 같은 선상에서 비교할 수는 없다. 하지만, 막상 현장의 썰렁함은 국제대회라는 타이틀을 무색하게 만들 정도다.
이제 막 대회가 개막했으니 개선의 여지는 얼마든지 있다. 또한 한국챔피언 삼성과 일본 최고 명문팀 요미우리의 대결, 그리고 지역팬의 무한 사랑을 받는 롯데와 요미우리의 대결 등 볼거리가 많이 남아있다. 지금부터라도 이번 대회를 주최하는 한국야구위원회(KBO)의 보다 적극적인 홍보가 필요한 시점으로 보인다. 또한 롯데 역시 주최측이 아니라고 방관할 것이 아니라 지역팬들의 관심을 이끌어내기 위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어렵게 국내에 유치한 아시아시리즈가 썰렁한 '그들만의 잔치'로 전락해서는 안되기 때문이다.
부산=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