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오승환이 최고의 마무리 투수인지를 보여준 한판이었다.
오승환이 벼랑 끝에 몰렸던 삼성을 구했다. 삼성에게도, 오승환 본인에게도 극적인 경기였다.
오승환은 삼성이 2-1 아슬아슬한 리드를 이어가던 8회초 2사 주자없는 상황에서 경기 마무리를 위해 등판했다. 박재상을 삼진으로 잡아냈다. 경기가 그대로 삼성쪽에 넘어가는 분위기.
하지만 '원숭이도 나무에서 떨어진다'는 속담처럼 오승환도 불의의 일격을 허용했다. 9회 선두타자 최 정에게 중월 3루타를 허용한 것이다. 125m 거리의 잠실구장 중앙 펜스를 직접 맞힌 큰 타구. 넘어가지 않은게 다행이었다.
다잡은 경기. 마무리 투수의 난조로 동점을 허용한다면 분위기상 경기 흐름이 SK쪽으로 넘어갈게 뻔했다. 만약 패배했다면 이날 1패가 중요한게 아니라 다음날 곧바로 이어지는 6차전에도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컸다.
하지만 오승환은 본인이 자초한 위기를 스스로 넘겼다. 역시 '명품 돌직구'였다. 150㎞가 넘는 강력한 직구가 들어오자 SK 타자들은 쉽게 정타를 만들어내지 못했다.
첫 타자 이호준과의 승부가 하이라이트였다. 이호준은 이전 3타석에서 2안타를 몰아치며 매서운 타격감을 과시하고 있었기 때문. 볼카운트 3B1S까지 몰렸다. 하지만 흔들리지 않았다. 이호준에게 유격수 땅볼을 유도했다. 3루주자 최 정이 들어오지 못했다. 이 승부에서 극적인 반전 분위기가 만들어졌다.
다음타자 김강민을 삼진처리하는 장면은 삼성의 승리를 알리는 신호탄이었다. 김강민은 오승환의 강력한 구위에 전혀 타이밍을 맞추지 못했다.
마지막 타자 박진만이 타석에 들어섰을 때, 경기장은 이미 오승환이 지배하고 있었다. 오승환은 볼카운트 1B2S 상황서 자신있게 바깥쪽 직구를 던졌다. 스탠딩 삼진. 오승환은 포효했다.
재밌는건 천하의 오승환도 위기 상황에서 긴장감을 숨기지 못했다는 것. 오승환은 김강민을 상대하다 뜬금없이 3루수 박석민에게 견제구를 던졌다. 베이스에서 한참이나 떨어져있던 박석민이 깜짝 놀라 공을 받았다. 오승환은 민망했는지 박석민을 향해 웃음을 보였고 박석민도 함께 웃고 말았다. 그렇게 긴장을 푼 오승환은 다시 무서운 투사로 변신했다.
잠실=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