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은 비겁했다. 시민들의 이익을 대변해야 할 시의원들이 정쟁으로 제 역할을 못했다. 결국 시민들이 나섰다. 시민을 대표해야할 시의원들은 시민보다도 못하고 옹졸한 처지가 됐다. 부천FC 이야기다.
부천은 목표로 했던 내년 2부리그 진출이 난항을 겪고 있다. 23일 부천시의회에 올라온 '부천시 시민 프로축구단 지원 조례안'이 부결됐다. 전체 28명의 시의원들이 투표했다. 찬성 14표였다. 반대는 아무도 없었다. 기권이 14표였다. 기권한 시의원들은 반대할 명분도, 논리도 찾지 못했다. 그렇다고 찬성에 표를 던지고 싶지도 않았다. 일부는 정쟁 때문에, 일부는 자신의 인지도를 위해서였다. 시의원으로서 최소한의 양심도 지키지 못한 '비겁한' 기권이었다.
부천의 타격은 컸다. 현재 3부리그격인 챌린저스리그에 참여하고 있는 부천은 24일 잔여경기 포기(27일 오후 7시 양주전, 11월 3일 오후 2시 고양전)를 선언했다. 더 이상의 자금이 없었다. 부천 프런트들도, 서포터들도 마음의 상처가 컸다. 그저 모든 것을 포기하고 싶었다.
기적이 일어났다. 24일 밤 열린 개별 훈련에서 선수단 전체가 모였다. 선수들은 자신들이 승리하더라도 수당을 받지 않겠다고 했다. 곽경근 부천 감독도 선수들의 뜻을 전하면서 함께하겠다고 했다.
더 이상의 운영비가 없다는 기사에 시민들의 기부금도 쇄도했다. 미국 뉴욕에 거주하는 부천의 한 팬은 익명으로 거금 1000만원을 송금했다. 그는 "기사를 보고 구단이 어렵다는 것을 알았다"면서 "경기를 계속 할 수 있게 도움이 되고 싶다"고 전했다. 이외에도 5만원, 10만원씩 기부금이 속속 구단으로 답지했다. 비겁했던 시의회에 경종을 울렸다.
구단 프런트들도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 26일 긴급회의에 들어갔다. 경기를 하루 앞두고 잔여 경기 포기를 철회했다. 부천 관계자는 "시민들과 팬들이 우리는 너무나 사랑한다는 사실을 다시 한 번 느낄 수 있었다"면서 "2부리그를 향한 꿈을 포기할 수 없다. 어떤 방법이라도 만들어내서 꼭 2부리그에 진출하겠다"고 말했다.
잔여리그 2경기는 부천 지하철 7호선 개통 기념으로 무료입장할 수 있다. 이 건 기자 bbadagu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