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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S]홈을 훔친 강명구, 누가 그에게 삼성을 떠나라고 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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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주자 전문 요원 강명구(32)는 삼성의 한국시리즈 1차전 승리에 큰 공을 세웠다. 2-1 한점차의 불안한 리드를 해온 삼성은 7회 강명구의 빠른 발로 1점을 더 달아났다. 2루에 있던 강명구는 배영섭의 2루수 내야 안타 때 모두의 예상의 깨고 3루를 돌아 홈까지 쇄도해 1득점했다. 철벽 SK 내야 수비의 허를 찌른 장면이었다.

강명구가 자신의 존재 이유를 한국시리즈 1차전 같은 중요한 경기에서 제대로 보여주었다. 그렇지만 그는 무척 겸손하게 말한다.

그는 3루를 돌아 홈으로 돌진한 상황에 대해 "제 판단 미스였다. 김재걸 코치님의 멈추라는 사인을 뒤늦게 봤다. 그래서 죽을 거라면 홈에서 죽자는 생각으로 내달렸는데 운좋게 세이프가 됐다"고 말했다.

너무 솔직한 대답이다. 큰 수훈을 세웠다면 적절하게 자신이 한 플레이를 아름답게 포장할 수도 있었지만 강명구는 그러지 않았다. 그는 당연히 자신이 해야 할 일을 했다고 말한다.

강명구는 지난 9월 5일 대구 LG전(1대0 삼성 승)에서도 발로 결정적인 수훈을 세웠다. 0-0으로 팽팽하던 7회말 1루로 나간 이지영의 대주자로 나서 3루까지 진루, 김상수 타석 때 홈 스틸을 시도해 결승점을 뽑았다. LG 선발 리즈가 방심한 틈을 타 홈을 파고들었다. 황당한 리즈가 보크를 범해 홈 스틸로 기록되지는 않았다.

그가 이렇게 빛날 수 있는 건 한 시즌에 다섯 손가락에 꼽을 정도다. 그래서 강명구는 마음이 불안할 때가 더 많다고 했다. 그는 이번 시즌이 그 어느 해 보다 심적으로 힘들었다. '과연 내가 이 팀에서 앞으로 뭘 더 보여줄 수 있을까'를 고민했다. 더 많은 출전 기회를 잡기 위해 다른 팀의 옮기는 게 좋지 않을까도 생각했다. 하지만 그는 최강 삼성을 떠날 수 없었다. 그의 올해 연봉은 6000만원.

그는 지난 2010년 7년 넘게 사귄 고승미씨와 결혼했고, 지난달 첫 딸을 얻었다. 책임져야 할 식구가 한 명 늘었다.

강명구는 주변에서 팀을 옮겨보라는 얘기를 수도 없이 들었다. 하지만 그는 늘 똑같은 대답을 한다. "삼성에서 당당히 내 자리를 잡고 싶다." 그가 현재 맡고 있는 대주자 능력은 국내 최강이다. 발이 빠르고, 경기 흐름을 읽는 능력이 탁월하다. 하지만 그는 좀더 많은 출전기회를 잡기 위해 주전 내야수를 꿈꾼다. 주전으로 나가려면 2루 수비를 봐야 한다. 조동찬 신명철 손주인 등과 경쟁해서 이겨야 한다. 그의 도전은 대주자 이상이다. 그래서 수비 훈련에 가장 많은 시간을 할애하고 있다. 대구=노주환 기자 nogoo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