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비가 대지를 촉촉히 적셨다. 소문난 잔치, 먹을 것도 풍성했다. 전쟁이었다. FC서울과 전북의 빅뱅은 명불허전이었다.
선두를 질주하고 있는 FC서울과 2위 전북이 27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맞닥뜨렸다. 희비는 가리지 못했다. 경기는 1대1로 끝났지만 명승부였다. 장군멍군, 90분내내 박진감이 넘쳤다. 두 팀모두 화끈한 공격 축구를 진수를 보여줬다.
먼저 주도권을 장악한 팀은 서울이었다. 최용수 서울 감독은 7월 11일 전북 원정에서 실리 축구를 선택했다. 주포 데얀이 경고 누적으로 결장해 정면 충돌을 피했다. 수비 축구에 주안점을 뒀다. 0대0으로 비겼다. 이날은 달랐다. 최 감독은 "내려서지 않겠다고 했다. 볼거리를 제공하기 위한 의무가 있다"고 밝혔다. 말그대로였다. 데얀과 몰리나, 에스쿠데로, 하대성, 고명진을 앞세워 수준높은 플레이를 펼쳤다. 골맛도 먼저 봤다. 전반 26분이었다. 몰리나의 프리킥이 데얀의 머리로 배달됐다. 데얀의 헤딩으로 골에어리어 정면에서 혼전 상황이 연출됐고, 에스쿠데로의 발끝에 걸렸다. 그는 오른발 슛으로 침착하게 골망을 흔들었다.
전북은 전반 이렇다할 찬스를 만들지 못했다. 전반은 서울이 1-0으로 리드한채 마쳤다.
이흥실 전북 감독대행은 후반 8분 승부수를 던졌다. 김상식을 빼고 마철준을 투입했다. 윙백 자원의 보강이었다. 진경선의 경고 누적으로 수비형 미드필더 정 훈을 오른쪽 윙백에 세웠지만 재미를 보지 못했다. 정 훈이 김상식 자리를 메웠다. '닥공(닥치고 공격)'이 살아나기 시작했다. 해결사는 역시 이동국이었다. 후반 14분 드로겟이 페널티지역 오른쪽에서 올린 크로스를 헤딩으로 연결, 승부를 원점으로 돌렸다. 전북의 파상공세는 계속됐다. 경기 종료 직전 이동국의 회심의 발리슛은 서울 수문장 김용대의 발끝에 걸렸다. 서울은 역습으로 골을 노렸다. 데얀은 상대 수비의 집중마크에 침묵했다. 일진일퇴의 공방이 이어졌지만 끝내 골문은 열리지 않았다.
결과적으로 서울이 웃었다. 선두를 질주하고 있는 FC서울(승점 80·24승8무5패)을 기록, 2위 전북(승점 73·21승10무6패)과의 승점 차를 7점으로 유지했다. 올시즌 K-리그는 7경기 밖에 남지 않았다. 징크스도 계속됐다. 서울은 2010년 8월 25일 이후 전북과의 대결에서 6경기 연속 무패(3승3무) 행진을 이어갔다. 전주=김성원 기자 news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