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떨리는 스몰볼 대결에서 삼성이 2대1로 이겼지만 6차전을 앞둔 분위기는 양팀이 크게 다를 바 없다. SK는 비록 5차전을 내줬지만 9회초 오승환을 상대로 무사 3루 찬스를 만드는 등 지고도 막판에 자신감을 얻었기 때문이다. 삼성은 말할 것도 없이 1승만 더하면 된다는 자신감에 차있다. 심장 뛰고, 땀나는 지옥의 1점차 승부를 지켜본 양팀 담당 기자들이 승자 패자 가릴 것 없이 모두 기가 산 이유가 여기 있다. <편집자주>
(삼성편에서)
SK는 5차전을 통해 삼성이 왜 최강인지를 똑똑히 보았을 것이다. 3,4차전에서 자신들의 실수로 2연패를 당했던 삼성은 5차전에서 그들이 가장 잘 하는 '지키는 야구'의 진수를 보여주었다. 삼성이 정신을 바짝 차리자 SK가 급해졌다. 한국시리즈 같이 큰 경기에서 여유가 없으면 질 수밖에 없다. 즐기지 못하면 자그마한 실수로 경기를 망치게 돼 있다. SK는 2연패 뒤 2연승으로 승기를 잡았다고 봤을 것이다. 하지만 그렇게 생각할 때부터 SK는 힘이 떨어지고 있었다. 롯데와의 플레이오프 5경기와 한국시리즈 5경기까지 총 10경기를 했기 때문에 피로감을 느끼는 게 당연했다. 3차전에서 폭발했던 타선은 경기를 하면 할수록 가라앉고 있다. 서서히 SK 타선이 페넌트레이스 때로 돌아가고 있다. 삼성 마운드가 3차전 같이 무너지는 일은 흔치 않다. 따라서 SK는 경기를 하면 할수록 타선이 더 침묵할 가능성이 높다. SK 공격의 시발점인 정근우의 경우 2경기 연속 무안타에 그쳤다. 잘 맞은 타구가 자꾸 야수 정면으로 가면서 타격감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정근우가 살아나가지 못하면 SK는 그만큼 득점 찬스를 만들지 못한다. 박진만 임 훈 등 하위 타순도 침묵하면서 공격 흐름이 자주 끊겼다.
SK 선수들의 집중력에도 허점이 있다. SK는 3회 우익수 임 훈이 최형우의 우전 안타를 잡다 놓쳐서 이승엽을 3루까지 진루시켜, 추가 득점의 빌미를 제공했다. 이호준은 4회초 3루에서 더블 스틸 작전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했다. 주루사는 베테랑 이호준이 성급했기 때문이었다.
SK는 분수령인 5차전을 내줬다. 남은 힘도 얼마 없고, 분위기도 삼성에 넘겨줬다. 삼성의 전력은 최강이고, SK는 그 다음이다. 삼성은 7차전까지 가길 원치 않는다. 잠실=노주환 기자 nogoon@sportschosun.com
<SK편에서>
SK 윤희상을 칭찬하지 않을 수 없다. 가장 중요한 경기서 부담이 컸을텐데도 침착하게 자신의 투구를 했다. 1회말 폭투로 1점을 내주고 계속 위기를 맞았지만 삼성 타자들을 잘 막아냈고, 3회말에도 1점으로 막으며 길게 던졌다. 1차전에 이어 또다시 윤희상을 공략하는데 실패한 삼성 타자들은 체면을 구기게 됐다. 1차전서 짧게 경험한 것도 아니고 8이닝 동안 봐왔던 투수에게 5차전서도 7이닝 동안 단 5안타에 그친 것은 분명 창피한 일이다.
삼성이 급하긴 급하다. 마무리 오승환을 8회에 올렸다. 정규시즌 때처럼 안지만이 깔끔하게 8회를 끝내고 9회에 오승환이 등장하는 장면을 만들지 못했다. 가끔씩 오승환이 8회에 등판하곤 했지만 이날 안지만은 매우 좋은 모습이었다. 그런 안지만에게 아웃카운트 1개를 더 맡길 여유가 없었다는 것은 그만큼 SK의 방망이를 두려워하고 있다는 뜻이다. 그런데 어쩌나. 오승환을 올려도 맘을 놓을 수 없게 됐으니…. 이젠 기댈 곳이 없는 삼성의 마운드다. SK의 무서움을 다시 한번 느꼈을 것이다.
수비도 역시 문제다. 9회초 최 정의 타구를 중견수 정형식이 잡지 못했다. 분명 최 정의 타구는 컸다. 그러나 발이 빠른 정형식이라면 빨리 펜스 끝까지 달려가서 낙구지점을 제대로 파악했어야 했다. 가장 중요한 순간에 오승환을 도와주지 못했다. 류중일 감독은 진갑용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느끼지 않았을까 한다. 이지영의 '중전안타성 송구'는 볼 수 없을 정도였다. 1차전에도 한차례 도루 저지를 위해 던졌다가 공이 중견수쪽으로 날아갔는데 이래서야 투수가 맘 놓고 피칭을 할 수 있겠나 싶다.잠실=권인하 기자 indy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