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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선홍 감독과의 솔직 토크 "홍명보 감독과 경쟁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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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컵 우승컵을 들던 20일 밤 황선홍 포항 감독과 마주했다. 아직 우승의 감격이 가시지 않은 모습이었다. 얼굴에는 웃음기가 진하게 배어 있었다. 우승 하나로 그동안의 고생도 다 털어버렸다. 황 감독과 그동안 하지 못했던 이야기를 나누었다.

▶경남의 승부차기 순번 알고 있었다?

경기를 하루 앞둔 19일이었다. 미디어데이에서 황 감독은 "경남의 승부차기 순번과 키커의 습관을 다 알고 있다"고 큰소리쳤다. 자신감의 표현이었다. 하지만 우승 직후 인터뷰에서는 "사실 알지 못했다. 알 수도 없었다"고 이실직고했다. 거짓말의 이유에 대해 황 감독은 '기싸움'이라고 해명했다. 황 감독은 "우승이 너무나 절실했다. 그런데 당시 미디어데이 현장에는 최진한 감독과 (김)병지가 있었다. 둘 다 노련하다. 병지나 최진한 감독을 심리적으로 흔들고 싶었다"고 말했다. 거짓말은 계속됐다. 경기 전 라커룸에서도 이어졌다. "경기를 앞두고도 선수들에게 '상대 승부차기 순번을 이미 다 안다. 수첩에 적어두었다. 걱정하지 말라'고 했다. 선수들의 마음을 편안하게 하기 위해서였다. 사실 몰랐다"고 했다. 결과적으로 선수들의 기를 꺽지 않은 '착한 거짓말'이었다.

▶기다림의 미학

황 감독의 지도 스타일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다. 사실 부산 시절 황 감독은 좋지 않은 소문에 시달렸다. 승부에 집착했다. 선수들과 불화가 있다는 소문이 파다했다. 황 감독도 알고 있었다. 그는 "부산에서는 막 감독을 맡은 상태였다. 젊었다. 지는 것을 참을 수 없었다. 감정의 변화도 심했다"고 고백했다.

포항에 와서 달라졌다. 팀이 힘들 때 황 감독은 워크숍을 열었다. 선수들의 이야기를 들었다. 시즌 중반 돌풍을 일으켰던 제로톱이나 팀의 상승세 모두 선수들의 의견을 듣고 나온 결과물이었다. 황 감독은 "감독은 기다림이라고 생각한다. 믿고 기다려야 한다. 실제로 현대 축구에서는 내 마음에 맞는 축구를 하기 힘들다. 선수들에게 최적화된 전술을 들고나와야 한다"고 했다. 1시즌 동안 2~3년은 더 성숙했다는 평가가 나왔다. 황 감독은 "그런 것 같다"면서 웃음지었다.

▶홍명보와의 경쟁?

이야기는 홍명보 감독으로 흘렀다. 둘은 숙명의 라이벌일 수 밖에 없었다. 현역 시절 공격과 수비의 대명사였다. 2002년 한-일월드컵 4강을 함께 이끌었다. 감독이 되면서 앞서거니 뒷서거니 했다. 홍 감독은 2012년 런던올림픽에서 동메달을 따냈다. 황 감독은 질 수 없다는 듯 FA컵에서 우승했다.

황 감독은 홍명보 감독의 이야기에 웃음부터 지었다. 황 감독은 "주위에서 경쟁이라고 하는데 신경쓰지 않는다. 홍 감독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내가 할 수 있는 것에 최선을 다하는 것일 뿐이다"고 했다. 이어 "홍 감독이나 나나 함께 가는 동반자다. 서로 이겨야할 대상이 아니다"고 말했다. 포항=이 건 기자 bbadagu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