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시리즈 5차전부터는 잠실구장에서 열린다. 대회요강에 따르면, 지방팀끼리 맞붙을 경우 관중 2만5000명 이상 수용가능한 구장을 가진 팀끼리 경기가 아닌 이상 무조건 5,6,7차전은 잠실에서 치르게 돼 있다.
이번 한국시리즈처럼 한 팀만 해당돼도 안 된다. 넥센 역시 서울팀이지만, 2만5000석 기준을 충족시키지 못해 잠실 중립경기를 치러야만 한다. 잠실 중립경기가 없으려면, SK-롯데전이 성사되거나 두산과 LG 중 한 팀이 포함돼야만 한다.
이런 '중립경기' 규정은 매번 '꼭 해야 하나?'라는 논란을 일으킨다. 주인 없는 야구장에서 남의 잔치가 벌어지기 때문이다. 양팀은 그라운드 관리부터 구장 내 응원물 부착 등에 있어 애로사항이 많다. 홈팀이 없는 탓에 어떤 일을 하더라도 한 번에 진행되는 법이 없다. 여러 사람을 거치는 등 일처리가 복잡할 수 밖에 없다.
어쨌든 규정은 규정. 게다가 양팀은 한국시리즈 단골손님이다. 이젠 잠실 중립경기가 익숙하기만 하다.
그렇다면 양쪽은 1루와 3루 덕아웃을 어떻게 나눠 쓸까. 일단 우선권은 페넌트레이스 1위팀에게 있다. 삼성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3루 덕아웃을 선택했다. 원정팀이 쓰는 3루 측 덕아웃은 복도가 비좁은 것을 비롯해 홈팀이 사용하는 1루 쪽 덕아웃보다 불편할 수 있다. 하지만 삼성은 3루를 선택했다. 이유는 '익숙함' 때문이다.
"정규시즌 때 매번 3루 측 덕아웃을 썼기 때문에 모두가 익숙하다"는 게 삼성 측 관계자의 설명. 굳이 지금껏 쓰지 않던 1루 덕아웃을 쓰기보단 익숙한 곳에서 편안하게 경기를 치르겠단 심산이다. 선수는 물론, 팬들도 마찬가지. 게다가 삼성은 홈구장인 대구에서도 3루를 홈 덕아웃으로 사용한다.
SK 역시 같은 입장이었다. 홈팀 같은 분위기가 나지만 1루 덕아웃은 뭔가 어색하다. 선택권이 있었다면 3루를 선택하는 게 일반적이라는 증거다.
덕아웃 뿐만이 아니다. 원정 숙소 역시 정규시즌 1위 팀에게 우선권이 있다. 두 팀은 모두 잠실 원정경기 때 리베라호텔을 숙소로 사용한다. 평소라면 겹칠 일이 없지만, 한국시리즈 때 같은 숙소를 쓸 수는 없는 일. 결국 삼성이 청담동에 위치한 리베라호텔로 들어가고, SK는 광장동에 있는 워커힐호텔로 갔다. SK 관계자는 "아무래도 선수들은 익숙한 걸 선호할 수 밖에 없다. 그래도 우선권이 없으니 어쩔 수 없는 일 아닌가"라고 말했다.
중립경기임에도 엄연히 홈과 원정팀은 존재한다. 선-후공을 결정해야 하기 때문이다. 먼저 홈경기를 치른 삼성이 5차전 홈팀이다. 6,7차전은 다시 SK-삼성 순으로 홈팀이 된다.
잠실=이명노 기자 nirvana@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