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호와 스즈키 이치로가 같은 유니폼을 입고 뛰는 모습을 볼 수 있을까.
오릭스 버팔로스가 뉴욕 양키스에서 자유계약선수(FA)로 풀린 이치로 영입에 나섰다. 메이저리그선수회가 30일(한국시각) FA선수 명단 137명을 발표하면서 이제 미국과 일본 전 구단이 해당 선수와 접촉할 수 있다. 다음달 3일까지 원소속 구단에 우선 협상권이 있으나 이 기간에도 타 구단과의 접촉이 가능하며, 우선협상기간이 끝나면 언제든지 계약할 수 있다.
오릭스는 이치로의 의사를 확인한 뒤 메이저리그 구단이 제시하는 금액보다 더 많은 연봉을 주겠다는 생각이다.
지난 7월 시애틀 매리너스에서 뉴욕 양키스로 이적한 이치로는 타율 2할8푼3리, 9홈런, 55타점, 29도루를 기록했다. 지난해부터 하향세가 이어지고 있는데, 뉴욕 양키스로 이적한 후에는 타율 3할2푼2리로 시즌 타율보다 좋았다. 볼티모어 오리올스와의 디비전시리즈에서 타율 2할1푼7리, 3타점으로 비교적 부진했지만, 디트로이트 타이거즈와의 아메리칸 리그 챔피언십시리즈에서는 타율 3할5푼3리, 1홈런, 2타점으로 좋은 활약을 했다.
뉴욕 양키스 잔류 여부에 관심이 집중된 가운데,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도 이치로 영입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뉴욕 양키스에 잔류하더라도 연봉은 올해 1700만달러(약 185억원)에서 대폭 삭감될 것으로 보인다. 메이저리그 관계자들은 이치로가 뉴욕 양키스에 남게될 경우 연봉이 400만(약 43억6000만원)~500만달러(약 54억6000만원)가 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물론, 분위기를 보면 일본 복귀보다 메이저리그 잔류 가능성이 높다. 지난 2001년 메이저리그에 입성한 이치로는 10년 연속 타율 3할-200안타에 한시즌 최다 안타 기록(2004년 262개)을 수립하는 등 최고의 활약을 펼쳤다. 그러나 시애틀 시절 팀 전력이 약해 2001년 지구 우승을 제외하고는 한 번도 포스트시즌에 나가지 못했다. 월드시리즈와 더 큰 무대 경험을 위해 최강팀 뉴욕 양키스로 이적을 자청했던 이치로다. 그가 메이저리그를 쉽게 포기할 것 같지는 않다.
2001년 오릭스에서 시애틀로 이적한 이치로는 그동안 친정팀과 관계가 돈독했다. 매년 메이저리그 스프링캠프 시작에 앞서 오릭스 훈련장에서 훈련을 해왔고, 구단 최고위층과 친분을 유지했다.
올시즌 최하위에 그친 오릭스는 오카다 감독을 경질하는 등 대대적인 팀 재편을 계획하고 있다. 이치로가 친정팀으로 복귀한다면 전력 보강 뿐만아니라 팀 리더까지 얻게 된다.
이치로는 "나를 필요로 하는 곳으로 가겠다"면서 거취에 대해 말을 아끼고 있다.
민창기 기자 huelva@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