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년과 2012년은 분명 다르다. 체력도 떨어졌고 실력도 예전만 못하다. 무려 10년의 세월이 흘렀다.
그러나 삼성 이승엽은 더욱 노련해졌고 팀플레이는 더욱 세련돼졌다. 파워는 줄었지만 정확도와 인내심은 늘었다. 8년간의 일본 프로야구 생활을 마치고 올해 친정팀 삼성으로 돌아온 이승엽은 정규시즌서 타율 3할7리에 21홈런 85타점을 기록했다. 자신이 목표로 했던 30홈런은 치지 못했지만, 타선의 리더로 높은 팀공헌도를 발휘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승엽도 시즌 막판 자신의 복귀 첫 해 활약상에 대해 "이 정도면 만족한다. 내년에도 이 정도면 불만족스럽겠지만, 올해는 첫해니까 나름대로 만족스럽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이승엽의 시선은 이미 한국시리즈로 향해 있었다. 페넌트레이스 우승이 확정됐을 때도 기쁨을 표시하지 않았던 이승엽은 지난 24일 SK와 한국시리즈 1차전서 1회 선제 투런홈런을 터뜨린 뒤 1루를 돌면서 오른팔을 치켜들며 환호했다. 10년만에 출전한 한국시리즈 첫 경기, 첫 타석에서 생각지도 못한 홈런을 터뜨렸으니 좋은 느낌을 받았을게 분명하다. 이날 경기후 류중일 감독도 "이승엽이 10년 만에 한국시리즈에서 뛰는데 첫 축포를 터뜨려줘서 개인적으로 기분이 좋다"며 기뻐했다.
그러나 개인기록보다 팀우승이 절실하다. 이승엽이 팀을 위한 플레이에 더욱 집중하는 이유다. 이승엽은 1차전 승리후 "10년과 분명히 달라진 건 스윙폭이 작아졌다는 점이다. 장타를 칠 수 있다는 생각은 버렸다. 타격감이 안좋아지더라도 그때보다는 덜 무너지지 않을까 싶다"며 "내가 해결하는 것도 좋지만 확률적으로 많지 않다. 출루를 많이 하면 찬스가 많이 오기 때문에 볼넷으로 나가는게 좋다. 팀에도 좋은 일이다"며 팀플레이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찬스에서는 정확히 맞혀야 하고, 필요할 때는 무슨 수를 써서라도 출루해야 한다는 지론이다.
1차전서 바깥쪽 공을 정확히 밀어쳐 홈런을 터뜨린 것이나 이후 두 타석 연속 볼넷을 얻어낸 것은 10년전과 달라진 이승엽의 타격 마인드를 잘 보여주는 대목이다. 2차전서 이승엽은 비록 안타를 때리지 못했지만, 3회 두 번째 타석에서 SK 선발 마리오의 끈질긴 코너워크 승부를 참아내며 스트레이트 볼넷을 얻어 대량 득점을 발판을 마련하기도 했다.
정규시즌 때도 그랬다. 팀플레이가 그의 가장 큰 특징이었다. 류중일 감독은 이승엽의 홈런포가 후반기 들어 주춤하자 "승엽이는 홈런보다 팀배팅에 치중하고 있다. 파워가 예전같지는 않지만, 필요할 때 팀을 위한 플레이를 하는 것은 감독으로서 기분 좋은 일"이라고 말했었다.
이승엽의 팀플레이는 SK에게는 부담으로 작용할 수 밖에 없다. 정면승부를 하자니 한 방이 두렵고 피하자니 위기가 커져 여간 껄끄러운게 아니다. 삼성은 1,2차전을 모두 승리하면서 통산 4번째 한국시리즈 우승이 유력시되고 있다. '팀플레이어(team player)'로 변신한 이승엽이 절대적인 역할을 하고 있음이 1,2차전서 고스란히 드러난 셈이다. SK로서는 이승엽을 극복하지 못하고는 반전의 기회를 만들기 쉽지 않다는 의미다.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