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상 야구에서 2루주자가 가장 중요하다. 단타가 나왔을 때 득점을 할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2루주자는 1,3루 주자보다 훨씬 더 비중이 크다. 그 플레이 하나로 승부가 바뀔 수도 있다. 주자의 움직임은 상황에 따라 달라진다. 경기 리드 여부와 아웃카운트, 타순 등을 기준으로 타구에 따라 움직임을 달리 해야 한다.
무사일 땐 방어적인 주루플레이가 기본이다. 무사 2루에서 3-유간의 타구가 나올 땐 될 수 있으면 3루로 뛰지 않고 타구의 정확한 상황을 살펴야 한다. 좌전안타가 된다면 3루로 달리면 되고 3루수나 유격수가 잡으면 2루로 돌아간다. 3루로 뛰다가 아웃될 경우엔 상승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기 때문이다. 플라이가 나올 때도 2-3루의 중간쯤에서 언제든지 3루로 뛸 준비를 하고 타구 판단을 확실히 해야한다. 안타가 되면 3루로 뛸 시간은 충분하기 때문이다. 무사이므로 단타에 무조건 홈으로 뛰려고 할 필요는 없다. 외야 플라이 등 다양한 방법으로 홈에 들어올 수 있기 때문에 3루까지만 가도 충분하다.
1사일 땐 조금 공격적인 플레이를 해야 한다. 1루 주자는 안타 하나에 3루까지 갈 수 있도록 준비를 해야 한다. 1사 1,2루와 1,3루는 상대에 주는 압박감이나 공격팀에 주는 안정감이 다르다. 주자가 3루에 있으면 투수는 폭투를 해도 1점을 주기 때문에 떨어지는 변화구를 던지기 힘들어지고, 타자는 정면 땅볼만 나오지 않으면 병살을 피해 1득점이 가능해진다.
2루 주자는 방어적으로 플레이를 하는 것이 맞지만 상황에 따라선 공격적으로 달려도 된다. 안타의 확률이 70% 이상이라고 판단될 때는 과감하게 뛰어 홈을 노려볼만하다. 특히 타순이 하위타선으로 이어질 때는 공격적일 필요가 있다. 안타가 계속 나온다고 장담하긴 힘들기 때문이다.
2사일 땐 당연히 앞뒤 볼 것 없이 뛰어야 한다. 당연히 리드 폭도 크게 하고 타격과 함께 달린다. 짧은 안타로도 홈을 파고 들어야 하기 때문이다. 이대호(오릭스)처럼 발이 유별나게 느린 선수가 아닌 이상 2사에 안타가 나오면 홈으로 돌진한다.
한국시리즈 4차전은 주루 플레이에서 명암이 갈렸다. SK는 상황에 맞는 주루플레이로 전날의 상승세를 이었지만 삼성은 주루플레이 미스로 쓰디쓴 패전을 맛봤다.
문제는 4회초였다. 이승엽의 안타와 박석민의 볼넷으로 무사 1,2루의 찬스가 만들어졌고 5번 최형우의 타석. 삼성은 번트가 아닌 강공을 택했다. 최형우가 볼카운트 1B2S에서 4구째 방망이를 휘둘렀고 조금 빗맞힌 타구는 우중간 쪽으로 날아갔다. 타구에 힘이 없고 우익수와 중견수 사이로 날아가 바가지성 안타가 될 가능성도 있어 보였다. 이럴 때 2루주자의 기본적인 주루 플레이는 2-3루 사이에 서서 확실하게 타구를 보고 난 연후에 3루로 뛰거나 2루로 돌아가는 것이다. 발이 느린 선수라면 아웃되는 것에 대비해 2루쪽으로 좀 더 가까이 붙어 있어도 된다. 무사이기 때문에 안타가 나왔다고 해서 굳이 홈을 팔 필요가 없다. 2루주자 이승엽은 발이 빠른 주자가 아니다. 어차피 바가지 안타가 됐다 해도 이승엽이 홈까지 들어올 가능성은 낮았다.
그런데 이승엽은 타구 판단을 너무 일찍 했다. 선취점을 얻어 분위기를 가져오려는 욕심이 컸는지 바가지 안타로 일찌감치 판단하고 3루로 거침없이 달렸다. 이승엽의 위치에선 타구 판단을 정확히 하기 힘들다. 타구의 거리는 어느정도 예상할 수 있지만 중견수와 우익수가 잡을 수 있을지는 알기 힘들었다. 최형우의 타구는 예상보다 멀리 날아갔고 우익수 박재상이 여유있게 뛰어와 잡아냈다. 김재걸 3루 주루코치가 뒤늦게 이승엽에게 돌아가라는 사인을 냈지만 이미 늦었다. 1사 1,2루의 찬스를 계속 이을 수 있었지만 2사 1루가 되며 삼성은 SK 선발 김광현을 압박하는데 실패했고, 결국 4회말 박재상-최 정의 연속타자 홈런으로 기선을 빼앗기고 말았다. 인천=권인하 기자 indy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