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리그 초보 감독 하석주 전남 감독이 부진한 팀 성적에도 미소를 잃지 않고 있다. 시즌 중반 최하위였던 팀을 맡을 당시에 비교해 부쩍 수척해졌다. 강등 스트레스로 인해 소화 불량까지 시달리고 있지만 그는 여전히 웃는다.
어린 선수들이 주축인 전남을 당근과 채찍으로 선수단을 이끌겠다던 취임 일성과는 다른 모습이다. 그저 선수단만 믿을 뿐이다. "내가 굳이 뭐라고 얘기 안해도 승리에 대한 의지는 선수들이 더 강하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결국 경기는 감독이 아닌 선수가 하는 것.
전남은 29일 K-리그 37라운드 성남전에서 2대2 무승부를 기록하며 13위(승점 37·8승13무16패)를 유지했다. 강등권인 15위(승점 33·7승12무18패) 광주와의 승점차는 단 4점. 여유는 없다. 1~2경기 결과에 따라 희비가 엇갈릴 수 있다.
그럼에도 그가 웃는 이유는 희망을 봤기 때문이다. 전남의 장점이자 단점으로 꼽히는 젊은 선수들이 '경험'을 토대로 성장하고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 경기 전부터 선수단에 강조했던 것들이 하나 둘씩 만들어져 가는 모습에 미소가 번지고 있다. "어린 선수들이 경험이 없어 서두르고 있다. 차분히 경기하라고 지시하고 있다. 이기지 못하다 보니 주눅들어 있는데 내가 할 수 있는 건 다독여 주는 것 뿐이다. 어린 선수들이 경험만 생기고 올시즌 강등만 피하면 내년 시즌 전망이 밝다."
이날 경기에서 신인 박선용은 프로 데뷔골을 쐈다. 시즌 초반 3골을 넣었던 이종호는 6개월 여만에 다시 골맛을 봤다. "'미친 선수'가 한 경기에 한 명씩만 나왔으면 좋겠다"던 하 감독의 바람이 현실이 된 순간이다.
그러나 '경험 부족'은 여전히 전남의 발목을 잡고 있다. K-리그 35라운드 대구전에서 막판 집중력 부족으로 동점골(2대2 무)을 허용한데 이어 이날에도 득점 후 잇따른 실점으로 다잡은 승리를 놓쳤다.
젊은 전남이 리드상황에서 경기 운영을 노련하게 이끌지 못한 결과다. 하 감독은 "베테랑들이 이럴 때 힘을 발휘해줘야 한다. 이운재 정성훈 등 노장들이 젊은 선수들을 이끌어줘야 한다"며 베테랑의 경험을 강조했다.
전남은 다음달 4일 대구 원정을 시작으로 인천(11일), 강원(21일) 등 험난한 원정 3연전을 앞두고 있다. 부상 중인 윤석영이 원정 3연전에 돌아온다면 수비 불안도 해소할 수 있다. 하 감독은 "여전히 믿을건 선수들 뿐"이라며 승리를 다짐했다. 강등을 피하기 위한 전남의 사투가 하 감독의 미소와 함께 시작됐다. 하성룡 기자 jackiech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