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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시진, 20년전 무덤 같았던 롯데로 꽃가마 타고 돌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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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8시즌이 끝나고 삼성 에이스 김시진(54)에게 청천벽력 같은 일이 벌어졌다. 11월 22일이었다. 영원한 삼성맨으로 생각했던 그에게 롯데행이 결정됐다. 롯데 에이스 최동원을 포함한 3대4 대규모 트레이드였다. 롯데에선 최동원 오명록 김성현을 삼성으로 보냈다. 대신 롯데는 김시진 전용권 오대석 허규옥을 받았다.

김시진은 이 트레이드 희생양이었다. 그가 원했던 롯데행이 아니었다. 롯데가 선수노조 설립에 앞장섰던 최동원을 버리는 과정에서 불똥이 김시진에게 튀긴 것이다.

1983년 삼성에 입단했던 김시진은 88년까지 6시즌 동안 총 111승을 거둘 정도로 맹활약했다. 하지만 89년 롯데 유니폼을 입은 첫 해 4승, 그리고 이듬해 7승, 91년에는 2승으로 계속 부진했다. 결국 92년 4경기에 등판 1패라는 초라한 성적을 남기고 선수 은퇴했다.

포항 출신으로 대구 연고인 삼성에서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던 김시진의 선수 인생은 롯데로 가면서 꼬였다. 또 단 한번도 빛을 보지 못했다.

이후 그는 롯데를 떠나 태평양 코치를 시작으로 지도자로 변신했다. 현대 코치를 거쳐 2007년 현대 사령탑에 올랐다.

롯데가 5일 김시진을 새 사령탑에 선임했다. 따라서 그는 떠난 지 20년 만에 꽃가마를 타고 롯데로 돌아가게 됐다.

롯데는 목마른 우승을 시켜줄 적임자로 김시진 감독을 선택했다. 3년에 총 12억원으로 좋은 대우를 해줬다. 우승이라는 큰 짐이 있지만 김 감독은 국내에서 가장 화끈한 부산 야구팬들의 주목을 받게 됐다. 야구인으로서 더없는 영광된 자리에 오른 것이다. 노주환 기자 nogoo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