겉으로는 태연한척 했다. 선수들을 향해 "7연패도 했는데, 8연패하면 어떻냐. 편안하게 하자"고 했다. 부담감을 지우기 위해 몸부림쳤다.
기자들을 향해선 진심을 숨기지 않았다. 경기를 앞둔 그는 "달이 차면 기운다. 나도 자존심이 있다. 이번에는 정말 지고 싶지는 않다. 우승을 하는데 나는 물론 선수들도 오점을 남기고 싶지 않다"며 입술을 깨물었다.
운명은 쉽게 바뀌지 않았다. 늘 그랬던 것처럼 전반 23분 상대에 선제골을 허용했다. 머릿속이 복잡해졌다. 전반 종료 직전 수원 양상민이 퇴장당해면서 수적 우세로 후반을 맞았다. 하지만 파상공세에도 불구하고 골문은 열리지 않았다. 입 안이 바짝바짝 말랐다. 도망가고 싶었다. 어딘가에 숨고 싶었다. 그 순간 기다리던 골이 터졌다. 후반 40분, 교체투입시킨 정조국이 해결했다. 주장 하대성이 달려와 격하게 껴안았다. 비록 역전골은 터지지 않았다. 올시즌 마지막 슈퍼매치는 1대1로 마침표를 찍었다. 다만 라이벌전 첫 승점(1점)은 무엇과도 바꾸고 싶지 않은 귀중한 선물이었다.
최용수 서울 감독(41)이 마음고생을 훌훌 털었다. 지난해 4월 감독대행으로 지휘봉을 잡은 후 수원에만 5연패를 당했다. 단 한 골도 터트리지 못했다. 수원전 7연패, 6경기 연속 무득점의 그늘은 족쇄였다. "수원전은 피할 수 없는 마지막 결승전이다. 정말 중요한 경기다." 최면을 걸고, 또 걸었다. 절반의 성공이었지만, 드디어 연패 탈출에 성공했다.
승점 1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서울은 올시즌 6경기를 남겨두고 있는 가운데 승점 81점(24승9무5패)으로 선두를 질주하고 있다. 2위 전북(승점 76·22승10무6패)이 이날 부산을 꺾어 승점 차는 7점에서 5점으로 줄었다. 4점과 5점은 또 다르다. 4점은 1승1무, 5점은 2승의 가치를 지니고 있다. 서울이 2패하는 동안 전북이 2승을 해야 따라잡을 수 있다. 3위 수원(승점 67·19승10무9패)은 역전 우승의 꿈이 사실상 허공으로 날아갔다.
최 감독은 만족했다. 그는 "올시즌 우승으로 가기위해선 피해갈 수 없는 승부처였다. 7연패란 것이 나한테, 선수들에게 말할 수 없는 큰 부담으로 다가왔다. 힘든 시간을 보냈다"며 "너무나도 소중한 경험이었다. 비록 원하는 승리를 가져오지 못했지만 만족할 만한 승점을 확보했다. 소중한 승점이었다"고 밝혔다.
최 감독은 지난해 4월 26일 또 다른 운명을 받아들였다. 5년간의 코치 생활에 마침표를 찍었다. 황보관 전 감독이 물러난 자리를 채웠다. 40세에 K-리그 최고명문 구단 서울의 선장이 됐다. 첫 해 정규리그와 아시아챔피언스리그, FA컵, 컵대회 등 33경기에서 20승5무8패를 기록했다. 15위까지 추락한 팀을 3위에 올려놓았다. 올시즌 대행 꼬리표를 뗀 그는 거침이 없었다. 옥에 티가 수원전 연패였다.
최 감독의 이날 '데몰리션'의 한 축인 몰리나를 후반 22분 빼고, 정조국을 투입했다. 용병술은 적중했다. 6경기 연속 무득점을 끊은 해결사가 정조국이었다. 최 감독은 "골이 너무 보고 싶었다. 그 한 골이 우승을 향하는 가치가 큰 골이다. 연패를 끊으면서 짐을 덜었다고 생각한다. 다음번에는 홀가분한 마음으로 정상적인 축구를 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최 감독과 윤성효 수원 감독(50)은 중·고·대학 선후배다. 윤 감독은 경기 후 "차분하게 준비잘해서 우승하라"고 덕담을 했다. 시련은 있지만 실패는 없었다. 최 감독은 여전히 견고한 우승전선을 구축했다. 2012년 11월 4일, 최 감독의 하루는 그렇게 막을 내렸다. 김성원 기자 news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