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생구단 NC 다이노스의 구단주인 엔씨소프트 김택진 대표와 부인 윤송이 부사장이 '남의 잔치'임에도 불구, 2년 연속 한국시리즈를 참관했다. 31일 한국시리즈 5차전이 열린 잠실구장에서 NC 다이노스 이태일 대표와 엔씨소프트 이재성 대외협력실 상무와 함께 경기를 관전했다.
지난 5월 국내 최대 게임사 넥슨에 1대 주주 자리를 내주고 2대 주주로 물러난 후 좀처럼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던 것을 감안하면 상당히 이례적인 행보였다. 특히 윤 부사장과는 지난해 11월 열린 국제게임쇼 '지스타 2011' 이후 단 한번도 공식석상에 동행한 적이 없었기에 더욱 그랬다.
시선을 집중시키는 불편한 자리임에도 김 대표가 굳이 야구장을 찾은 이유가 뭘까. 무엇보다 김 대표는 야구를 좋아한다. 프로야구가 개막했을 당시 중고등학교를 다니며 전형적인 '베이스볼 키즈'로 성장한 김 대표는 엔씨소프트를 굴지의 게임사로 성장시킨 후 남자들의 '로망'이라고 할 수 있는 프로야구단 구단주까지 됐다. 2대 주주가 됐음에도 야구단 운영에는 전혀 문제가 없다고 엔씨소프트가 자신하는 것도 온갖 어려움을 딛고 대기업 중심의 프로야구단 체제에 과감히 도전장을 내밀었던 김 대표의 야구에 대한 진정성 때문이다.
개인적인 기호에 의한 야구장 나들이였지만, 다른 CEO의 행보와는 또 다른 메시지를 담고 있다. 김 대표는 팀 창단 이후 지속적으로 "NC 다이노스는 엔씨소프트의 홍보나 사회공헌을 담당하는 부속팀이 아니라 미국 메이저리그와 같은 야구전문기업으로 자리잡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즉 지난해는 야구단 창단을 알리고 인사하는 자리였다면, 이번에는 내년 1군 진입을 앞둔 일종의 '출사표'로 볼 수 있다. 다른 팀들은 한 해를 정리하는 기간이지만, 이달 중순 기존 8개 구단으로부터 보호선수 20명씩을 제외한 1명씩의 선수를 데려와야 하고, FA와 용병을 처음으로 선발하는 등 1군 진입을 본격적으로 준비해야 하는 NC 구단 구성원에 대한 적절한 긴장감 조성의 측면도 담겨 있는 것으로 보인다. 김 대표는 이날 5회가 끝난 후 서울대 후배이자 또 한명의 '베이스볼 키즈'라 할 수 있는 삼성전자 이재용 사장과 잠시 인사를 하는 자리에서도 구단 준비 상황에 대한 얘기를 나누기도 했다.
전형적인 젊은 기업이자 대표적인 문화 콘텐츠 산업의 선두주자인 게임사가 만들어 갈 야구단은 분명 다를 것으로 보인다. 김 대표는 올 퓨처스리그가 진행되는 시즌 중 선수 전원에게 태블릿PC인 아이패드를 선물했다. 지속적으로 실시하고 있는 교육 자료나 전력분석팀에서 제작하는 경기 분석 영상 등을 언제 어디서나 선수들이 꺼내볼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김 대표는 40대의 젊은 CEO답게 선수들에게 격의없이 다가서는 것으로도 잘 알려져 있다. 이달 말 개최 예정인 시즌 종료 파티에도 참석, 선수들을 격려하고 신입 선수들의 입단을 축하해 줄 계획이기도 하다. 90년 쌍방울(현 SK) 이후 23년만에 등장한 신생구단 NC 다이노스가 800만 관중 시대를 앞둔 프로야구에 어떤 신선한 바람을 불러일으킬지 주목되는 대목이다.남정석 기자 bluesky@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