펄펄 끓는 포스트시즌이다. 기자들도 흥분된다. 기자이기 이전에 가장 가까이서 보는 야구팬이다. 피끓는 현장, 잠시 이성을 내려놓은들 어떨까. 철저히 팬의 눈으로 쓰는 관전평 하나쯤 있어도 괜찮지 않을까. '아니, 형평성 없이 어떻게 이런 기사가…'하고 지레 분개할 필요는 없다. 철저히 편파적인 관전평은 양팀 입장에서 각각 나간다. 이제부터 기자와 손 맞잡고 함께 씹고 뜯어 보자. 팬과 공감하는 편파 해설, 용감한 관전평이다. <편집자주>
(삼성 편에서)
이만수 SK 감독은 말했다. "많은 사람들이 삼성이 이긴다고 예상한다. 거꾸로 깜짝 놀라게 해주겠다."
첫 뚜껑이 열렸다. 정말 깜짝 놀랐다. SK가 이 정도 밖에 안 되는 지 몰랐다. 무엇보다 실망한 건 SK가 자랑하는 철벽 수비다. SK는 이번 페넌트레이스에서 8개팀 중 최소 실책을 했다. 삼성은 SK 보다 실책이 조금 많았다.
그런데 SK는 7회 수비에서 삼성 전문 대주자 강명구의 주루 플레이에 허를 찔렸다. 자타공인 국내 최강의 2루수와 3루수라 칭하는 정근우 최 정의 황금벨트가 강명구의 발에 허무하게 끊어져 버렸다. 결과적으로 정근우와 최 정이 기록되지 않는 실책을 한 셈이다. SK는 여기서 1실점을 하면서 추격의지가 꺾였다.
그렇다고 SK 방망이가 잘 치지도 못했다. 예상했던 대로 SK 타선의 무기력함은 플레이오프에 이어 계속됐다. 산발 5안타 1득점에 그쳤다. 삼성 타자들은 보름여 만에 첫 공식 경기라 실전감각이 떨어져 있다는 것을 감안해야 한다. 하지만 SK 타선은 다르다. 그들은 이미 PO에서 5경기를 했다. 비록 체력 면에선 피곤할 수 있어도 감각은 살아있어야 했다. 삼성엔 해결사 이승엽이 투런 홈런으로 큰 무대에서 강하다는 걸 또 보여주었다. 하지만 페넌트레이스에서 홈런이 가장 많았던 SK는 홈런마저 없었다. SK 타선의 부진은 미안하지만 당분간 계속될 것 같다. 선발 윤희상이 3실점으로 호투했지만 완투패한 것은 그마나 SK의 위안거리가 될 지 모르겠다. 지친 불펜 투수들이 체력을 비축했을 수 있다. 하지만 SK는 급해졌다. 2차전까지 내주면 시리즈를 일찍 내줄 수 있다. 대구=노주환 기자 nogoon@sportschosun.com
(SK편에서)
SK가 패했지만 졌다는 느낌이 들지 않는다. 1차전은 SK가 우승을 할 수 있다는 확신을 줬다. 삼성도 1승의 기쁨보다는 앞으로의 걱정이 더 컸을 것이다.
삼성이 정규시즌 팀타율 1위였지만 SK를 상대로는 못칠 것으로 예상했는데 역시 그랬다. SK의 강력한 마운드를 전혀 뚫지 못했다. 그것도 컨디션이 좋지 않았던 선발 윤희상을 상대로 말이다. 윤희상은 직구 구속이 144㎞가 최고였고 대부분 140㎞대 초반을 찍었다. 삼성타자들은 회가 거듭될수록 윤희상의 포크볼에 헛스윙을 연발했고 결국 SK의 중간계투진을 끌어내는데 실패했다. 이승엽의 1회말 홈런이 아니었다면 승부는 SK의 흐름으로 갔을 것이다. SK는 불펜진을 아끼며 체력을 비축했다. 앞으로가 더 기대되는 이유다.
특히 박석민과 최형우에 대한 류중일 감독의 고민이 클 것 같다. 박석민과 최형우가 이 짧은 한국시리즈 기간 내에 타격감을 잡을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들었다. 윤희상이 이승엽에게 두차례 볼넷으로 내보냈는데 박석민과 최형우의 모습을 보면 이렇게 이승엽에게 볼넷으로 거르는 것이 앞으로도 좋은 수비 작전이 될 수 있을 것 같다.
6회말 김강민의 호수비를 보면서는 안타까움을 느꼈다. 김강민은 최형우의 안타성 타구를 몸을 앞으로 날리며 잡아냈다. 파인 플레이를 펼친 뒤 고통스런 표정을 지었다. 가슴을 크게 땅에 찧었으니 통증을 컸을 것이다. 천연잔디의 문학구장에서 그런 플레이를 했으면 아무렇지도 않았을텐데…. 대구엔 언제쯤 좋은 시설의 새 구장이 들어설지 답답하기만 하다. 선수들의 몸을 위해선 인조잔디보다 천연잔디에서 하는 것이 좋은데 말이다. 대구=권인하 기자 indy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