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리그가 사는 길', 네번째 화두를 던진다. '2부리그, 프로축구의 화수분'이 주제다.
올시즌부터 K-리그는 강등제를 도입했다. 경기의 긴장감과 질적향상을 위해 꼭 필요한 제도다. 축구판의 '파이'를 키우기 위한 전제조건이기도 하다.
그 성공여부는 2부리그 활성화에 달려있다. K-리그 발전을 위해 짚고 넘어가지 않을 수 없다. 스포츠조선이 그 성공의 길을 논의해 본다.
글 싣는 순서
◇K-리그가 사는길 3. '2부리그, 프로축구의 화수분 '
① 2부리그 왜 필요한가
② 해외사례와 성공요건은
③ 부천시의회에 바란다
K-리그 2부리그가 성공적으로 출범하려면 조건이 하나 있다. '부천FC 1995의 참여'다.
부천FC는 특별하다. 팬들이 직접 만든 구단이다. 2006년 2월 부천SK가 제주도로 연고이전한 뒤 부천에 남은 서포터들이 2007년 12월 창단했다. 2008년부터 3부리그격인 챌린저스리그에 참가했다. 몇 안되는 사무국 직원들로 어렵게 꾸려나갔다. 임원진은 자기 주머니를 털어 운영비에 보탰다. 5년간 살아남았다. 2억8000여만원의 흑자도 남겼다.
2013년 출범하는 2부리그 참가가 부천FC의 목표였다. 한국프로축구연맹도 적극적이었다. 매력적인 스토리를 지닌 부천FC가 온다면 2부리그도 탄력을 받을 수 있다. 부천FC와 연맹은 의기투합했다. 그런데 예상치 못한 곳에서 발목이 잡혔다. 부천시의회였다.
▶부천시의회의 딴죽
지난달 23일 부천시의회는 '부천시 시민 프로축구단(부천FC) 지원 조례안'을 부결했다. 부천시가 부천FC에 2013년 15억원을 시작으로 2017년까지 5년간 총 55억을 지원한다는 내용이었다. 28명이 의결에 참여했다. 14명이 찬성했다. 반대는 단 1명도 없었다. 그러나 14명이 기권했다. 일부는 정쟁 때문에, 또 다른 일부는 자신의 인지도를 높이고자 기권을 선택했다. 비겁했다.
부결 소식에 비난이 쏟아졌다. 부천FC의 일부팬들은 특정의원의 지역구로 찾아가 항의했다. 전국의 축구팬들 역시 시의회 홈페이지 게시판과 축구커뮤니티에서 비난 의견을 쏟아냈다.
궁지에 몰린 14명의 시의원들은 기권 이유를 밝혔다. 대부분 제대로 된 설명을 듣지 못했다고 했다. 설득력이 떨어졌다. 이미 부천FC는 시민을 대상으로 3차례 설명회를 열었다. 8월에 2차례, 9월에 1차례였다. 당시 설명회에는 500여명의 시민들이 참석했다. 일부 시의원들도 참석했다. 본회의를 앞두고는 부천시 체육진흥과에서 부천시의원들을 하나하나 찾아다니며 설명하고 이해를 구했다.
▶부천FC, 왜 필요한가
그럼에도 부천FC는 다시 설명의 기회를 마련했다. 6일 부천시의회 접견실에서 의원설명회를 열었다. 이 자리에는 부천FC와 부천시청 관계자, 김정남 프로연맹 부총재, 안기헌 사무총장도 참여했다. 시의원들에게 부천FC의 2013년 2부리그 참여의 당위성을 설명했다.
내년 2부리그 참가팀만이 받을 수 있는 재정 지원을 강조했다. 프로연맹은 내년 2부리그 참가팀에 한해 프로 가입금을 40억원에서 5억원으로 낮추었다. 축구발전기금 30억원도 면제했다. 프로 참가 2년차부터 받을 수 있는 스포츠토토 수익금(연간 7억원) 규모)을 1년차부터 받을 수 있게 했다. 신인 드래프트 우선 지명권(15명)을 배정하고 각 K-리그 팀에서 보호선수를 제외한 1명씩을 무상임대할 수 있도록 했다. 재정지원으로 인한 절감효과만 약 66억원 규모였다.
부천FC는 안정적인 구단 운영을 약속했다. 2013년 수입을 35억원으로 예상했다. 2014년에는 35억5000만원으로 예상했다. 각종 스폰서와 광고 수익, 관중 입장료 등을 총망라했다.지출 계획도 설명했다. 2013년 35억원, 2014년 33억8000만원을 제시했다. 2년차부터 흑자를 낼 것으로 전망했다.
▶부천시의회에 바란다
설명회는 대체적으로 무난한 분위기에서 끝났다. 대부분 부천FC의 2부리그 진출에 대해 수긍하는 분위기였다. 지원 조례안 자체에 대해서 이견을 제시하는 이들은 별로 없었다.
이제 부천시의회가 결단을 내려야 한다. 부천시와 부천FC는 21일 조례안을 재상정할 계획이다.
부천FC의 2부리그 진출로 얻을 수 있는 것이 많다. 연간 15억8000만원에 달하는 홍보효과를 예상한다. 5년간 79억원이다. 66억원의 재정절감효과에 홍보효과까지 합친다면 5년간 145억원을 벌어들일 수 있다. 5년간 55억원을 지원한 부천시는 3배 가까이 남는 장사를 하는 셈이다.
부천시민들의 축구 사랑도 생각해야 한다. 부천FC는 3부리그격인 챌린저스리그에 있으면서도 평균 관중이 1000명이 넘었다. 모두 유료관중이다. 부천SK 시절 전성기에는 경기당 평균 관중이 2만명에 달했다. 시의원들은 시민들 위에 군림하는 존재가 아니다. 시민들의 뜻을 대변하는 사람들이다. 부천 시민들은 물론이고 전국의 축구팬들이 부천FC의 2부리그 진출을 바라고 있다.
설명회에서 부천FC 관계자는 "축구하면 부천 스타일이라는 등식을 만들겠다. 축구계의 싸이가 되겠다"고 말했다. 이 다짐을 현실로 만들 방법은 간단하다. 기권했던 14명 시의원들의 찬성표 하나면 된다. 부천시의원들이 '비겁하지 않고 합리적인 선택'을 하기를 기대해본다. 부천=이 건 기자 bbadagu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