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7월 28일, 포스코컵 4강전이 열리던 서울 월드컵 경기장. 당시 대 수원전 홈 경기에서 2승 1무로 강한 모습을 보였던 빙가다 감독의 서울은 또 한 번 수원을 제압했다. 두 팀은 전반전만 해도 탐색전을 이어가며 다소 잠잠한 경기를 펼치더니, 후반전에 돌입하자마자 승리에 대한 강한 의욕으로 불꽃을 튀기기 시작했다. 포문을 열어 선제 펀치를 날린 쪽은 후반 12분 데얀의 골에 힘입은 서울. 하지만 김진규의 자책골과 염기훈의 왼발이 만들어낸 환상적인 골로 이내 끌려가는 처지가 되고 말았다.
하지만 남아공 월드컵에 다녀온 이승렬이 본인의 가파른 성장세를 가감 없이 드러내며 끌려가던 승부를 뒤집기 시작했다. 후반 37분 이승렬의 동점 골로 연장전에 돌입한 서울은 연장 전반 5분 데얀, 10분 이승렬의 추가골에 수원을 4-2로 완파했다. 슈팅 개수 서울 25개-수원 12개, 특히 연장전 30분은 서울의 무차별 공격만이 이어졌다. 그런데 그날로 멈춰버린 서울의 슈퍼매치 승리 시계는 아직도 돌아갈 생각을 하지 않는다. 그로부터 한 달 뒤 수원 원정에서 4-2로 패한 서울의 흑 역사는 그렇게 시작됐다. 어느덧 7연패, 라이벌이라 부르기도 민망해진 전적, 종지부를 찍을 방법은 정녕 없는 걸까.
'27골 득점 1위' 데얀과 '공격 포인트 33개 1위' 몰리나의 데몰리션 콤비가 K리그를 점령했다고 하나, 최근 6경기째 침묵만을 지키고 있는 수원전만은 예외다. 이럴 바엔 차라리 변화를 주는 건 어떨까 싶은데 최용수 감독의 결단이 참으로 궁금한 대목이다. 데몰리션을 제외한 채 선발 라인업을 꾸리고 이들을 교체 투입한다는 것 자체가 상당한 모험일 수 있고, 팀 밸런스 면에서도 혼란을 일으킬 위험이 높은 건 당연지사. 하지만 올 한 해만 벌써 다섯 번째 슈퍼 매치다. 자주 가는 음식점 마냥 서로의 메뉴를 훤히 다 꿰고 있는 상황, 데몰리션은 안 통한다는 것이 증명됐던 지난 경기들, 어쩌면 모험이 필요한 때일지도 모른다.
다소 수비적인 경기를 해보는 건 어떨까. 이에 관해서라면 지난 7월 전북의 최다 연승 역사를 막았던 경기를 되짚어볼 필요가 있다. 데얀이 빠진 서울은 골키퍼-수비-수비형 미드필더 라인의 간격을 촘촘하게 좁혔고, 공격보다는 수비에 무게를 싣는 모습이었다. 여기에 수비 진영에서의 유기적인 커버 플레이까지 더해 전북의 닥공을 무결점에 가깝게 잡아내곤 했다. 이를 슈퍼매치에 적용해보는 것도 고려해봄 직하다는 생각이다. 물론 서울의 '홈 경기'이기에 도박적인 요소는 다분하다. 승리한다면 '전술'이란 명목하에 '수비 축구' 역시 최용수 감독의 한 수라며 치켜세울 수 있지만, 그 반대로 패한다면 더 큰 나락으로 떨어질 수도 있다.
마지막으로 언급하고 싶은 건 '멘탈적'인 부분. 앞서 제시한 것들은 선택의 문제일지 몰라도, 이 부분만큼은 선택의 여지가 없다. 서울이 37라운드 현재 승점 7점 차로 전북을 따돌리고 단독 1위를 달리는 데엔 그들만의 저력이 있었다. 선제골을 먹어도, 아랑곳하지 않고 동점골과 역전골을 작렬하는 뒷심 말이다. 그런데 그동안의 슈퍼매치는 어떠했나. 호각세를 보이던 중 한 방을 얻어맞고선 닫혀가는 수원의 골문을 향해 공허한 외침만을 남기지 않았던가. 최근 열린 슈퍼매치에서 서울의 경기력이 심하게 나빴던 적은 거의 없다. 이보다는 승리에 대한 '절박함'이 선제골 허용 후 '조급함'으로 바뀌면서 남은 경기 시간을 망쳐버린다는 것이 문제였다. 굳건한 정신력으로 90분을 모두 소화할 수 있느냐, 그것이 서울의 승패를 결정할 전망이다.
<홍의택 객원기자, 제대로 축구(http://blog.naver.com/russ1010)>
※객원기자는 이슈에 대한 다양한 시각을 위해 스포츠조선닷컴이 섭외한 파워블로거입니다. 객원기자의 기사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