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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이만수 감독, 직접 읽은 쪽지에 웃음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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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와 롯데. 5일이라는 시간이 어떻게 흘러갔는지 모를 정도로 숨막히는 플레이오프 경기를 치렀습니다. 시리즈 전적 2승2패. 어느 팀도 웃지 못했습니다. 양 팀은 22일 인천 문학구장에서 한국시리즈행 티켓을 걸고 운명의 5차전을 치릅니다. 마지막 5차전을 앞두고 혈전 속에 숨겨졌던 양 팀의 뒷이야기들을 소개합니다.



★…롯데 외국인 투수 라이언 사도스키. 공을 던지는 오른팔 부상으로 플레이오프 엔트리에서 제외됐는데요, 만약 롯데가 한국시리즈에 진출한다고 해도 실전에서 공을 던지기 힘들 것으로 전망됩니다. 치료를 받다가 불운한 일을 겪었다고 하네요. 사도스키는 지난 11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린 두산과의 준플레이오프 3차전에 선발로 등판했다가 1회 팔뚝 통증을 호소하며 자진강판 했습니다. 곧바로 덕아웃에서 지정 병원 의사에게 통증 완화 주사를 맞는 응급처치를 받았습니다. 하지만 주사 바늘이 통증 부위 근처의 신경을 잘못 건드린 게 화근이 됐습니다. 부상부위와 손끝이 찌릿한 느낌을 계속해서 받아왔다고 합니다. 현재는 주사를 맞을 당시에 비해 많이 호전된 상태라고 하네요. '오른손 감각이 마비됐다'는 식의 소문은 사실이 아니라고 합니다. 22일 최종적으로 몸상태를 체크할 예정이라고 하는군요. 하지만 부상 이후 훈련을 제대로 소화하지 못했던 만큼 단시일 내에 컨디션을 끌어올릴 수 있을지는 미지수입니다.



★…SK의 5차전 선발이 김광현으로 결정됐습니다. 1차전 선발 결정에 이어 또다시 많은 사람들의 예측을 빗나가게 한 깜짝 결정이었습니다. 1차전을 앞두고 김광현의 정확한 몸상태가 알려지지 않은 상황에서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윤희상 또는 송은범을 예상했습니다. 하지만 이만수 감독은 "SK 에이스는 김광현"이라며 힘을 실어줬고 김광현은 이 감독의 믿음에 보답한 바 있죠. 하지만 "설마 5차전 선발도 김광현일까"라는 말이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올시즌 어깨 상태가 좋지 않았던 만큼 5일 휴식으로 100% 컨디션을 발휘할 수 있을지 의문이 들었기 때문이죠. 또, 2차전 선발로 나서 눈부신 호투를 했던 윤희상도 4일 휴식을 취했기 때문에 윤희상의 등판을 예측하는 의견이 대세였습니다. 하지만 이 감독은 4차전을 마친 후 또다시 "김광현" 이름 세 글자를 힘차게 외쳤습니다. 돌이켜보니 김광현이 4차전을 앞두고 취재진을 향해 농담조로 "5차전에 제가 나간다는데요"라며 자신의 선발 등판을 암시(?)하기도 했네요. 일찌감치 몸과 마음의 준비를 시작했다는 뜻이기도 하겠죠.



★…롯데 양승호 감독은 플레이오프 4차전 직전 덕아웃에서 팔을 휘휘 휘두르고 있었습니다. 무슨 일인지 알아보니 양 감독은 웃으면서 "세리머니 연습을 하고 있다"고 농담섞인 말을 하더군요. 이미 3차전을 앞두고 "나도 기회가 되면 세리머니를 하겠다"고 '오버 세리머니'로 유명한 SK 이만수 감독에게 '선전포고'를 한 상태인데요. 하지만 그런 기회는 4차전 내내 오지 않았습니다. 결국 1대2로 패했는데요. 그라운드 장외에서는 기싸움이 치열합니다. 손아섭은 1차전 김광현의 세리머니에 "나도 맞대응하겠다"고 말을 했고, 양 감독도 같은 입장인데요. 이제 운명의 5차전입니다. 양 팀 중 어느 쪽이 최후의 세리머니를 보여줄까요.



★…SK 이만수 감독은 4차전이 열린 20일 아침 일찍 기도를 마친 뒤 한 장의 쪽지를 썼습니다. 그리고 이광근 수석코치에게 쪽지를 건네주며 선수들에게 읽어주라고 했는데요. 4차전에 앞서 취재진과 인터뷰를 하던 이 감독은 쪽지 내용을 끝까지 비밀에 부쳤습니다. 경기에서 승리하면 인터뷰장에서 공개하겠다면서 "이런 재미도 있어야 하지 않느냐"며 활짝 웃더군요. 결국 이 감독은 승리한 뒤 기자회견장에서 뒷주머니의 쪽지를 꺼내 당당히 공개했습니다. "경기를 잘 하려고 노력하면 오히려 긴장되어 잘 되지 않고, 노력하는 자보다는 좋아하는 자가 낫고, 좋아하는 자보다는 즐기는 자가 이긴다. 너무 잘하려고 하지 말고, 꼭 이겨야겠다는 생각을 버려라. 이것만 꼭 명심해라. 기본-집중-팀! 네버 에버 기브 업(Never ever give up)!" 맨 마지막 문구는 문학구장 덕아웃에 크게 붙어있는 슬로건이죠. 이 감독이 투박한 경상도 사투리로 또박또박 쪽지를 읽는 모습에 기자회견장은 웃음바다가 됐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