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 팬들은 '고공 폭격기' 김신욱(24·1m96)이 수비수에서 스트라이커로 전향한 선수라고만 알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그가 축구화를 처음 신고 뛴 포지션은 미드필더였다. '카멜레온' 같았다. 이후 포지션만 세 번을 바꿨다. 수비형 미드필더에서 중앙 수비수로, 2009년 프로 입문 이후 김호곤 울산 감독의 권유로 공격수로 변신했다. 득점에 눈을 뜬 것은 지난해였다. 19골을 폭발시켰다. 치밀한 분석 덕분이다. 하루에 30분 정도는 꼭 자신의 플레이와 해외리그 골 장면을 챙겨본다. 김신욱은 욕심이 많은 선수다. K-리그, 아시아챔피언스리그 정상에 서봐야 한다. 해외진출의 꿈도 있다. 인생 최대 목표는 '월드컵 골'이다.
그의 욕심 중 하나가 채워질 가능성이 높아졌다. 챔피언스리그 우승이다. 울산은 31일 대회 4강 홈 2차전에서 후반 7분 김신욱과 후반 28분 이근호의 연속골로 분요드코르(우즈베키스탄)를 2대0으로 제압했다. 원정 1차전에서 3대1 역전승을 거뒀던 울산은 1, 2차전 합계 5대1로 대망의 챔피언스리그 결승행 티켓을 따냈다. 울산의 결승행은 1983년 팀 창단 이후 처음이다. 울산은 11월 10일 안방인 울산월드컵경기장에서 챔피언스리그 우승에 도전한다.
이날 김 감독은 분요드코르전을 앞두고 두 가지 고민이 있었다. 방심과 경고 관리였다. 울산은 이미 24일 우즈벡 원정 1차전에서 3대1로 승리했다. 자칫 안일한 마음을 갖게 된다면 대형사고가 벌어질 수 있다. 2004년 성남 일화의 참패를 반면교사 삼아야 했다. 당시 성남은 알이티하드(사우디아라비아)와 결승전에서 1차전을 3대1로 이기고도, 홈에서 열린 결승 2차전에서 0대5 대패를 당했다.
또 대회 8강전부터 다시 적용되는 경고 부문에서 김신욱 김영광 강민수 곽태휘 이 호 하피냐 등 6명이 한 차례씩 경고를 받은 상태였다. 포지션별 핵심 선수들이라 한 명이라도 경고누적으로 빠질 경우 최상의 전력으로 결승전을 치를 수 없게 된다.
그래서 김 감독은 경기 전 선수들에게 두 가지를 주문했다. "집중만 하자"고 선수들에게 강조했다. 또 수비보다 공격지향적으로 맞섰다. 잠그는 플레이가 나올 경우 오히려 경고를 더 받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뒤는 돌아보지 말자'는 것이 김 감독의 전략이었다.
모든 시나리오가 척척 들어 맞았다. 강한 압박과 공격적인 플레이는 분요드코르에 밀리지 않는 원동력이 됐다. 특히 양쪽 측면을 빠르게 파고드는 상대의 공세가 오히려 울산 선수들에게 방심을 할 수 없게 만들었다. 전반 두 차례 김영광 골키퍼의 선방도 '철퇴축구'를 명품으로 만들었다.
게다가 김 감독은 1-0으로 앞선 후반 14분 한 개의 경고를 받은 이 호를 고슬기로 교체해 결승전에 대비했다. 또 후반 중반 김신욱 대신 고창현을, 곽태휘 대신 이재성을 교체투입해 최상의 전력으로 결승전을 치를 수 있게 됐다.
울산=김진회 기자 manu35@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