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dium App

Experience a richer experience on our mobile app!

[PO] SK의 PS 선발야구, 1년 전과 달라진 점은?

by

최근 수년간 SK의 야구는 '벌떼 야구'로 통했다. 왼손, 오른손, 그리고 잠수함투수까지. 모든 구색을 갖춘 두터운 불펜진이 경기를 지켰다. 이기고 있는 경기나 지고 있는 경기나 마찬가지였다. 경기 막판까지 상대를 물고 늘어지는 끈질긴 타선이 있었기에 '벌떼 야구'가 성공할 수 있었다.

하지만 선이 굵은 야구를 펼치는 메이저리그에서 지도자 생활을 한 이만수 감독이 지휘봉을 잡자 팀 컬러가 조금 변했다. 물론 아직도 SK의 불펜진은 강력하다. 정대현 이승호 등의 이탈자가 있었지만, 여전히 박희수 정우람의 필승조는 8개 구단 최고 수준이다. 하지만 궁극적으로는 선발 야구를 지향한다. 선발이 조금이라도 흔들리면, 곧바로 불펜을 가동하던 과거와는 다소 달라졌다.

▶작년 포스트시즌, 김광현 카드 실패로 삼성에 짓밟히다

포스트시즌 마운드 운용을 보면 더욱 그렇다. 감독대행 시절이던 지난해, SK는 준플레이오프서 1패 뒤 3연승으로 KIA를 제압했다. 다음 스테이지 진출의 원동력은 바로 선발투수였다.

1차전 선발로 나선 에이스 김광현이 상대 에이스 윤석민에게 밀려 4⅔이닝 1실점으로 물러난 것을 제외하곤, 2차전부터 모든 선발투수가 5회를 버텨줬다. 송은범(6이닝 2실점)-고든(5⅓이닝 무실점)-윤희상(6⅔이닝 무실점)이 차례로 호투했고, 고든과 윤희상은 선발승을 올렸다.

롯데와의 플레이오프 때도 이런 기조는 이어졌다. 또다시 김광현이 1차전에서 3⅔이닝 4실점으로 무너졌지만, 2차전부터 고든(5⅔이닝 3실점)-송은범(6이닝 무실점)-윤희상(5이닝 1실점)이 5회를 채웠다. 송은범만 승리를 올리고 고든과 윤희상이 패전투수가 됐지만, 타선이 침묵한 영향이 컸다.

하지만 운명의 5차전이 한국시리즈 향방을 갈라놨다. 이번엔 김광현이 1이닝 만에 물러났다. 결국 꺼내든 카드는 2선발 고든. 고든의 3⅔이닝 무실점 호투와 타선 폭발로 한국시리즈 티켓을 따내긴 했지만, 상처 뿐인 영광이었다.

막강한 마운드를 자랑하는 삼성은 한국시리즈에서 컨디션 좋은 선발투수를 두번째 투수로 기용하는 '1+1'전략으로 SK 타선을 무참히 짓밟았다. SK는 1차전서 '땜빵 선발' 고효준이 3⅔이닝 만에 마운드를 내려가고, 2차전에서 믿었던 윤희상이 어깨 통증을 호소해 1이닝만에 강판되는 등 수난을 겪었다. 3차전 승리투수 송은범을 제외하곤, 선발진이 완전히 붕괴되면서 1승4패로 속절없이 패하고 말았다.

▶"선발투수 불펜투입 없다"는 이만수, 5차전서도? 김광현이 변수!

이만수 감독이 정식 감독으로 시즌을 책임지고 있는 올해는 어떨까. 일단 지난해와 출발점부터 달라졌다. 페넌트레이스 2위를 차지하면서 준플레이오프가 아닌 플레이오프부터 포스트시즌을 시작했다. 비록 플레이오프 승부가 최종 5차전까지 가면서 당장 눈앞에 놓인 승패가 중요해졌지만, 다음 시리즈에서도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다.

3차전에서 패한 뒤 1승2패로 코너에 몰리자 이 감독은 "모든 투수들을 동원하겠다. 타순의 변화도 생각해 보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장고 끝에 내린 결정은 다소 의외였다. 타순은 그대로였고, 마운드 운용 역시 달라진 게 없었다. 특히 선발투수의 불펜투입은 없었다.

이 감독은 이에 대해 "어차피 우리 선발투수들은 건강하지 못하다. 정상이면 대기하겠지만, 지금 상태론 안된다. 무리하게 낼 수가 없다"고 설명했다. 최종전인 5차전에서도 마찬가지. 이 감독은 "상황을 봐서 윤희상 정도가 대기할 가능성은 있다. 중간엔 채병용도 있다"며 말을 아꼈다.

대신 5차전 선발로 예고한 김광현의 호투를 바라고 있었다. 이번 플레이오프에서 거둔 2승 모두 선발승이었다. 1차전 김광현(6이닝 1실점)에 이어 4차전에서도 마리오가 6이닝 무실점 역투를 펼쳤다.

게다가 김광현이 등판했을 때 선수들의 집중력이 좋아진다는 이른바 '김광현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SK 선수들은 입을 모아 "상대를 압도하는 김광현이 등판했을 땐 느낌이 다르다"고 말한다. 1차전에서 보여준 '10K'의 위력투, 김광현은 분명 힘으로 상대를 누르는 과거의 모습을 재현했다.

변수는 있다. 김광현의 회복 속도다. 어깨 부상으로 뒤늦게 1군에 합류한 김광현은 지난달 7일 KIA전서 2⅓이닝 7실점으로 부진한 뒤 또다시 어깨 쪽이 좋지 않아 재활을 했다. 18일만에 등판한 25일 잠실 LG전서도 6이닝 4실점하는 등 몸상태가 좋지 않아 보였다. 회복 속도만 충분해졌다면, 1차전의 위력을 또다시 보일 수 있다. 하지만 반대의 경우라면, 지난해의 전철을 밟거나 아예 5년 연속 한국시리즈 진출 기록이 끊길 수도 있다.

이명노 기자 nirvana@sportschosun.com