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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S] '야구기계'들도 긴장케 하는…이것이 KS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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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숭이도 나무에서 떨어진다.'

매우 익숙한 속담이다. 아무리 익숙하고 무슨 일에 능숙한 사람이라도 실수할 때가 있음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다.

SK 야구를 생각해보자. 이 속담이 어울리지 않는 팀이 바로 SK다. 웬만해서는 실수가 없다. 특히 SK 선수들의 수비는 일품이다. 오죽했으면 플레이오프에서 SK를 상대한 롯데의 한 선수는 "마치 야구를 하는 기계들 같다"며 혀를 내둘렀을 정도다. 이런 SK 선수들 중에서도 최고의 수비력을 자랑하는 선수가 바로 2루수 정근우와 3루수 최 정이다. 실수를 넘어 안타가 될 타구들까지 걷어내 타자들에게 비수를 꼽는다.

그런 두 사람이 나무에서 떨어지고 말았다. 팀이 1-2로 뒤지던 7회말이었다. 1사 2루 상황서 삼성 배영섭이 친 타구가 투수 옆을 스치고 중견수 방면으로 흘러나가는 듯 했다. 하지만 역시 정근우였다. 어느새 빠른 발로 타구를 쫓아 공을 걷어냈다.

문제는 여기서부터. 당연히 안타인 것으로 판단했던 2루주자 강명구는 이미 3루에서 오버런한 상태. 하지만 강명구의 '무대포 주루'에 두 사람이 역으로 당하고 말았다. 오버런 상태에서 한 번 멈춘 강명구를 본 정근우는 당연히 3루로 귀루할 것으로 판단, 3루수 최 정을 향해 공을 던졌다. 하지만 멈칫한 강명구는 곧바로 홈을 향해 뛰었다. 정근우가 공을 잡고 바로 3루로 던졌다면 아쉬움이 없었겠지만 사실 정근우는 공을 잡은 후 잠시동안 멈칫거리는 모습을 보였다. 주자의 모습을 본 후 상황 판단을 하겠다는 뜻. 하지만 정근우의 판단은 틀리고 말았다. 정규시즌과 같이 여유가 있었다면 홈으로 달리는 주자를 본 후 홈 송구로 승부를 걸 상황판단력을 갖춘 정근우였다.

최 정의 작은 플레이 하나도 아쉬웠다. 정근우가 3루에 송구를 한 것은 어쩔 수 없다고 치자. 공을 받은 최 정은 곧바로 홈에 공을 던지지 않고 태그를 하려는 자세를 취한 후 뒤늦게 홈에 공을 뿌렸다. 최 정 역시 강명구가 당연히 귀루할 것으로 판단, 태그부터 생각했던 것이다. 강명구는 간발의 차로 홈에서 세이프 됐다. 만약 최 정이 강명구가 홈으로 파고든 것을 미리 알고 바로 송구했다면 상황은 어떻게 변했을지 알 수 없다. 삼성이 강력한 마무리 오승환을 보유한 팀임을 감안할 때 1-2 스코어와 1-3 스코어는 하늘과 땅 차이였다.

물론, 두 사람의 플레이보다는 과감한 주루플레이를 선보인 강명구를 칭찬해야 하는 상황이다. 하지만 긴장감이 덜한 정규시즌이었다면 SK 선수들이 이런 어설픈 수비를 보여줄 가능성은 적었다. 이 것이 한국시리즈다. 도무지 실수를 하지 않을 것 같은 '야구기계'들도 긴장시키는 무대다.

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