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하반기는 유례없이 시즌2를 표방한 드라마들이 선보이거나 제작 계획을 내놓고 있다. 하지만 속편이라고 부르기 힘든 것들이나 가시화 되지 않은 것이 대부분이라 방송 관계자들의 우려를 사고 있다. 전작의 인기를 등에 업은 '거품'이라는 지적도 많다.
우선 케이블채널 SBS플러스를 통해 지난 달 22일부터 방송한 '풀하우스 테이크2'(이하 풀하우스2)는 지난 2004년 큰 인기를 모았던 드라마 '풀하우스'의 속편 격이다. 하지만 속편이라고 하기에는 배우나 제작진의 연결고리가 너무 약하다. 1편은 표민수 PD와 민효정 작가가 만들었지만 2편의 작가와 PD는 전혀 다르다. 단지 톱스타와 일반인의 사랑을 다뤘다는 것만이 전편과의 연결고리다. 게다가 느슨한 이야기로 인해 지상파 편성까지 무산되며 케이블 채널로 방송사를 옮겨 기대감을 떨어뜨렸다.
하지만 '풀하우스2'처럼 제작이라도 된 경우는 나은 편이다. 대부분 계획만 무성하지 실제로 진행되는 것은 없는 경우가 많다. '대장금2'의 경우 몇년 전부터 줄기차게 속편 계획이 나왔지만 가시화 된것은 전혀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물론 MBC측은 지난 달 '대장금' 속편에 대한 제작의사를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이것은 중국 방송사들과 만난 자리에서 중국 진출 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나온 발언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많다. 현실적으로 방송사의 입장만을 가지고 제작되기 힘든 구석이 많기 때문이다.
우선 '대장금'의 연출을 맡은 이병훈 PD는 "'대장금2'는 이영애에게 달렸다"며 "'대장금2'는 사실 내 손을 떠났다"고 말했다. 김영현 작가 역시 집필할 계획이 없음을 분명히 하고 있는 상황. 게다가 주연 배우 이영애 역시 현재는 육아에 집중하고 있다.
실제로 제작된다 해도 이름만 '대장금'을 달고 있지 전혀 다른 이야기가 될 공산이 크다. 실화에 픽션을 덧댄 '대장금'이 속편이 등장할 여지를 주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출연했던 배우들 조차 이미 제 배역으로 출연하기 힘든 상황이다.
'올인2'가 나올 것이라는 이야기도 등장했지만 속편은 아니었다. 최완규 작가와 유철용 PD가 다시 한번 의기투합해 제작하는 드라마 '여왕폐하'(가제)라는 작품이 '올인'의 속편 격이라는 의미다. 하지만 최작가와 유PD는 이미 '올인' 다음에 '태양을 삼켜라'라는 작품에도 함께 한 바 있어 속편이라는 단어를 붙이기 애매한 상황이다. '여왕폐하'는 건달의 자식으로 태어나 복싱으로 이름을 날리게 된 한 남자와 노름꾼의 숨겨진 딸로 태어나지만 엄마 손에 이끌려 하와이로 이민을 가고 미인대회에서 우승하게 되는 한 여자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때문에 내용면에서는 '올인'과 전혀 연결고리가 없다.
이처럼 시즌2 계획은 쏟아지지만 힘이 떨어지는 것은 전작을 넘어서는 이야기를 만들어내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배우의 입장에서도 전작보다 성공할 수 있다는 확신이 없는한 출연을 결정하기 어렵다. 잘돼봐야 본전인 작품에서 고생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단지 방송사나 제작사가 전편의 인기를 등에 업고 광고나 PPL을 유치하기 위해 나서고 있지만 작가와 PD, 배우들이 구성되지 않은 시즌2는 '사상누각'일 뿐이다.
한 방송 관계자는 "시청자들이나 투자자들을 현혹시키기 위해 시즌2 이야기를 꺼내지만 실제로 만들어지는 경우는 케이블 드라마의 경우를 빼놓고는 많지 않다. 또 만들어진다고 해도 졸속으로 만들다 보니 완성도가 떨어지기도 한다. 시즌2가 제대로 진행되는 것은 '아이리스2' 뿐인 것으로 알고 있다"라고 전했다. 그의 말처럼 장혁 이다해 김승우 이범수 등이 투입되는 '아이리스2'는 이미 제작이 가시화돼 기대를 높이고 있다. 하지만 다른 시즌2의 경우는 진행이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때문에 전작의 인기만을 생각한 속편은 처음부터 다시 생각해봐야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고재완 기자 star77@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