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시즌 삼성의 팀 타율은 2할7푼2리(1위), SK는 2할5푼8리(5위)다. 수치로 나타난 성적을 보면 삼성이 SK에 크게 앞서 있다. 팀 득점 또한 삼성이 628점(1위)으로 564점(2위)을 기록한 SK보다 많았다. 대다수 야구 전문가들은 한국시리즈에서 투수력 뿐만 아니라 팀 홈런을 뺀 공격 전 부문에서 앞선 삼성이 SK를 압도할 것으로 전망했다.
실제로 삼성은 이승엽과 최형우의 홈런을 앞세워 1,2차전을 모두 잡았다. 3차전 초반까지도 6-1로 리드를 하면서 한국시리즈가 4연승으로 싱겁게 끝나는 듯 보였다. 그런데 SK가 3차전에서 극적인 12대8 역전승을 거두고, 4차전까지 가져가면서 물줄기를 바꿔놓았다. 2승2패.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던 국면에 접어든 것이다.
삼성은 왜 초반 좋은 분위기를 이어가지 못했을까. SK 뚝심의 원동력은 무엇일까. 결국 타선의 집중력에서 희비가 갈렸다. 1,2차전은 삼성 타선이 응집력을 보여줬고, 3,4차전은 SK 타자들이 상대의 빈틈을 잘 파고들었다.
삼성과 SK는 4경기에서 나란히 20점씩, 경기당 평균 5점을 뽑았다. 사실 시리즈 개막을 앞에 전문가들은 정규시즌 종료 후 2주 정도를 쉰 삼성 타선이 1차전에서 고전할 것으로 내다봤다. 실전감각을 유지하기 위해 연습경기를 치르지만 아무래도 긴장감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긴 휴식이 체력적인 면에서는 유리할 수 있어도 타격감 유지에는 독이 될 수 있기 때문이었다.
이런 예상은 어느 정도 맞아 들어갔다. 삼성은 1차전에서 SK와 나란히 5안타을 때렸다. 그런데 이승엽의 2점 홈런을 빼면 활발한 공격이라고 볼 수 없었다. 2차전에서는 최형우의 만루홈런 등 7안타를 집중시켜 8점을 냈다. 1차전에 비해 타선에 활기가 돌았다. 반면, SK는 1,2차전에서 각각 5안타씩 때려내며 1점, 3점을 뽑았다. 삼성이 득점 찬스에서 더 정확한 타격을 했다.
3차전에서는 양팀 모두 대량득점을 했는데, 홈런 3개를 터트린 SK가 더 강력했다. 홈런 3개를 포함해 17안타를 쏟아내며 12점을 기록, 8안타 8득점한 삼성을 제압했다. 삼성은 경기 초반 최형우의 3점 홈런이 터지는 등 승기를 잡고도 집중력을 유지하지 못해 고개를 떨궜다. 선제 1점을 내고 6점을 허용, 1-6으로 끌려가던 SK의 집중력이 돋보였다.
큰 경기는 큰 것 한방과 분위기가 좌우한다고 하는데, 이런 면에서 SK가 삼성에 앞섰다. 우선 SK 선수들은 1,2차전에 이어 3차전까지 내줄 수 있는 위기에 몰렸는데도 위축되지 않고 정상적인 플레이를 했다. 6년 연속 한국시리즈 진출팀의 선수들 답게 노련하게 위기를 헤쳐갔다. 하나로 뭉치는 힘, 정신력에서 삼성보다 한 수 위였다.
타선의 집중력은 결국 찬스를 만들고 찬스를 살려내는 타격을 의미한다. 조금 거칠게 표현하자면 주자가 있을 때 진루타를 만들고, 희생타가 필요할 때 희생타를 때려주고, 득점 찬스에서 상대 투수를 이겨내는 배팅이다.
3,4차전에서 SK는 집중력이 살아 있었다. 일부 전문가들은 삼성이 찬스를 살리지 못하면 스스로 무너지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고 지적한다. 팀 플레이가 흐트러면서 선수개개인의 각자 플레이가 나온다고 말한다. 또 일부에서는 이승엽이 가세해 파괴력이 좋아졌으나 지난해보다 짜임새가 좋아졌다고 볼 수 없다는 이야기도 한다.
아무래도 2연승 후 2연패를 당한 삼성보다 SK가 분위기가 좋다고 봐야할 것 같다. 롯데와의 준플레이오프에서 팀 타율 2할3푼1리, 13득점을 기록한 SK는 한국시리즈에서 팀 타율 2할6푼5리, 20득점을 기록했다. 팀 타율 2할2푼8리에 그친 삼성에 한참 앞서 있다. SK가 좋은 분위기를 계속 이어갈 수 있을까, 아니면 삼성이 다시 흐름을 바꿔놓을까. 관건은 타선의 집중력이다.
민창기 기자 huelva@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